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
이기봉
2008.01.30
조회 12
설날 새벽이면
아버지는 우리 형제를 어김없이 깨우신다.
일어나지 않으면 이불을 걷어내고
방문을 열어 젖히신다.

졸린 눈을 비비며 우리들은 아버지의 손에
이끌려 가는 곳이 있다.
바로 동네 목욕탕이다.

설날의 동네 목욕탕은 단순히 때를 미는 곳이
아니라 동네 어른들과 타지 나가 있던 사람들을
반갑게 만나 그동안의 못다한 얘기들을 하며
서로의 등을 밀어주는 곳이다.

당시만 하더라도 일년에 목욕은 딱 두번
설과 추석!
목욕탕은 그야말로 연중행사로 중요할때만
시행하는 행사와도 같았다. 온통 주변 빙 둘러앉아
바가지로 온탕의 물을 떠서 몸에 끼얹는 풍경

환기시설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은 탓에
바로 앞의 사람도 누구인지를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김이 어려있었다.

설 당일 날 동네 목욕탕은 한마디로 정겨움의
현장이요. 만남의 광장이요. 동네 돌아가는 사정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는 그런 곳이었다.

이젠 우리 형제들을 이끌고 가시던 아버지가
나이가 드셔서 기운이 없어졌으니
세월이 야속하고 밉기까지 하다.

공무원이다 보니 명절만되면 고향을 찾지를 못한다.
언젠가 휴가를 내어서라도 고향을 찾아 나이드신
아버지를 이제는 내가 모시고 목욕탕을 찾아 보고
싶다. 그분의 등을 이젠 한가정의 가장이 된 내가
밀어 드리며 옛날 얘기도 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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