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어머니와 고추장을 담으면서..
강희영
2008.01.05
조회 23
주말이라 시간을 내어 시어머니와 함께 고추장을 담았습니다.
작년까지도 장 담는 날짜를 정하시면 바로 담그시던 것을 올 해는 몇 주일 째 벼르고 벼르다가 오늘에서야 겨우 담았지요.

즐겁고 쉽게 하던 일을 해가 거듭하고 칠순을 넘기시면서 힘겹게 생각하시네요. 그 때마다 전 이렇게 말씀드리곤 하지요.
" 앞으로 5년 동안은 어머니가 담아 주시는 장 먹을 래요. 5년간 잘 배워서 제가 담아 먹을 게요."
해마다 5년이라고 하니 그 5년이 언제 끝날 지 모르지만 계속 해는 거듭하고 제가 하는 말은 늘 같습니다.

하지만 세월이 가긴 가나봅니다. 어머니는 간도 잘 안 맞는다 하시고 맛도 그전만 못하다고 늙긴 늙었나보다고 하시니말입니다.
" 어머니, 세월이 갈수록 저는 어머니가 담아주시는 장이 제일 맛있어요. 사먹는 것보다 훨씬 개미가 있어요. 아무래도 어머니가 더 오래 담아 주셔야 할 것 같아요. 아~ 맛있어라."
저는 검지 손가락으로 고추장을 찍어 '쪽'훑어 맛을 보며 그렇게 말씀드리지요. 그냥 어머니 기쁘게 해 드리려는 소리가 아니라 사실이랍니다.

자식들을 위해서 아직도 당신이 뭔가 해줄 수 있다고 생각하시는 기쁨, 전 어머니의 힘은 이 기쁨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그 기쁨을 오래도록 지켜드리고 싶어요.
고춧가루에 메주가루를 넣고 나무주걱으로 젓는데 팔이 아프더라구요. 두손으로 열심히 저으면서 제가 어머니께 정태춘(?)의 촛불을 불러 드렸어요. 가능하다면 어머니께 원곡을 들려드리고 싶네요.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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