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부엌 상부씽크장에 매달린 라디오에선
신나는 음악이 오늘도 주방일로 손이 바쁜 나의 귀를 즐겁게
해줍니다.
가물가물한 기억 속, 초등학교 시절의 저는
가요를 꽤 좋아했습니다.
직사각형 모양의 까만 카세트라디오를 늘 제 곁에 두었지요.
그래서인지 제일 좋아했던 가수는 지금은 작고하신 '진정 난 몰랐었네'의 최병걸씨랑 쌍벽을 이루었던
'조경수'씨였어요.
영화'말아톤'의 '초원'이 역할의 영화배우로 뮤지컬'헤드윅'의 배우로 활약 하고 있는 '조승우'씨의 아버지이기도 하죠.
몇년 전 미국에서 돌아와 신병치료를 하고 영화 '하류인생'을 찍은아들과 함께 방송무대에 서 기쁘다며 '행복이란'노래를 열창하시는 모습을 보고 무척 반가웠던 기억이 납니다.
'김민식'씨의 '아름다운 나의 사람아' 이젠 가요계 마이다스의 손이신 '이수만'씨의 '행복' '김정호'씨의'이름모를소녀'
우리 아버지를 닮은 '김만수'씨의'그사람'등...
81년에 제가 초등학교 5학년 이었거든요.
중학교땐 70년대 대학가요제에 나온 노래들을 즐겨들었어요.그중에서 '내가'를 부른 김학래,임철우씨에서 '김학래'씨의 왕팬이었요.용돈을 조금씩 모아서 테잎을 하나 샀는데 어찌나 기쁘던지요.
고등학교 땐 둘리'변진섭'오빠의 열렬한 팬이 되었어요.돈이 생기면 사진,잡지,테잎 등을 사고 사진은 보이는대로 다 산 것 같아요.
그 돈은 다 어디서 난건지? 참고서 산다고 엄마에게 거짓말...
그 당시 진섭오빠는 스카프를 목에 둘러매 셔츠 깃속에 깔끔하게 넣는 차림을 많이 했었어요.제가 가만 있겠습니까 깃이 있는 빨간색 티셔츠에 검은바탕에 작은 노란 땡땡이가 있는 스카프로 진섭오빠와 같은 패션을 공유했죠.커다란 전지를 사서 A4사이즈로 접어 초록색 펜으로 매일 팬레터도 썼어요.다 채우면 보내려고요.진섭오빠의 인기는 날로 높아지는데 저는 그런게 싫더라구요.오빠를 좋아하는 사람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왠지 점점 나와는 멀어지는 것 같아서요.원래 먼사람이잖아요.참 우스워요.
찐감자를 좋아한다는 막내아들 진섭오빠를 자랑하러 잡지에 나오신 오빠의 어머니 모습을 보니 제가 제일 좋아하는 우리 큰 고모랑 너무 닮으신 거예요.그래서 더 좋아했던 것 같아요.
이런 제게 신의 선물인지,아는 언니가 오빠의 콘서트 표를 한 장 구해주신 거예요.전 여주에 살고 있었으니 18세 여고생이 감히 서울 한복판에서 열리는 콘서트를 가리라고는 생각도 못했었거든요.
표는 달랑 한 장이지만 전 망설임 없이 서울행 직행 버스로 콘서트구경길에 올랐습니다.
콘서트 장소는 남산에 있는 '힐튼호텔 컨벤션센터'
경동시장 근처에 있었던 마장동 터미널에서 내려 지하철을 타고 물어물어 힐튼호텔 앞에 가니 심장이 멎는 듯 하고 다리에 힘이 풀리는 것이 진짜 내가 진섭오빠를 가까이서 보고 노래도 들을 수 있을까 싶은게 정신이 없었습니다.
기쁨과 설레임도 잠시
호텔 앞에 길게 늘어선 줄을 보니 갑자기 제가 너무 작고 초라해
지는거예요.저 수많은 사람들중에 한 명이 저라고 생각하니 좀 비참해지는게 기분이 확 나빠지구요.그래도 얼른 가서 줄을 섰지요.
