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등병]의 편지^^*
황덕혜
2007.12.31
조회 44
[엄마...다섯번만 부르면 아무리 웃고 있다가도 기어이 눈물을 뽑는 글자가, 세상의 그 많은 언어 중에 엄마라는 이 말이래...
엄마. 지금까지 이 아들놈 이렇게 잘 키워 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군대는 아무나 올 수 있는 곳이 아니야
수없이 좌절 하고 때론 자살 시도 까지 행하는 동료들을 보면서 군대란 나라에서 선택 받은 자 만이 올 수 있는 은혜 받은 곳이란 생각 요즘 많이해

누가 나한테 존경 하는 사람이 누구냐고 물으면 나는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내 어머니라고 말한다
엄마는 내 인생에 있어서 정말로 영웅이고 위인이었다
그 어떤 화려한 사람들 보다도 내눈엔 엄마가 가장 빛나 보였다

지금까지 쑥쓰러워 한번도 표현 못했는데 편지를 빌어 이렇게 고백해 볼게 -고맙고,사랑한다 엄마- ]


[엄마, 어제밤 꿈에 엄마가 보이던데 별일 없제? 이 아들놈은 너무 잘 있다~~
오늘 새벽녘 보초 설때 엄마가 끓여주던 커피맛 생각이 나면서 너무 간절해 지데~~ 역시 황마담표 커피가 세상에서 젤 맛있어 ㅋ

아침 커피는 늘 엄마랑 함께 했는데 그쟈?
이젠 혼자 마시더라도 아들놈이 건너편 자리에 있다~~ 생각하고 넘 쓸쓸해 하지마 알았지?

여기와서 새롭게 배우는게 너무나 많은것 같다
작은것, 사소하게 생각했던 하나하나가 다 소중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이제는 새벽에 일어나서 근무 서는것도 익숙하고 아침 6시만 되면 저절로 눈이 떠진다
빨래도 혼자 알아서 하고 전투화 닦는것도 익숙하다 옷을 입고 벗고 정리하는 것도 빨리빨리 하고 청소도 알아서 잘한다

갈증을 참는법, 배고픔을 견디는법,앉거나 눕는것을 참는법, 화가 나거나 짜증남을 누르는 법도 배우고 있다
군대오면 사람 된다는 말이 틀리지는 않은것 같네

내가 태어나서 대학 3학년 1학기 까지 배운 어떤 지식 보다 이곳에서 배우고 느끼는 시너지 효과가 엄청나~~
어디가서 이런 인간시장을 느껴 볼 수 있었을까?
나름대로 검증 된 무리 속에 생활 하다가 여기 와보니 정말 가관도 아니야~ㅋ

엄마 말대로 내 인생에 두번 다시 경험해 볼 수 없는 소중한 시간 인것 같아 머리속 하얗게 비우고 이곳 생활에 매진해 볼려구...

두고 온 바깥 세상 소식 안달복달 할것도 아니고, 또 일정 기간이 지나면 지겹도록 부대끼며 살아갈 곳 이니까..]


[엄마, 요즘 엄마 목소리가 예전 처럼 밝고 유머스러져서 이 아들놈, 엄청 신나는것 알아?
참 밝고 명랑한 분이었는데...
그래도 엄마 덕에 갱년기 우울증이 이렇게 무서운 거구나 느낄 수 있었어

내가 다는 알 수 없지만 혼자서 이 집안 꾸려온거, 흉사엔 꼭 엄마가 해결사 라는거, 아무도 할 수 없는일 마무리 해줘도 인사는 커녕 뒤통수에 직격탄 날리는거...

서울 올라 오기전, 큰엄마와 고모의 암수술비, 그리고 퇴원 시켜 우리집에서 조리 시킨일, 그 식솔들 까지 다 불러서 먹이고 재우고..
우리집이 넓다 해도 누가 엄마 처럼 해주는 사람 있었노?

또 그분들이 엄마를 얼마나 아프게 했노?

명절에 친가와 외가를 가보면 확연하게 느껴지는게 있다
사람의 마음결에도 등급이 존재 한다는걸..
그리고 엄마가 외가에서 얼마나 사랑을 많이 받고 자란 분 이란걸..

ㅋㅋ 외할아버지 무릎에 중 2때 까지 앉았다며?
너무 심했던것 아니요? 황여사~~~~

군대 오기 전 엄마가 소리 죽여 울고 있는 모습 몇번봤다
아무것도 해 드릴수 없는 내 자신이 너무 무능 하게 느껴졌다...
25년간 켜켜히 쌓여 있을 앙금 덩이들, 그저 혼자 눈물로 풀어내는 엄마의 뒷모습...
왜 엄마가 해주는건 당연하게들 여기는지 왜 그런 엄마를 보듬어 줄 사람 하나 선뜻 나서지 않는건지..
옹졸함의 극치..


이젠 엄마를 외롭게 안할게
혼자 울도록 두지 않을게
울고 싶고 소리소리 지르고 싶을때 이 아들이 당신 곁에 있어줄게
혼자 울지말고 혼자 아프지 마라

결국엔 엄마 스스로가 치료 방법을 찾아 냈네
cbs 로고만 봐도 땅에 엎드려 넙죽 큰절 하고픈 마음이다

엄마,1월 5일엔 가족이 면회 올거지?
기다려지네..
그리고 은혼식때 해외여행 결정 잘 한거야~~
군바리 아들도 그때 용돈 보탠다!! 천원~~ㅋㅋㅋㅋ

돌아오는 출국장에 서로 다른 문으로 삐짐해서 나오지 말고, 서로 정분이 깊어져 아빠 등에 포대기 둘러 업혀 나오지도 말아라~~~엄마~~

늘 엄마 앞에선 작아지는 아빠, 또 터키 남자에게 맘 뺏긴 엄마의 껍데기만 데려 오는것 아닌지 모르겠네~~
아주 심히 걱정되네~~ㅋㄷ]


이런 숙제를 주시다니...ㅎㅎ
올 한해 제곁에 마중물 역활 해 주셔서 너무 감사 했습니다
은헤, 잊지 않을게요^*^


신청곡

아들이 넘 좋아 하는 이승환 노래 모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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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가평군 가평읍 마장리 사서함 567-19호 제3 야전수송 교육단 하색 운전교육대 제2 수송중대 3소대 이병 정영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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