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김미숙
2007.11.29
조회 63

삼백예순다섯날 아침마다 새로운 국을 끓이는 엄마. 면으로 된 속옷과 양말과 걸레는 꼭 삶아야만 직성이 풀리는 엄마. 하루종일 손을 움직이지 않고는 못 버티는 엄마. 딸만 낳았어도 절대 기죽지 않고 꿋꿋하게 버텨내신 엄마. 아빠가 넣은 경조금에 항상 배춧잎 몇 장을 더 넣어 보내는 엄마. 전쟁터의 후방을 지키고 축구에서 미드필더와 수비수 역할을 충실히 해내는 엄마. 아빠와 말다툼 후, 딸들이 엄마편 든답시고 아빠 흉이라도 볼라치면 나무라시는 엄마. 아빠의 모든 허물도 치마폭에 다 숨겨 버리는 엄마. 이 세상 다 봐도 니 아빠만큼 멋지고 잘난 남자 없다시는 엄마. 이 세상에서 아빠를 만난 것이 최고의 행복이라고 하시는 엄마. 내리사랑도 필요없다. 지금까지도 자식보다는 아빠를 가장 사랑하신다는 엄마. 발바리 같은 막내딸 때문에 어미가 교육 잘못시켰다고 타박 당하셨던 엄마. 지나가는 불청객도 데리고 와서 밥을 먹여 보내는 엄마. 퍼주는 걸 삶의 최고의 낙으로 여기는 엄마. 살아있는 예수, 살아있는 부처라는 말을 많은 이들에게서 듣는 엄마. 아빠와 성격이 매우 다르지만 그런 엄마가 잠시라도 없으면 난리가 나는 바람에 엄마는 제대로 밖에서의 활동은 하지 못했습니다. 성격이 말도 못할 정도로 급하시고 거의 완벽주의자에 가까운 아빠 비위 맞추느라 고생도 많이 하셨지요. 엄마 성격도 불 같다는 걸 안지 얼마되지 않습니다. 아빠 그늘에 가려 우리가 보지 못했을 뿐이죠. 페미니스트를 추구하는 제겐 약간의 불만은 있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엄마에게 해드린 게 하나도 없네요. 크크. 찌개 끓일 때 잠깐 지켜보라고 하면 쓸데없이 계속 저어대서 동태며 두부며 초전박살을 내버리고 부치개를 하라고 하면 뒤적뒤적하다 비빔밥을 만들어 놓으니 이 세상 믿을 놈 하나 없다고 생각하셨겠지요. 제 나이 스물네살 엄마생일날 미역국 끓여 칭찬 받고 싶어서 미역을 아주 조금 불렸는데 드럼통으로 끓여도 될 만한 양이 되었고 미역국에 조선간장이 아닌 애간장을 넣어 끓였으니 상상만 해봐도 아실 겁니다. 지금도 김장할 때, 제가 쉬는 날에는 하지 않습니다. 옆에 있으면서 깔죽대는 것도 부정을 타서 김치맛을 다 버린다구요. 완전 애물단지예요. 하지만 영재오빠 덕에 우리 엄마 생일까지 씨비에스 방송국 게시판에 알려버렸네요. 사랑하는 우리 엄마 金慶夏, 당신의 생일을 축하드립니다. 막내딸이... 우리엄마가 가장 좋아하는 노래는 울어라 기타줄 "낯~설~은~~ 타향땅에 그날 밤 그 처녀가~~~ 왠일인지 나를 나를~ 못잊게 하네 기타줄에 실은 사랑 뜨네기 사랑 울어라 추억의 나의 기타여~" 송대관의 정때문에... "끈끈한 정때문에 정때문에 니 아빠가 가끔 미워도 그 정때문에 미울수가 없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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