오랜시간 서 있다 보니 앞에 여학생 두 명이 자리 좀 지켜 달라고 하더라구요.뭐 좀 먹고 온다고요.그때서야 아! 이런곳엔 혼자가 아니라 짝을 지어서 와야 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공연 시작은 2시.
1시가 지나니 사람들이 술렁술렁.1시 30분 입장이 시작되더니
길던 줄이 갑자기 흩어지며 사람들이 막 뛰는거예요.그래서 저도 막 뛰었죠.그 덕인가 저는 공연장 앞 쪽에 자리를 잡았지요.무대 양 옆에 내걸린 오빠의 대형사진들을 보니 진작부터 뛰던 저의 심장이 꼭 몸밖으로 튀어 나올 것 같더라구요. 얼마 후 시작된 공연.
미색 바탕에 금색줄 들어간 정장차림의 뽀얀 오빠의 모습에 전 그저 멍한 얼굴로 소리만 질렀습니다.
많은 팬들의 모습을 보더니 '서정주'님의 '서시'를 인용해서
"변진섭의 콘서트에 오려고 팬들은 아침부터 이렇게 줄을 섰나보나"하며 약간 거만한 듯,그러나 결코 밉지 않게 처음 멘트를 시작하며 이를 살짝 보이곤 큰 미소를 지으셨죠.
'희망사항'과'너에게로 또 다시'가 가요톱텐에서 1,2위후보를 다툴 때였었지요.그 인기는 누구랑 비교할 수 없을꺼예요.아직 그런 가수는 없었지요.아마도.
한 가수의 노래가 동시에 1,2위 후보에 동시에 오른일은요.
가창력 좋은 진섭오빠는 본인 노래뿐 아니라 가장 좋아한다는 선배'김수철'씨의 노래중에 '별리'를 불렀어요.오빠의 어머님이 좋아하시는 노래라면서요.
역시 멋지더라구요.그러더니 한창 유행하던 트롯가요 '이태호'씨의'미스고'를 구성지게 꺽어 부르시데요.
노래에 홀딱 빠져 있던 저에게 날린 한마디"오늘은 긴장했는지 잘 안되네"저는 "아~~~~~~~~~악"
하며 기절 직전이었죠.
아우.지금도 가슴뛰고 손도 벌벌 떨려요.너무너무너무 좋았고,절대 못잊을 추억이죠.
앵콜도 준비를 했는지 많이 받아주구요.
끝나고 돌아서서 혼자 나오는데 막 눈물이 나는거예요.
그냥 허탈하구,쓸쓸하구 그랬어요.
밖에 나오니 다음 공연 보려는 사람들의 끝없는 줄이 제 눈에 들어왔어요.
저는 마음속으로 이야기했죠.'오빠 미워.나 말고도 이렇게 오빠 좋아하는 사람이 많으니까.'하고요.
직행버스에 몸을 싣고 여주에 다시 돌아오니 깜깜하더군요.
그 날이 마침 가요톱텐 하는 날이라 얼른 TV를 켜니 콘서트 때 차림 그대로 진섭오빠가 나오는 거예요.
미운마음 사라지고 또 다시 반가운 마음으로 지켜봤죠.
임성훈,오영실아나운서가 진행을 하구요.오빠 옆에 서 있는 오영실아나운서가 어찌나 부럽고 밉던지...
그 날은 '희망사항'이 1위를 차지 했구요.
뭐든지 처음이라는 건 격는 이를 설레고,두렵게 하나봐요.
지금까지 저의 첫 콘서트 이야기였어요.
이 글을 쓰며 옛 추억 하나,아주 커다란 추억의 기쁨 하나를 아껴가며 꺼내 보았어요.
다시 한 번 멋진 추억하나를 남길 수 있는 기회를 갖고 싶네요.
지금 어깨가 무지무지 아프네요.쓰고 지우고 쓰고 지우고...
저요,지금 혹시 뽑힐까? 하며 설레고,
안 뽑히면 어쩌지.하며 두렵습니다.
꼭!!!!!!!! 뽑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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