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영록과 크리스마스..
정민희
2007.12.10
조회 45

우리집은 딸부자집인지라..아버지께서는 유달리 보수적이시고 엄하셨다. 밤9시면 통금이고 그시간까지 연락이 없으면 대구바닥을 다 뒤져서라도 나를 찾아 내시곤한다.
1982년 학력고사(그당시는 수능을 그렇게 불렀다) 를 마친 12월 어느날 가수 전영록씨가 대구의 모음악감상실에 초대손님으로 왔다.
그당시 요즘의 팬클럽에 가까운 광팬이였던 나는 일찌감치 음악실 맨앞자리를 차지하고 있어야만 한것이다.
그런 내가 9시에 대한 감각이 있을리 만무하고 이어 집에서는 난리가 난것이다... 취조를 당하던 나의 자매들은 아마도 예상 하던바를 아버지께 알린모양이다..(이 배신들) 전영록씨의 감미로운 노래를 듣던 도중 갑자기 감상실 디제이가 " 잠시 안내 말씀 드리겠습니다..
지금 음악실내에 계시는 분중에 000씨 계시면 지금 집에서 급한일로 찾고 계신다고 합니다..지금 급하게 연락이라도 해주시기를 바랍니다.." 처음에는 내 이름인줄도 모르고 있다가 옆의 친구가 " 00야 방금 이름 부르는거 같더라 다시 잘 들어봐래이~~"
아뿔싸~~~ 두번 연거푸 안내방송하는 디제이의 말속에는 내 이름석자가 또렷이 발음되는 것이 아닌가???????????

우리 아버지...
여기까지는 예상치 못한 일인데...
부끄러움보다 앞자리에서 지금 디제이박스속의 전영록씨의 시선을 어찌 막으면서 일어나 뒤로 나갈것인가??? 수습이 되지 않는다...
나는 고개를 숙이고 손만 살짝들며 허리를 굽혀 도둑 고양이 마냥 나왔다... 여기저기 웃는 소리도 들린다...
그 이후나는 그 음악실을 한참동안이나 가지 못하고 25년이나 지난 지금도 아버지는 전영록씨와 나를 결부 시킨다...
그것이 나의 크리스마스의 기억이다...

사실 지금은 연예인들이 지방에 많이 오기도 하지만 그당시만 해도 흔치 않은 일이다.. 못부르는 노래로 레코드집에서 녹음해온 애심을 얼마나 연습을 했던지...
지금 내 아이는 전영록이라는 가수가 누구야..킥킥 대고 웃기도 하지만 내게는 정말 나의 학창 시절 잊을수 없던 가수였고 내 아름다운 추억의 한장면이기도 하다...

그날 거리의 크리스마스 트리는 무서운 아버지의 불호령에도 불구하고 유난히 반짝거리기도 했던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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