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년) 먼기억 그시절을 떠올리며..
김은경
2008.01.23
조회 27
중국에서 나와 둘째아이를 낳고 친정에 있은지도 벌째 3달째가 되어간다..
태어나면서 잠깐의 병마로 병원신세를 졌던 우리 둘째아이는 , 우리가족과 나의 마음을 아프게 했음을 물론이요,매일같이 내 대신 인큐베이터에 있는 아이 병원을 들락거려야 했던 나의 세째 언니의 몸도 고단하게 했다.
늘상 고마움과 미안한 마음 가득했던 , 그러나 살갑지 못한 성격과 이래저래 마음의 여유를 갖기 힘들어 " 고마워 언니 " 라는 말 한마디 전하지 못했던 나에게 그 모든것을 한번에 표현할 좋은 기회의 소식을 언니는 전해주었다.
항상 차에서 듣던 , 유영재의 음악속으로 라는 프로에서 유년시절의 겨울이야기에 관한 사연을 올리면 좋은 공연을 볼 수있다 라는 것 이었다.
물론 결혼 전 뮤지컬과 연극을 섭렵하며 즐기던 , 그러나 쌍둥이를 낳고 결혼 10년이 되어가면서 부턴 그저 그땐 그랬지 라고 지난 시간 회상만 하며 지내던 언니였고 , 이번도 역시 진짜 보고싶다 라는 희망 아닌 미망 정도로 이야기를 접었던 언니였다.
그래? 하고 심드렁 했지만 , 언니의 소박한 바램 .. 내가 한번 해볼까 ..이제 곧 돌아가게 되고 중국으로 가게되면 한동안 언니 보기 힘든데.. 나에게도 잠시쯤은 언니와 좋은 공연을 보며 자매간의 정담을 나눌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해서 유년시절의 기억을 더듬으며 그시절의 겨울을 떠올리기 시작했다.
70-80년대, 그시절 대부분 힘들고 배고팠었을 테지만 - 사실 그렇게 위안해 보는 것일테다 .ㅎㅎ- 우리가족 또한 많은 식구와 넉넉치 못한 형편에 늘 배고프고 추웠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나마 여름은 따른 놀잇감이 없었어도 물놀이도 하고 술래잡기 , 다방구 등을 하며 뛰어놀다보면 뉘엇뉘엇 해지는 저편에서 일나갔다 돌아오시는 엄마 아빠를 금새 보는듯 했지만 , 겨울은 정말이지 너무도추워 그저 집에서 언니들과 하루종일 엄마 아빠를 기다려야 했다.
4자매가 옹기종기 모여 할 수 있는게 뭐가 있을까..지금생각하면 다른 놀이도 한번쯤 해볼만도 한데 , 그때 우린 정말 우습지만 모두 모여 허름한 담요 한장을 깔고 화투를 쳤다.
사실 우리 부모님은 두분다 모두 화투를 즐겨치지 않으셨는데 , 그땐 여기저기 동네 분들이 화투를 많이 쳤던것 같다
한가족 같이 모여살던 달동네 이기에 담너머 보던 화투광경들이 금새 익숙해졌고 그랬기에 우리 자매 모두 화투엔 익숙했던 것일까?
암튼 , 그때는 그렇게 몇시간 동안 성냥으로 내기를 하며 화투를 치고 그러다 둘째 세째언니는 싸움이 나고 , 여리고 어렸던 난 울음이 터지고 하지만 딱히 다른놀이를 알지도 , 할수도 없던 우리는 주체못할 시간을 보내기위해 다시금 화투를 치고 .. 어느덧 창가로 붉은 기운이 올라올 때 쯤 엄마 아빠는 추위에 익은 얼굴로 들어오시곤 했다.
화가나신 엄마는 화투를 모두 잘라버리신 후 우릴 야단치셨고 , 야단맞아 주눅들어 방 한칸 귀퉁이에 주눅들어 앉아있던 우리는 그래도 두툼한 비계가 많았던 돼지고기와 두부를 숭덩숭덩 썰어넣은 김치찌게에 모두 둘러앉아 허기진 배를 채우며 잠시나마 서럽고 야속했던 부모님을 향했던 마음을 다 잊을 수 있었다.
우리의 겨울 놀이 화투는 짤려진 플라스틱화투장이 아닌 우리의 엉성한 그림이 그려진 종이 화투로 겨울 내내 계속되었고 , 뒤에서 재촉하는 봄기운으로 겨울눈이 녹아버리 듯 , 나이를 먹어가는 우리에게서 차츰 차츰 멀어지게 되었다.

늘 일을 하셔야 했던 부모님 이셨기에 그 어린 나이에 창경원 한번 가보고 싶은 소망을 갖고 지냈던 우리 4자매 . 그러나 누구하나 떼씀 없이 ,조금은 우습지만 , 화투로 그 춥고도 지루했던 겨울을 이겨내며 모두 잘 자라 주었다.
이젠 다들 엄마가 되고 다른 공간에서 각자 잘 살고 있는 우리 자매들..내가 추억하듯 다른 언니들도 그 시간을 가끔은 떠올리며 지낼까.. ?
올 가을 , 아빠 칠순으로 모든 형제자매가 모일 10월엔 그 시절처럼 한방에 모여앉아 햇밤을 까먹으며 밤새 추억속의 이야기들을 나누고 싶다.
더이상 서글프지도 않고 그저 잼나게 유쾌하게 웃으면서 말이다.


*쓰다보니 정말 두서없네요..죄송합니다..
담달 초에 중국으로 돌아갑니다. 염치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꼭 언니와 공연보며 좋은 시간 보내고 싶어요.
기회를 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좋은하루 축복가득 하시길^^

신청곡 - 카니발 " 거위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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