전라도에 다녀와서... 아이고 어깨 아파라
김미숙
2007.11.26
조회 67

어느덧 겨울 들판엔 가을 걷이 잘 끝냈다는 표시라도 하듯, 볏짚을 하얀비닐로 말아놓은 통이 들녘을 메웠구요. 배추 가득 실은 경운기는 힘이 넘쳐나는 듯 달리고, 다라이에 대파를 이고 가는 아주머니 뭐그리 바쁜지 걸음을 재촉하네요. 갈대와 억새는 아직 떠나고 싶지가 않은 모양입니다. 햇빛 따가웠던 일요일 전라도 부안, 고창의 겨울 풍경들... 매년 엄마 생신 즈음하여 일개대대가 총출동을 합니다. 목적지 결정은 엄마 몫인데, 다른 곳을 정하는 걸 보질 못했습니다. 오로지 선운산만을 고집하세요. 거기가 좋다네요. 곰곰히 생각해 보았는데 엄마 아빠는 천생연분이 아닐까 싶어요. 엄마는 선운산이 좋아 가고 따라가는 아빠는 장어를 가장 좋아하시니 이보다 더 좋을 수가 있겠는지요. 매년 풍천장어를 엄마덕에 먹을 수 있으니 아빠는 엄마에게 감사를 해야 합니다. 거기에 찐한 복분자 원액은 아주 꿀맛이구요. 구경도 하고 밥도 맛있게 먹었으니 국도 타고 올라가면서 구경을 멋드러지게 하는 일 만 남았습니다. "막내딸도 운전좀 하자" 그동안 틈틈이 쌓아왔던 운전을 해보고 싶었습니다. 바로 위, 만만한 언니 차키를 쥐고 있으니 모두들 외면하는 모습 역력했어요. 불안해 하는 눈빛으로 차 주인은 마지못해 옆에 탔죠. 할만 했어요. 햇빛이 따갑다기 보다 '뜨거' 소리를 연달아 뱉을 정도로 뜨거웠습니다. 아마도 얼굴이 다 구워졌을걸요? 주행이 힘든게 아니라 해가 사람을 잡더라구요. 곰소에 도착, 작은 항구에 가면 조잘조잘 생선들과 젓갈류가 참 많습니다. 예전같으면 아무생각없이 따라다니겠지만 지금은 아니에요. 캬~ 비릿하면서도 기분 나쁘지 않은 냄새들에 취해 여기는 뭐있나 저기는 뭐있나, 엄마 뒤를 졸래졸래 따라다니다 보면 어느새 바짓단은 물에 다 젖어있습니다. "회 먹고 가자" 아빠 말씀 떨어지면 배가 불러도 군소리없이 따라 들어가야 합니다. 우리 아빠 사전에 이의제기는 없으니까요. 새우, 소라, 갓잡았다는 올망졸망 자연산 횟감들...아나고를 좋아하세요. 아빠가. 이제 누가 뭐래도 '내 배는 이민 갔다' 였습니다. 저희집 김장김치가 맛있는 이유를 어제 알았다는거 아닙니까? 까나리젓도 새우젓도 멸치젓도 아닌 바로 갈치젓갈이에요. 곰소할매집에서 갈치젓을 사는걸 똑떼기 봤습니다. 엄마가 이맘때 이곳에 오고 싶어하는 이유는 갈치젓을 만나기 위함이 아닐까...의심 해볼만 하겠죠? 오목조목 서해안 도로를 따라 가다보니 이순신 촬영지도 나오고 격포라는 곳에 잠깐 들러 아주 작은 자연산 굴도 먹고 부안에 도착하여 제가 좋아하는 홍시도 사서 꿈에 그리던 서해안 고속도로를 진입했습니다. 이 얼마나 역사적인 날인가요? 생에 첫 고속도로 주행하는 날. 배짱 좋아도 떨렸어요. 힘차게 들어갔습니다.전력질주를 해야하죠. 제가 다니던 육십 칠십 팔십킬로가 아니니까요. 고속도로 주행시 너무 저속이면 더 위험하다는 걸 알고 있기에 남들과 같이 규정속도 백십킬로를 달렸습니다. 아찔아찔 하더라구요. 암 생각없이 다른 차량 따라가다 보면 제가, 백삼십을 달리고 있고 또 구십을 달리고 있고 그랬어요. 어째 주행하는 것보다 속도 맞추고 가는것이 더 힘들어요. 신나게 달려봤습니다. 탄력 받아 가니 표지판이눈에 들어오더라구요. 가다가 서천 휴게소에 들를까 생각중... 전자표지판 글자를 읽고야 말았습니다. '지금 졸리시면 휴게소에 쉬어가세요' 졸리고 싶은 마음이 없었기에 지나쳐 서산휴게소에 정차했어요. 운전이 그렇게나 힘든것인지 몰랐습니다. 것도 고속도로 장거리 운전이...서산부터는 주차장과 다름없었습니다. 멋지게 서울을 통과하고 싶었는데 맘대로 안되는 것이 인생사인가 봅니다. 저는 어제 큰 범죄를 저지르고 말았습니다. 고속도로 저속주행 60킬로 미만으로 주행을 했기 때문이죠. 거의 0킬로 수준이었죠. 갓길로 가는 차량때문에 신경도 많이 쓰이고 그냥 서있으니 약간 졸립기도 하구요. 운전하면서 졸립다는 사람 이해가 안되었었는데 우습죠? 서산에서 당진까지 한시간 반이 걸렸습니다. 국도는 잘 몰라도 가족들에게 무전으로 연락하여 당진에서 빠져 나가도 별반 차이가 없더라구요. 와~ 어제 무슨 날이었나요? 명절도 아닌데 민족 대이동이 있었나봐요. 부안에서 여섯시 반쯤 출발했는데 집에 오니 새벽 한시 반이 되었습니다. 장시간 운전을 해서인지 지금도 삭신이 다 쑤시네요. 목이 불편합니다. 다 좋았는데 오는 길이 너무 멀었어요. 서울이라는 글자가 얼마나 반갑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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