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내 크리스마스는 푸른 파도와 함께~!
방주미
2007.12.17
조회 24
내 크리스마스는 푸른 파도와 함께~!

“크리스마스에 뭐해 줄꺼야?”
난 좀처럼 남자친구를 조르는 타입이 아니었다. 하지만 친구들이 남자친구 생긴 크리스마스에 뭐했냐고 물으면 꼭 뭔가는 말해야만 할 것 같았다. 늘 곰탱이같이 물렁하면 남자들이 만만히 본다고 친구들이 진심어린 코치를 하기도 했고 말이다.
언제나 까칠한 자기를 편안하게 대해줘서 내가 참 좋다던 남자친구 (그때 남자친구 나이가 34세니까 그런 까칠함을 받아 주는 내가 아마 좋았을테지?)는 평소에 뭐해달라 뭐하자고 하지 않던 내가 며칠째 눈을 똥그랗게 마주치며 이렇게 조르는 통에 아주 난처해 하고 있었다. 정말로 내가 뭔가를 원한다는 걸 알았으니 더 그랬겠지.
“일단 보자. 내가 서프라이즈 해줘야 더 좋을꺼 아니야..”
반신반의. 그냥 피해가려는 건 아닌가 걱정도 되었지만 아니면 아니지 거짓말은 안하는(안한다고 믿고 있는)남자친구를 그냥 믿어 보기로 했다. 여차하면 두고두고 써먹을 약점을 잡는다 생각하고.
2006년 크리스마스이브는 주일이기에 남자친구는 집에서 가족들과 함께 있다가 저녁때가 다 되어서 만났다. 시끌벅적 분위기를 살짝 살짝 비껴가며 우리 나름의 데이트코스에서 크리스마스를 맞으려나 하던 중에 남자친구가 집에 전화를 하란다.
“왜?”
“그냥 집에 전화해서 나랑 놀다가 아침에 들어간다고 해. 어머니가 나 믿잖아? 넌 나 못믿냐?”
길치인 나를 싣고 한밤에 남자친구는 어디론가 밤을 가르며 달려갔다. 그러나 졸다 깨다 졸고 있었는데...
“일어나봐”
“으응... 여기가 어딘데..”
밖은 어슴푸레 밝아오고 있었다. 그리고 들리는 파도소리.. 동해바닷가였다.
동해바다.. 그랬다.
나는 태어나서 한 번도 동해바다를 본 적이 없었다. 고향이 경남 진해 바닷가이다 보니 늘 보는게 남해바다. 서울와서 차도 없이 대학친구들이랑 소심하게 다녀온 여름 여행이라고는 서해 바닷가가 전부였던 나.. 이래저래 바다는 봤다고 동해바다는 뭐 별거라고..싶어서 그다지 꼭 가야겠다 싶지도 않았고 못가서 아쉽지도 않았었드랬다. 하지만 주문진에서 군 생활을 한 남자친구는 동해바다를 본 적 없는 내가 무척 신기했던 모양이다. 자기는 질리도록 봤지만 한번도 본 적없는 동해바다를 막연하게만 느끼는 나에게 꼭 그 예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늘 기름 값 핑계대며 뚜벅이 데이트를 고집하던 그가 힘든 운전을 마다않고 나에게 첫 동해바다의 감흥을 크리스마스 선물로 준비했던 것이다.
나는 그때 그 예쁜 동해바다의 일출을 내 마음속에 담을 수 있었다.
“메리 크리스마스~!”
그 어떤 산타할아버지가 이런 선물을 내게 줄 수 있을까?
혼자서 그 예쁘게 반짝이기 시작한 동해바다를 뜀박질 하며 신나 하고 있을 때. 남자친구는 차에서 골아 떨어져 있었지만, 아침에 코발트색으로 빛나는 예쁜 동해바다는 함께 마음에 담아서 돌아왔다.
까칠하지만 사랑스러운 남자친구는 지금의 내 반쪽이 되어서 한집에서 살고 있다. 1년만에 뱃살도 늘고 아저씨가 되어버렸지만 난 그래도 우리 자기가 너무 좋다. 내게 첫 동해바다를 선물해준 이쁜 자기. 내년 크리스마스에는 우리 둘이 아닌 세 식구로 동해바다를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올해는 뱃속에 쭈니어가 무거워 힘들지만 내년에는 꼭 같이가자~! 자기야~!”
“갔었는데 뭐. 또 가냐. 기름 값은 더 올랐고 쭈니어 감기 걸려서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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