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등했다 치자~~~~~
김미숙
2007.12.09
조회 61

영재오빠, 놀러만 댕기지 말고 할머니의 말씀좀 들어보소. 치매라는 말을 다른 예쁜 말로 하라 하셨기에 잊지않기로 대신합니다. 할아버지 : 병원 원장을 하고 있는 의사입니다. 할머니 : 할아버지의 조강지처구요. 우리 할아버지와 나는 휴대폰 찾을 때 서로서로 전화해서 찾아요. 할아버지 휴대폰 찾을 때는 내가, 내 휴대폰 찾을 때는 할아버지가 전화를 해줘요. 둘이 못 찾을 때는 집전화로 찾는데 그것도 밧데리 안나갔을 때 얘기지. 우리 할아버지 휴대폰이 밧데리가 다 나갔는지 아직까지도 못찾아서 48만원 주고 새로 샀어요. 글쎄, 지난번에 공항 갔다가 차를 못 찾아서 몇시간 동안 찾다가 깜깜해지니까 그 자리에서 울고 싶더라구요. 찾으러 다니면서 리모컨 눌러서 찾다 겨우 모퉁이 어디서 찾았는데 오밤중이 되어서야 차를 찾았다니까요. 리모컨 없었으면 밤새도록 못찾았겠죠. 하하하..... 큰소리로 웃으니까, 할머니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고 웃지 말아요. 내 나이 되어봐요. 심각하다니까... 할머니 이야기 계속 이어집니다. 우리집 대문은 카드가 열쇠인데 그것도 맨날 잃어버려서 숫자판으로 바꿨는데 이제는 비밀번호가 생각나지 않을 때가 많아요. 우리 할아버지는요. 잊지않기 위해 화투를 쳐야한다고 저더러 화투치자고 하는데 저는 그게 더 어려워요. 아무리봐도 헛갈려서 치기 싫다는데도 돈따먹기 민화투 하자고 꼬셔요. 자꾸만. 전에 우리 딸이 많이 걸으라고 도보측정기를 사줬는데 할아버지가 버리면서 하늘 말이 걸으면서 숫자를 세라고 해요. 하나, 둘, 셋..... 저도 처음에는 세고 걷죠. 그런데 가다보면 이것 저것 보다가 어디까지 셌는지 잊어버리고 다시 세고 또 잊어버리고....ㅎㅎㅎㅎ 맘대로 안된다니까요. 지난주에는 우리 언니가 자꾸만 잊어버린다고 해서 무조건 전철타고 일산까지 갔다가 다시 돌아오는데 둘이 그러고 다니는것이 참 우습더라구요. 고속터미널 지하상가를 다 돌아다니다 보니 발바닥이고 무릎이고 아파 죽겠는데 우리 언니는 백화점가서 크리스마스 선물을 사고 가자는 통에 그날 집에 와서 드러누웠지 뭐예요. 며칠 후에 언니한테 전화가 왔더라구요. 우리집에 또 온다길래 오지말라고 했어요. ㅎㅎㅎ 토요일 오전 할머니의 잊지 않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걸 보고 파안대소를 했는데, 저 또한 휴대폰 찾는 신세라 남일 같지 않더이다. 그 할머니 표정하나 안변하고 말씀을 하시는통에 배가 아파 죽을지경 이었습니다. 옆에서 제가 하두 웃어대니까 그때서야 할머니도 참았던 웃음보가 터졌답니다. 암튼 토요일 오전부터 오후.. 퇴근길 택시에서조차 저의 입이 늘어나 버렸습니다. 유영재가요속으로를 접하고부터 조금더 살아오신 분들의 이야기를 많이 들을려고 노력해요. 너무 많이 성숙되어가는 것 같기도 하고 그것도 공부라는 생각도 해봅니다. 영재오빠 저 사진을 보니 어렸을 때 크리스마스가 다가올 때면 검은고양이 네로를 외치던 박혜령의 목소리가 그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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