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국땅에서의 감동의 크리스마스 선물
이기봉
2007.12.17
조회 39
영재님! 안녕하세요? 지난번 보내주신 엽서와 카드는
잘 받았습니다. 아내는 감동을 받고 그것을 가게에다
붙여서 손님들에게 자랑하며 프로그램을 알리고 있습니다. 하하

저는 현역으로 복무중인 직업군인입니다.
92년도에 전방에서 무일푼으로 서울로 올라와 아내와 아이둘과
함께 행복한 가저을 꾸리고 있는 이시대 흔히 볼 수 있는
지극히 평범한 가장입니다.

솔직히 영재님의 프로는 자주 듣지는 못하지만,
오늘과 같이 휴가 때나
차를 타고 퇴근시나 혹은 주말
쉴때는 아침부터 즐겨 듣곤하며 수시 글을 남기곤 합니다.

특히 아내는 하루종일 가게에서 일을 하는 관계로 cbs의
고정팬입니다.

저는 2003년 7월25일 아프가니스탄 파병 요원으로 선발되었습니다.

국내에서 4주간의 적응 훈련을 무사히 마치고,
8월 27일 성남 공군비행장에서 새벽
특전사 요원들과 가족들의 뜨거운 환송을 받으며
아시아나 특별 전세기에 올랐습니다.

비행기는 고비사막을 거쳐 약 십여시간을 비행하여
아프칸 인접국 키르키즈스탄에 안착했습니다.
아프칸 카불 공항의 활주로가 짧고
항공 자동항법 시스템이 없어서 대형 항공기가 내릴수 없는
이유로 키르키즈스탄에 내려 그곳에서
다시 군 수송기를 이용하여 아프칸 바그람 기지사령부로
들어가야 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5제대로 병력을 분산하여 아프칸 바그람
기지사령부 활주로에 차례로 뿌려 졌습니다.

수송기를 타고 비행하는 세시간 반이 어찌나 힘들었던지
잠깐 얘기를 하고 넘어 가야 겠습니다.

통상 탈레반 세력은 아프칸과 파키스탄 접경 산악지역에
은신하며 미군과 전투를 벌이다 파키스탄 산으로 숨어들어가
미군과 연합군을 따돌리는 전술을 구사하며 이곳 영공을 통과하는
연합군 비행기를 향해 대공포나 휴대용 미스트랄 등을 쏘곤하여
조종사들에게는 위험지역으로 분류되는 곳이기도 합니다.

해서 우리가 탑승한 수송기도 탈레반의 공격으로부터 회피하기 위해
아프칸 영공으로 진입을 알리는 방송과 함께 비행기는 곤두박질
쳤다가 솟아오르고 옆으로 급선회 했다가 떨어지는 등
전술 비행을 시작했습니다.
이러다 도착도 못하고 여기서 죽는 것은 아닐까?라는
걱정이 앞섰다.

다행히 우리는 무사히 랜딩했고
수송기 뒷문을 열고 첫발을 내딛는 순간
알 수없는 매캐한 냄새와 함께 심한 먼지바람이
우리 얼굴을 세차게 때립니다.

대기하고 있던 차량에 분승하여 한국군 기지로 들어 갔습니다.
미리와 있던 선발대의 따뜻한 환영을 받으며
우리를 위로해 주었습니다.

각자로 배정된 텐트로 들어가 휴대하고 온 장비와 짐을 정리하며
우리는 이국땅에서의 첫날을 그렇게 맞이했습니다.
떠나기 전 아내가 정성스럽게 싸준 밑반찬 몇가지를 소중하게
갈무리할때는 아내가 보고싶었습니다.

부대장으로부터 여기서는 이동전 사전 보고해야 하며,
기지내라도 항상 총을 휴대하고 2인 1개조씩 움직인다
기지 외부인과의 접촉은 금지며, 술과 마약은 절대 불가하고
기지내 동맹군과의 말썽 특히나 여군들과의 업무 외적인
접촉 일테면 성접촉 등 일절 금한다는
주의를 받고 아프칸에서의 첫날밤을 맞았습니다.

잠자리 들기 전 담배 한개피를 피워 물고
이국 낯선 하늘을 올려다 보니
하늘은 왜그렇게 눈이 부시도록 아름답고 별도도 총총히 많던지
어릴때 시골에서 봤던 은하수가 길게 하늘을 가로질러
마치 혜성의 꼬리와 같았습니다.

