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년] 어린시절 겨울 이야기라....
황덕혜
2008.01.23
조회 36

며칠간은 친구들이 집에 넘쳤다
밖으로 불러내다 지쳐 저희들이 쳐들어왔다...

나이가 주는 여유일까?
전혀 이질적인 집단에 속하는 그들 이었지만 '황덕혜를 아는사람'이라는 타이틀 하나로 서로 연락처 주고 받고 난리가 났다

헤어질땐 자기들 끼리 포옹하고 언제쯤 밥한끼 먹자고 날짜를 꼽는다
한바탕 분탕질 치고간 뒷자리, 난 머쓱히 서있었다
사람 수 대로의 찻잔과, 과일 껍질들과, 빵부스러기와, 먹다남긴 김밥과, 스페셜 치즈 떢볶기....

하나하나 정리 하면서 그들이 남긴 많은 얘기와 웃음과 삶에의 잔잔한 걱정꺼리들을 반추해본다
사람은 어우러져 부대끼며 살아야 한다는걸 새삼 또한번 깨닫는다...

잠이 많이 없어졌다
1시 가까이 잠이 들어도 5시 이전엔 눈이 떠진다
무슨 조화속일까?
그냥 그러려니 따르려한다

찬물 한컵 마시고, 얼굴을 씻고, 새로운 하루를 향한 가벼운 묵상기도, 커피 한잔 끓여들고 읽다만 책을 집어든다...

사실 숙제는 얼른얼른 하는 편이었다
이번 숙제는 울컥 하는게 있어서 미적대고 있었던거다...

참여한 많은분들의 글들을 읽어 보면 공감되어 지는 부분이 많았다
먹거리들, 각종 놀잇감들..
비슷한 세대가 누리고 살았던 동질감의 추억들..

예전글에 가족 사항을 밝힌바 있지만 난 8남매 막내딸이었다
위로 언니 두분을 필두로 내리 아들 오형제,그다음에 아버지가 기다리고 기다렸던 막둥이 딸로 태어났다

아버지 47세, 어머니 41세 되던 4월의 일이다

아버지의 사랑은 이루 말로 할 수 없었다
중학교 2학년때까지 아버지 무릎에 앉았다...

어린시절 난 병약했다
내기억의 창고 밑바닥 까지 샅샅이 들춰봐도 당연히 기억엔 없지만 대학 병원에 2년 이상을 장기 입원했단다
집한채를 내밑에 들이 민 셈이다

아버진 자상 하셨다
최초로 남는 희미한 기억의 끝자락은, 엄마는 의성 할아버지댁으로 가셨고 난 고열에 시달려 칭얼대고 있었다

오빠들이 돌아가며 달래고 얼르고 했지만 난 계속 짜증이났다
그때, 퇴근해 들어오신 아버지...
후다닥 옷을 갈아입고 나를 등에 업으셨다
아버지 등에서 느껴지던 알싸한 찬기운의 겨울냄새..
난 부르르 한번의 진저릴 쳤지만 느낌은 상쾌했다

몸을 이리저리 흔들며 가만가만 노랠 불러 주셨다
"엄마가 섬그늘에 굴따러 가면 아가는 홀로남아 집을 보다가..."
아버지의 등에 귀를 대고 듣던 그노래...
등을 통해 울려오던 아버지의 목소리, 그울림...

"혜야, 우리 혜야, 자나?"
"아부지 땜에 깼잖아~~~~~"
"아이구 우짜꼬?"
"내려서 귀파죠"

아버지 무릎에 열에 들뜬 머리를 얹고, 사그락 사그락 귀 파주는 소릴 들으며 까무룩 잠 속으로 빠져 들었던 기억...

나중에 들으니 그다음날로 대학 병원에 또 입원했단다...
병약 했기에 난 늘 바깥놀이엔 참여하지 못하고 둘둘 싸여 오빠들 노는 모양의 구경꾼 노릇만 했다..



결혼날을 받아놓고 아버지와 단둘이 떠났던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던 겨울여행...
동해안 바닷가로 갔다
처음 차를 타면서 부터 1박2일 여행을 마치고 집에 돌아 오는 순간까지 아버진 꼭 잡은 내손을 놓아주지 않으셨다...

민박집에서 하룻밤 묵을때, 맥주 한잔을 손수 따라 주시며 "니가 제일 내감성을 많이 닮은것 같다.. 나를 아버지로 택해줘서 참 고마웠고, 어릴때 하도 약해서 저걸 그냥 놓쳐 버리면 어쩌나 노심 초사 했었는데...실망 시키지 않고 잘 자라 이젠 니가 한남자의 지어미가 되는구나... "

목이 메이긴 나도 마찬가지였다..
부녀간은 밤 깊어 가는줄 모르고 지난 얘길 나눴다

창밖으로 보이는 하늘엔 창백한 달빛과 수없이 많은 별들이 얘기에 동참 했으며, 끓어 오르지만 어찌 해볼수 없는 아버지와 내가슴속을 파도는 대신하여 '웅크르르 쏴아' 소리를 내며 차갑게 식혀 주기에 여념이 없었다...

겨울 추억, 겨울바다, 그리고 아부지... 울 아부지...

아무리 흥겹고 떠들썩한 자리에 있어도 '아부지예~~' 부르면 어느새 내눈엔 눈물이 흘러 넘친다

"나는 세상에 흔적을 감출지라도 사랑하는 너의 피속에 나의 감성이 핏줄 따라 흘러 줄것이니, 니가 살아있는동안 난 지금처럼 항상 니곁에 존재하고 있음을 잊지마라"

아부지
울 아부지...

이겨울이 다가도록 그리움에 부질없는 눈물이 흘러 넘칠것 같습니다
세상살이 힘들고 고달플때, 사람맘이 내맘같지 않아 혼자임이 느껴질때...

꼭 잡아주신 손의 온기와 등뒤로 울려오던 당신 목소릴 기억하면서 당신과 함께 가고 있음을 느낍니다

평안히 잘 계시는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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