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크리스마스에 관하여)
양미애
2007.12.18
조회 28
cbs와 딱 어울릴만한 추억을 갖고 있습니다.
동화에서 나옴직한 숲에 둘러 쌓인 하얀 예배당.
이곳이 우리 시골교회입니다. 이 예배당 성도들이 돌을 하나하나 쌓고 나무를 심어서 완성된 곳이랍니다.
우리 섬, 목포에서 배를 타고 서너시간이 걸리는 먼곳이었는데 신앙의 힘이 대단한지라 초대교회부터 시작된 믿음의 뿌리가 참 깊은 곳이었지요.
우리 할머니를 비롯해 모든 분들이 새벽제단을 쌓는 모습은 고향을 떠나온 지금도 여전하다네요.

하여 크리스마스는 지금처럼 세상 모든 사람들이 즐기는 날이기도 하지만 그때의 우리 섬 전체는 주님이 오시는 기쁨을 온전히 느끼고 살았다는 것이 맞는 표현같아요.
시골이라는 곳이 자연이 주는 놀잇감 외엔 별것이 없는 터라 교회는 우리의 놀이터이고, 문화이고, 예술의 감흥을 일말이라도 줄 수 있는 곳이었습니다.
방학이 되면 하루종일 비료푸대에 지푸라기 가득 넣어 언덕을 오르내리며 미끄럼을 타고 배꼽시계가 종을 울릴때만 집으로 들어가는 시간들인데 동상도 안걸린것보면 신기할 정도였어요.
크리스마스 한달전부터 온동네 아이들(그땐 정말 아이들이 많았어요) 온갖 준비에 여념이 없습니다.
작은 연극에 어떤 친구가 뽑히나는 자존심 문제였고, 반짝이 의상에 절로 깔깔 거리던 시간들.
예배당을 가득 메운 성도들 앞에서 발표를 하는 이브날에는 가슴이 떨려 대사가 제대로 외워지지 않을 정도였어요.
모든 순서가 끝나면 이것이 끝이냐 아니지요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12시가 되면 성도들이 모여 준비한 동지팥죽과 팥떡, 냉장고가 없어도 턱이 덜덜 떨릴만큼 차가운 콩나물국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열심히 먹고 떠들면 다음 할 일이 바로 새벽송을 나가는 것입니다.
1970~80년도엔 눈이 원도 없이 왔던것 같습니다.
눈만뜨면 천지가 하얀빛인데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기도하며 기다릴 일도 없을만큼 넘치는 것이 눈이었던 기억 모두 있지 않을까요?
30_40분은 기본으로 떨어져 있는 여러마을을 삼삼오오 손을 비비며 다니는데 눈길에 미끄러지면서도 어찌나 즐겁던지 크리스마스하면 으례 떠오르는 감사한 기억입니다.
새벽송이 모두 끝나면 학생부가 모이는 곳은 동이 터오는 바닷가입니다.
명사십리만 십리가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섬에도 십리를 쭉벋은 은모래사장이 있는데 밀물이 아직 오지 않은 발자국 하나 없는 눈바다를 밟아보지 않은 사람은 잘 모를겁니다.

매해마다 행복하고 기다리고 기쁨에 겨웠던 크리스마스가 이젠 교회에서도 행사처럼 지나가는 느낌일 때는 참 씁쓸합니다.
선물을 사야하고, 누군가 꼭 옆에서 챙겨아 하고 마음을 받는것 만으론 다 채워지지 않는 허전한 가슴들 때문인가요?
올해 크리스마스는 마음을 나누는 날들이 되시길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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