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서트]공연장에서 춤추며 신났던 날
이인화
2008.01.10
조회 14
연일 스모그와 안개 때문에 희뿌연 세상을 바라보며 마음도 무거웠었는데 며칠만에 햇빛을 보니 마음도 밝아집니다. 고3 수험생 딸이 오늘 대학교 면접을 보러 가서 떨리기는 합니다. 작년에 이어 새해까지 이어진 고3들의 대입이 저희 가정에서도 가장 중요한 일입니다. 일류는 아니더라도 대학에 합격해서 멋진 20살의 첫발을 내딛기를 매일매일 기도하며 사는 40대 주부랍니다.

작년에 영국의 스모키그룹이 내한했었지요. 제가 대학교 1학년 때 듣게 되었던 스모키의 `멕시칸 걸'을 너무 좋아해서 강의가 2시간 정도 비는 날이면 어김없이 대학 앞 음악다방에서 신청곡으로 듣곤 했어요. 매일 들려 같은 노랠 신청하니 나중엔 음악다방 DJ가 제가 들어서면 알아서 들려 줄 정도였지요. 물론, `멕시칸 걸'만이 아니라
`리빙 넥스트 도어 투 엘리스'나 `왓 캔 아이 두' 등도 좋아했답니다. 스모키가 온다기에 중학교 동창과 함께 올림픽공원까지 원정 갔답니다. 40대 이후의 중년들이 속속 콘서트장을 메웠어요. 저는 팝 콘서트장은 처음 갔는데 저희 나이 또래의 사람들이 공연장을 꽉차게 메운 모습을 보며, 웬지 모를 동질감과 소속감을 느꼈었답니다. 제 앞에는 아마도 영국인 남편같은 백인과 예쁘게 생긴 인도 부인과 7~8세쯤 되어 보이는 귀여운 그들의 딸이 앉아 있었습니다.
공연이 시작됐습니다. 스모키 멤버들도 나이들어 중년의 모습이었고 예전의 목소리는 아니었지만 공연장을 뜨겁게 달구었답니다. 바로 앞에 앉아 있는 인도 여자가 계속 앉아서 어깨춤을 추더니 급기야 일어나서 딸과 함께 춤을 추기 시작하는 겁니다. 처음엔 신기해서 친구와 웃으며 바라보았는데, 음악을 사랑하고 즐길 줄 아는 그 모습이 너무나 부러웠습니다. 그녀는 타인의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고 너무나 즐겁게 공연을 즐기고 있었고 그런 모습을 그의 남편은 사랑스럽게 지켜보며 아내와 딸의 사진을 찍더군요. 우리 남편같았으면 "사람 많은데서 창피하게 뭐 하는 거야?"하며 주저앉게 했을 텐데 말이죠. 그녀의 모습을 지켜보다 저도 모르게 노를 따라부르며 어깨춤이 나오더군요.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일어나서 환호하기 시작할 때 급기야 저도 일어나서 춤을 추었답니다. 대학 때 디스코장에 다닌 이후 20여 년 동안 춰 보지 않던 춤을요. 음악에 몸을 맡기고 춤을 추었습니다. 쭈빗거리는 친구를 일으켜 세워 함께 춤을 처었지요. 몸치인 친구는 박수 치며 발 구르는 정도였지만 제 친구도 태어나 한번도 안 해 본 행동을 하며 웃고 즐겼지요. 저희 주변 사람들이 처음엔 이국 여인의 흥겨운 춤을 구경 삼아 보다가 따라서 춤을 추기 시작했답니다. 아마도 저처럼 20~30년 전 20대를 추억하며 몸을 흔든 것 같습니다. 무대 위 스모키도 앵콜까지 열창을 하며 흥을 돋우었답니다. 공연이 끝나고 쏟아져 나오는 40~50대 모습들이 상기돼 있었습니다. 잠시동안 20대로 돌아가 공연을 즐긴 모습이었지요. 친구와 저도 상기된 얼굴을 마주보며 웃고 있었습니다. 생활고에 시달리던 제 친구는 "너 때문에 잠시 힘든 일들 잊고 즐거웠어."라고 말해 주어 저도 고마웠지요.
이제 곧 저도 50이 됩니다. 자주는 못 가겠지만 제가 좋아하던 가수들의 공연이 있으면 그 날처럼 찾아가 노래도 부르고 춤도 출 겁니다. 공연을 즐기던 그 예쁜 인도 여인처럼 제가 먼저 어깨춤을 추다 일어나 못 추는 춤을 추면 제 또래 중년들이 용기내어 함께 즐길 수 있을 겁니다.

올해 50이 된 남편이 고혈압으로 요즘 힘들어하는데, 함께 좋아하는 나나무스꾸리 공연 보며 마음 차분하게 새해 행운 빌어 볼까해서 공연 초대 부탁드립니다.

인천 애청자가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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