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겨울의 찻집 듣고 싶어요
이인화
2008.01.12
조회 23
어제 첫곡 들으며 가슴이 먹먹해졌습니다. 벌써 20여 년 전이었지요. 대학 졸업하고 취업이 안 된 첫 겨울있었습니다. 중학교 단짝친구와 겨울여행을 떠났습니다. 강릉에서 하루 머물며 새벽에 일출을 보러 세수도 안 하고 나가서 바닷가에 쭈그리고 앉아 하염없이 바다만 바라보았습니다. 추위에 눈물이 나고 뺨이 얼어붙는듯 한데도 미동도 하지 않고 바다만 바라보았습니다. 대학 졸업하고 취업준비한다고 매일 도서관에 틀어박혀 냉소적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우울할 때였기에 가슴 답답하고 서러웠지요. 수면 위로 떠오르는 해를 바라보며 울었습니다. 20대 내 청춘이 서러워서, 그리고 언젠가 내게도 태양이 떠오를 거라고 생각하며.
저희 곁에 두 청년이 다가왔고 세수도 안 하고 눈물자욱이 남은 얼굴로 자연스레 얘기를 하다가 우리의 다음 행선지가 오대산이란 걸 알려 주었지요. 대학생인 그들이 우릴 따라와서 오대산에 함께 동행하며, 기타를 가져온 그 일행이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노랠 불어 주었습니다. 바로 어제 첫곡으로 나온 이정석의 노래를. 우리도 함꼐 노래를 부르며 마음을 열어갔지요. 오대산은 어마어마한 눈으로 그림같은 풍경을 만들었지요. 걷다가 나뭇가지가 눈의 무게를 감당 못해 떨구어내는 눈벼락을 맞으며 노래를 부르며... 그 때 찍은 사진들은 지금의 남편의 불같은 질투로 다 없애 버렸어요. 몰래 한두 장 남겨 두었으면 좋았을 텐데... 그 이후로 겨울이 오고 눈이 내리면 이정석의 노래를 듣습니다. 제 청춘의 한 장을 아름답게 기억하게 해 준 일이었기에.

오늘은 조용필의 `그 겨울의 찻집'을 듣고 싶습니다. 이 노랠 들으면서 울던 직장동료가 생각나서요. 올겨울에 시간나면 남편과 한적한 시골 찻집에 들려 그 옛날의 다방커피 한 잔 마시고 싶네요.

오늘 하루도 흰눈만 바라보며 지내렵니다.

안녕히 계세요.

인천 애청자가

댓글

()
※ 댓글 작성시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책임을 담아 깨끗한 댓글 환경에 동참해 주세요. 0 / 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