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를 두 사내와 .......
김미숙
2008.01.05
조회 47

겨울 방학을 하고 도서관에서 공부 하는척 하고 있는데 다른 과 선배가 저를 부릅니다. 군대 간 친구가 저에게 면회 한 번만 꼭 와달라고 한다면서. 생각해봤습니다. 왜 나를 찾는지 도저히 이유를 모르겠더라구요. 강원도 화천이라는데 참 난감했습니다. 호랑이 같은 아버지 때문에 외박이라는 건 꿈에도 생각 못할 시절이었으니까요. 며칠 고민 끝에 첫차 타고 가서 막차 타고 오기로 하고 떠났죠. 고속버스에 둘이 앉아서 몇시간을 가는데 분위기 어색하더라구요. 가는 날이 장날이었는지 그날 눈이 엄청나게 온 다음날이었습니다. 서울은 눈이 없었는데 화천에 도착하여 부대까지 버스로 겨우겨우 갔을 정도였으니까요. 지금도 기억이 생생한 화천군 상서면. 면회 신청하고 밖으로 나와 갈만한 곳을 찾아보니 온통 나무들 뿐. 우리가 필요치 않은 몇개의 가게들, 그 가운데 제과점 하나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제과점에 있는 모든 빵을 하나씩 골라 고생한다며 많이 먹으라고 하고 서먹서먹한 분위기에 지금 내가 뭐하고 있는건지 알 수가 없었죠. 한참을 맛있게 먹고 친구와 이런 저런 이야기 나누더니 같이 간 친구를 잠깐 나가 있으라고 합니다. 그 추운 날에 말이에요. 그 선배 저에게 고백했습니다. '내가 정말 좋아했고 지금도 널 얼마나 좋아하는 줄 아냐' 항상 보고싶었다면서 눈물까지 글썽이더라구요. 그 선배는 웃을 때 눈웃음을 쳐요. 어디에도 빠질 인물은 아니었죠. 나를 생각해 주는 사람이 있다는데 기분 나쁠 사람 없을 겁니다.하지만 제 마음은 어떤 물결이 일렁이지 않았습니다. 같이 머물 시간 부족했기에 그 먼곳까지 가서 겨우 한시간 정도 있다가 또다시 고속버스에 몸을 실었는데 어째 마음이 뒤숭숭 했습니다. 뭘 잘못한 것도 없는데 그 선배한테 괜히 미안한 생각이 들었구요. 아침 일찍 일어난 탓에 버스에 오르자마자 저도 모르게 잠이 들었나 봅니다. 자는 동안 뭔지모를 포근함에 정말 따뜻하다는 생각을 하면서 취해 있다가 버스가 브레이크를 밟은 탓인지 깜짝 놀라 깨어보니 아 글쎄 옆에 있는 선배 품에 있는 겁니다. 제 몸이 그 선배쪽으로 가 있었고 그 선배 저를 한쪽 팔로 감싸고 자고 있는데, 이를 어찌한답니까? 그대로 있을 수도 내 자리로 돌아올 수도 없는 상황입니다. 지금 같으면 별 대수롭지 않을테지만 그 나이에는 얼마나 창피하고 어색했는지 모릅니다. 그리고 조금 후 저는 묘한 감정을 느꼈습니다.설레임과 심장박동소리가 빨라지는 것들이 있는 것, 아, 이것이 남자구나. 이 감정이 지속된다면 정작 면회오라고 했던 그 선배 한테는 미안한 일이지만 둘이 좋아하는 사이가 될 수도 있겠다라는 혼자만의 상상을 잠깐 동안이나마 했습니다. 그러나 그 생각을 한 지 얼마있지 않아 이제 막 잠에서 깬 듯이 제 자리에 돌아와 눈을 뜨고 옆에 있는 선배 모습을 보니 잠깐 동안 생각했던 그 모든 것이 순간 사라짐을 느꼈습니다. 또다시 어색한 분위기에 몸둘바를 모르겠더라구요. 하루동안 두 남자와 함께 하면서 작은 행복을 느꼈고 이튿날, 어제의 일을 다 잊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갔습니다. 군대 면회는 딱 세번. 두번 갔던 이야기는 먼훗날 뱉어 내겠습니다. 이 이야기는 그 누구에게도 말한 적 없는 추억이라면 추억입니다. 반 세월을 같이 하면서 소중한 비밀들이 하나씩 벗겨지고 있습니다. 유가속에서는 다 내뱉을 수 밖에 없어요. 요즘 이등병이라는 단어가 자꾸 눈에 아른거리다 보니 그날이 떠올라 몇자 적어봤습니다. 그 선배 지금 군대에 있다면 편지도 잘 쓸 것 같은데.. 그 땐 왜그렇게 감정이 메말랐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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