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 추억의 설날은...
최진화
2008.01.31
조회 30
제가 초등학교 시절 설만해도... 신정보다 구정이 강력했어요.
고모네 가족 5명, 작은아버지네 가족 4명, 저희가족 5명 모두 모이면..온 집안이 시끌벅적하고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부침 지지는 소리, 만두속 터졌다고 시어머니 부르는 며느리들...
정말 설날 하루 전은 분주하고 즐겁고 시끄러우면서도 화기애애했답니다.
그리고 설날에는 모두가 맛있는 떡국(?)(저희집은 떡국을 먹지 않았어요)을 기대하기보다... 생선찜과 산적, 고깃국, 각종 나물로 맛있게 아침을 먹고~ 그 후부터 저희 아이들 세상이 되곤 했죠.

집이 주택이어서 숨바꼭질 하기 안성맞춤인데다가 얼음땡,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윷놀이, 한발뛰기 등등 각종 놀이는 모두 해치웠답니다. 아이들 나이대가 모두 초등학생이었으니까 놀기에도 딱이었어요.
다만, 음식장만하고 상 보시는 어른들 틈속에서 가끔 눈총을 받기도 했지만 거기에 굴하지 않고 꿋꿋이 그날만은 마음껏 뛰놀았다는 기억이 어렴풋이 납니다.
특히 베드민턴 치다가 대문위로 공이 날라갈때면 '가위바위보'로 공 주워오기도 하고, 논두렁(아직 개발되지 않은 논이있었어요)길을 걸으며 개구리 잡겠다고 돌아다니기도 하고... 정말 짖궃은 장난 많이했답니다. 가장 터프하게 놀았던 때가 초등학교 설이었지 싶어요.
날씨는 비록 추웠지만... 눈이라도 오면 모두가 나가서 연탄재에 눈을 굴려 눈사람 만들겠다고 야단이 났으니... 저희 가족의 짖궃음을 이해하시겠지요?

그리고 설날 밤이면...다 같이 잠자리에 들었어요. 집이 비좁을 정도로 다 같이 누워서 <무서운 이야기>에 심취했답니다. 명탐정 소설과 무서운 이야기에 정평이 나있는 언니들이 이불 뒤집어쓰고 나지막하게 분위기 잡아가면서 해주는데... 너무너무 무서웠어요. 그래도 어릴땐 제일 재미있는 무서운 이야기였습니다. 거실에서 불 다 꺼놓고 듣다가 방으로 달려가곤 했으니까요. 특히 거실에 2층으로 가는 계단이 있어 더 무서운 효과를 냈지요.

또 가족과 함께 윷놀이도 빼놓지 않고 했던것 같아요. 편을 나눠서 어른과 아이가 섞여서 윷놀이를 하는데... 그때만큼 순수하게 재미있던 윷놀이는 없을 것 같아요. 모두가 큰웃음으로 동참했었는데...
지금은 아이들이 다 커서 20살을 넘기니 그때 만큼 재미있는 윷놀이가 안되더라고요.(친구들하고는 하지만, 가족들과는 해본지 꽤 오래된 듯해요)

초등학교 시절 저의 설날은 그렇게 아물어갔네요. 윷놀이, 숨바꼭질, 얼음땡, 눈사람만들기, 무서운이야기, 한발뛰기 등등 개구진 날을 보내면서 아무 생각없이 즐거웠던 것 같아요. 친척들 만나는 기쁨도 좋았고 세뱃돈 받는 것도 좋았고... 다 아름다웠어요.

스무살을 넘긴 설날은... 글쎄요. 음식을 만드느라 힘든 것도 알았고, 노는 날이라기 보다는 집안일 하는 날이라는 고정관념이 박힌것도 사실이에요. 너무 안탑깝죠? 여성들의 고단함을 남성들도 알고 도와줘야 하는데... 그게 쉽지는 않나봐요. 그래도 저희집은 음식만들기 전에 장도 봐오고, 나물도 다듬고 같이 하는 편이지만 상을 차리고 치운다는게... 조금은 힘듭니다.

이 나라의 여성들이여~! 어린날의 추억처럼... 설레고 기다려지는 연휴를 맞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 나라의 남성들이여~! 도와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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