몇개월이 흘러 이제는 어느정도 자리를 잡아갈때쯤
크리스마스가 다가왔습니다.
크리스마스 이브날 아침
한국군 기지와 연해 있는 미군 해병대와 슬로바키아 군영에서는
아침부터 다들 난리였습니다.
캐롤송을 크게 틀고 트리를 만들고 바베큐 파티 준비를 하고,
또 기지 주 도로로 산타 분장을 한 미군들을 태운 대형 트럭들이
지나가며 동맹군을 향해 사탕을 던지며 성탄을 축하했습니다.
우리가 경험하지 못한 이국적인 크리스마스 풍경!
무척이나 낯설었습니다.

당시 저는 한국군 기지에서 일하는 현지인들을 위해 작은 선물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현지인들과 현지인 통역들은 기지로 들어와서
하루종일 일을 합니다.

저는 며칠전부터 미군 식당에서 갖고 오는 과일과 과자 그리고
음료수 등을 남몰래 모았습니다.
현지인들은 이러한 음식은 상상도 못하는 귀한 것들 입니다.

저는 그것들을 보기좋게 포장을 했습니다.
다른 부대원들 모르게 통역을 통해 현지인들에게 나누어 주었
습니다. 그들은 처음에는 얼떨떨한 표정이었다가 통역을 통해
제 마음을 전해 듣고 선물에 감사해 했습니다.
저는 이슬람교는 알라신 외에는 믿지 않아서 기독교의
크리스마스와 관련된 선물을 안받으면 어쩌나 하고
걱정을 했으나 다행히 받아 주어 오히려 고마웠습니다.

24일 이브날, 통역이 제 방으로 와서 쭈볏쭈볏 하며
뭔가를 내밀면서 선물 받은 감사의 마음으로
현지인 아이들이 만들었다고 합니다.

봉투를 열어보는 순간 웃음이 나왔습니다.
물자가 귀한 나라에서 어떻게 구했는지 크레용으로
아프칸과 한국 양국의 국기가 나란히 그려져 있고,
한국군과 아프칸 사람이 포옹하는 모습을 그린 그림이었습니다.
완전 감동이었습니다.
생각지도 않은 선물을 받았을때 감동 받는다고 하더니
비록 값비싼 선물은 아니었지만 아이들이 선물 받은 감사의
마음을 전하기 위해 그렸을걸 생각하니 감동이었습니다.
그러지 않아도 한국에 있는 우리 아이들이 보고 싶었는데
마치 그것을 알기라도 한 것처럼 이런 귀한 선물을 준 것에
너무나 감동이었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파병한 목적이 미군과의 동맹 제고 차원도 있었지만
6.25때 도움받은 우리가 이제는 우리 보다 못한 그들을 돕기
위한 목적이 크다고 볼수 있었다.
해서 현지인들을 고용하는 이유도 조금이나마
그 나라 경제에 보탬을 주기 위해서 였다.
우리가 그렇게 도움을 주면서도 과연 이들이 우리의 도움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싫으하지는 않을까 고민을 차제에
이런 선물을 받았으니 우리에게는 엄청난 힘이 되었고
더욱 더 이들과 가까워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우리의 현지인 대상 민사작전이 호응을 받고 있다는
나름대로의 자신감을 갖게 되는 하나의 계기가 되었다.

제가 글 솜씨가 없어서 표현을 잘 못했지만 당시의
그 감동은 잊을 수가 없습니다.
외국 그것도 연합군을 배타적인 시각으로 보는 아프칸에서
현지인으로부터 전해 받은 따뜻하고 가슴 뭉클한 그 카도로 인해
우리 한국군에게는 그 무엇과도 바꿀수 없는 크리스마스 선물이
되었던 기억이 나서 이렇게 어줍잖게 그때의 감동과 기억을
되살려 몇자 적어 봤습니다.

며칠전 아프카에서 우리 한국군이 완전 철수를 했습니다.
그동안 그곳에서 흘리고 뿌렸던 한국군 장병들의 땀과
피를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도 잊지 않기를 바라며,
그들이 지금의 우리와 같이 하루빨리 자립하여
비슷한 처지의 나라들을 진정으로 도와 주었으면 하는
작은 바램이다.

또한 우리들이 뿌린 땀과 피가 평화의 씨앗이 되어
다시는 전쟁이 없는 나라 분열이 없는 나라가 되었으면 합니다.

끝으로 한국 기업들이 아프칸을 진출하면 우리 한국군 중
희생된 젊은 호국 영령을 한번쯤 가슴에 새기며 그네들이
있었기에 아프칸인들로부터 환대를 받는다는 감사의 마음을
가져주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보잘것 없는 글을 끝까지 읽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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