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년] 8살의 따뜻하고도 추웠던 겨울 이야기.
김희영
2008.01.23
조회 28

지금 제 나이 37세. 8살때의 이야기를 하려고 헤아려보니
한해가 부족한 30년 전의 이야기가 되겠네요.

어린 시절의 모든 기억들이..뚜렷하게 자세하게 자리하고 있는건
아니지만... 저의 유년 시절은 유난히 또렷하게 기억 나는 일들이 많답니다..^^

해외에서 근무하셨던 아버지께서 ( 그땐 아빠라고 불렀죠... )
열심히 돈을 모으셔서 제가 7살 되던해에 집도 이쁘게 짓고..
엄마 아빠 3남매.. 남부러울것 없는 그런 행복한 가정이라고들
했었는데.. 행복속에서 불행이라고 해야할까요
홀로 해외근무 생활을 오래 하셨던 아빠는 간경화란병을 몸안에 갖고 계셨고... 제가 1학년 되던 그해부턴...
회사도 그만두시고 병을 낫기위해 애쓰셨지만...
당신의 죽음을 준비할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한참 부모님께 떼를 쓰기도 하고... 원하는거 말하기 바쁠 나이에
저는 속깊은 둘째 딸로 자리매김을 할수밖에 없었답니다.

유년의 겨울 이야기 라는 주제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사건이 있어요
아빠가 아프셔서 돈을 벌지 못하시고... 그동안 모아둔 돈으로만
가족들이 살아가야 하는 그 상황에...설날을 맞았어요.
지금도 그렇지만 그 시절엔... 설날에 옷을 사입었던 기억이.. ^^

언니는 맏이라... 물려받을 옷이 없으니 옷을 사입어야 하고..
남동생은 남자애라 옷이 없으니 옷을 사줘야 하고...
둘째딸인 저는 굳이 사주지 않아도 옷들이 있으니...
엄마는 이래저래 상황을 고려해서 언니옷과 남동생 옷만 시장에서
사오셨답니다.
그러면서 엄마께서 "너는 다음에 언니옷 물려입으면 되지?"
라고 물으시길래...
속으론 부러우면서도 꾹 참고...
"난 언니옷 다 물려입을건데.. 안사도 되지!!"
라면서 부모님앞에서 씩씩하게 웃어드리고
새옷을 입은 남동생과 둘이 놀이터로 놀러를 나갔었죠^^
아마 엄마가 위로차원에서 동전을 주셨던거 같아요^^
풍선껌을 사들고 신나게 남동생과 놀다 들어와보니..
엄마께서 그 사이에 시장으로 다시 다녀오시곤
저에게도 새 겨울 바지를 입혀 주셨어요^^
8살 어린 나이였지만 기쁘면서도, 돈 없을텐데 엄마가 돈을 썼다는거에 신경이 쓰여서 옷을 입으면서도 괜찮은데..괜찮은데... 했었죠
엄마가 그러셨던거 같아요
왜 너는 언니랑 동생처럼 떼를 안쓰냐고 그냥 부러우면
엄마.. 나두 사주세요! 라고 하면.. 엄마가 야단이라도 치면서
됐다고 하실텐데... 조용히 물러나는 저를 보시면서
아빠랑 속상해하셨던 기억이 납니다.
그 시절에 찍은 사진속에 갈색 겨울 바지를 입은 제 모습을
보면 어울리지 않은 옷들을 조화와 겨울에... 시뻘개진 얼굴들과
왠지 맞지 않은 듯한 겸연쩍은 어색한 그 미소들을 보면서
웃기도 하고... 경제적으로 여러가지로 힘들었지만.
마음은 따뜻했던 그 시절이 떠올라서 ...
이제는 미소를 지을수 있는 그런 나이가 되었답니다^^

그후 몇년동안 힘든 생활들 속에서도 끝내 아빠는 천국 가셨지만...
돌아가시는 순간까지 남겨질 가족들 걱정에 맘놓지 못하셨던 아빠..
돌아가신다는걸 알고 계신 아빠가 불쌍해서 어쩔줄 몰라하시고
앞날의 걱정에 참 힘들어하셨던 엄마..
아빠앞에서 내색은 못하고 엄마앞에서도 내색 할 수 없었던
우리 3남매만의 어려움들....
이젠 8살이던 둘째인 제가 37, 맏이는 38 귀엽던 막내 아들은 36...
^^
연연생이던 그 3남매가 지금은 다들 장성해서 가정을 꾸리고 ..
아이들을 낳고 살면서 그 시절이 슬픔보단...
서로 토닥이면서 슬며시 미소를 지으며 이야기 나눌수 있는 그런 시간을 뛰어넘었고 그런 나이가 되어버렸네요^^
이런 시간을 통해 잠시나마 저두 유년의 기억속으로 젖어들어본
저녁 시간이 되었네요... ^^

'유영재의 가요속으로' 8번째 생일 축하드리구요...
가정에도 어려움과 힘든일 슬픈일들이 있듯이...
많은 분들의 힘이 어우러져서 이뤄나가는 방송인데..
늘 편하고 좋은 일만 있을순 없겠죠^^
기쁜일은 더욱 기쁘게, 슬픈일 힘든일들이 서로의 위로와 격려속에서
기꺼이 묻혀질수 있는 그런 방송이 되었음 합니다^^

앞으로 9번째 10번째 그 이상의 생일을 맞을때까지
서로의 어려움과 아픔들을 보듬어 줄수 있고.
또 많은 애청자들의 마음까지 보듬어 주고 따뜻하게 만들어 줄수
있는 그런 따뜻한 방송으로 거듭날수 있기를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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