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청취자 쉼터에 작가님이 '모찌'에 대하여 언급한 글이 있었다
갑자기 옛기억이 떠올라 혼자 실실대며 웃었다
여자들은 새달력을 받으면 꼼꼼히 기록 할 일들이 많아진다
특히나 시댁의 길흉사를 잊어 버린다는건 신 칠거지악의 하나다
내나이 32살 되던 봄의 어느날..
달력에 빨간 색연필로 둥글게 동그라밀 쳐 놓고 밑에 아무 글자도 써놓지 않았다
보통은 시할배 재사, 시할매 제사, 아버님 생신, 어머님 생신, 여보야 생일 등등의 글귀를 남기는게 상식 이지만 내생일은 그사람이 알아서 챙겨 주는게 맞다는 생각을 그때 까진 했다
아무 말 한마디, 전화 한통 없이 하루가 저물었다
그러면 그렇지..내복에 무신 생일 타령??
애써 가슴을 쓸어 내렸건만 아픈 속은 영 불편했다
그날따라 일찍 귀가한 남편..
미역국에 밥 한그릇 자~~알 말아 먹고도 감감 무소식
뒷정리 다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그때, 정면에 걸린 달력에 눈길을 꽂고 있던 이 남자, 벌떡 일어나 앉더니...
"오늘이 며칠이고? 아니 그런데 당신은 와 내한테 아무 소리 않했노? 가만 있어봐라... 근데 오늘이 어느 분 제사고? 그라마 우리가 큰집에 지금 이라도 가야 되는거 아이가?"
아이구..맙소사
그냥 입닫고 있었음 2등 이나 하지..
그 사건 이후 틈만 나면 남편 앞에서 푸념조로 신세 타령 했다
"아이구 불쌍한 울 아부지 딸을 맹글라 카마 시할배 제삿날 맞추어 맹글지.. 막내 사위가 딸년 생일도 못 알아보고 어느분 제삿날 이고 물어대니..."
시간만 나면 일년 내내 씹었다
안그래도 과묵한 내남자..쭉도 못썼다
드디어 대망의 33살 되던날..
기대애 부풀었건만 하루 종~~~~~~~일 묵묵부답
어쭈구리~~밤 11시 30분이 지나도 콧배기도 안 비쳐야~~
속이 서러움에 바글바글 끓으면서 요 인간을 직여버려? 살려버려? 하는 순간
"각시야~~각시야~~ 니 서방님 왔다 얼른 버선발로 뛰어 나와바라"
온동네 개들이 일제히 각양각색의 음질로 짖어댔다
"아이구~동네 챙피스럽게 와 이카는데? 빨리 둘어오소 고마"
"뭐가 동네 챙피스럽노? 니하고 내하고 부적절한 관계가? 언놈들이 뭐라카드나?"
평소에 과묵함이 밑기지 않을 정도로 술 한잔 들어가면 개살스럽기가 이등 하라면 서러울 판이다
예상대로 술냄새를 훅 끼치며 내 귓볼에 뽀뽀를 쪽 하더니
"가시나, 오늘 속 바글바글 끓었제? 작년 니생일은 쏘리했다~~ 여기 내마음 다 담겨 있으니 그리 알아레이~~ 당신 좋아 한다꼬 제과점 세군데 돌아서 싹쓸이 해왔다 좀 더 있었으마 더 사왔을낀데... 그라고, 나는 니한테 미안해서 맨정신으로 오늘 못 들어 오겠더라 아나? 니가 내맴을?"
하얗고 자그마한 종이상자 하나, 두꺼운 노란 고무 테이프 세개가 미쳐 닫기지 않는 윗뚜껑을 간신히 지탱해 주면서 안의 내용물이 쏟아 지는걸 방지 해주고 있었다
만취 상태의 남편을 수습해서 자리에 눕혀 놓고 부엌에 들어가 종이 상자를 열었다
찹쌀 모찌 57개...
요즘처럼 동글동글한 모양이 아니고 넙적 넙적한 모양의 찹쌀 모찌들이 좁은 상자 안에서 짓눌려 있었다
다른 그릇에 옮겨 담으며 보니 모양이 찌그러진넘, 팥속이 터져 나온넘, 형태도 제각각 이었다
갑자기 눈앞이 뿌옇게 흐려 지면서 모찌들의 모양이 물결을 탔다
이걸 사오기 위해 세군데 빵집을 다녔을 남편..
그모찌, 일주일 동안 생으로 먹고 후리이팬에 구워 먹으며 남편의 사랑을 만끽했다
지금도 모찌 얘기만 나오면 남편의 찐득한 사랑이 떠오른다
신청곡
영재님~~
어제 살짝 맛만 보여준 박선희의 "하늘"
신청 합니다
꼭 좀 틀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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