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전 서울 면목동에서 자취생활을 하며 직장을 다녔다.
격일 근무를 했었기에 간혹 명절때에 근무를 서야 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지금의 남편과 연애를 할 때였는데 결혼 날짜를 잡아 놓은 해 설이였던것 같다.
회사 앞으로 잠깐 나오라며 한통의 전화를 받았다.
우리 사무실은 수용시설이었기에 보안에 철저를 기하는 편이라 외부인은 전혀 출입이 허용되지 않았다.
겨울의 추위가 장난 아니기에 현관앞에서 덜덜 떨고 있을 그 사람을 위해서 부랴부랴 뛰어 나갔다.
아니라 다를까!
코가 빨개가지고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 그의 두 손엔 보자리로 곱게 싼 무엇인가가 들려 있었다.
"추운데....차례 안지내고 어떻게 온거야?"
"이거...어머님이 싸 주셨어"
하며 그가 내민 손에 묵직한 것이 내손에 전해졌다.
아침에 끓여 먹어야 한다며 어머님이 예비 막내 며느리에게 가져다 주라고 손수 만드신 만두를 싸주셨다고 한다.
생각지도 못했던 만두 보따리에 고맙기도 하고 그 고마운 마음 미처 표현도 못하고 문 밖에서 돌려 보내는게 못내 아쉬웠다.
사무실에 들어와 풀어 보니 3층으로 된 찬합통이었는데
1층엔 아직 채 온기가 가시지 않은 잡채가 들어 있었고,
2층엔 바로 씻어 끓여 먹을 수 있게 알맞게 썰어 놓은 가래떡이,
3층엔 한입에 쏙 들어갈 만한 작고 앙징맞은 만두가 차곡차곡 놓여 있었다.
평소 꼼꼼한 어머님의 성격을 익히 들어 알고 있었지만 그 정성에 한동안 입을 다물 수 없었다.
포장하기 편한 일회용 비닐 봉지에 담아 보내도 될 것을 색깔도 고운 찬합통에 일일이 신경 써 담아 주신게 눈물나게 감사했다.
같이 근무하는 언니랑 사무실 옆 휴게실에서 아주 맛나게 끓여 먹었다.세상에서 가장 고운 손으로 빚은 정성이 가득 담긴 만두로 끓인 만두국의 맛을 10여년이 지난 지금도 잊질 못한다.
서울(마천동)에서 큰형님 내외와 사시는 어머님은 얼마 전 74번째의 생신을 맞이 하셨다.
20일전에 둘째형님네 다니러 가셨다가 돼지고기 삶은 걸 몇 점 드셨다고 하는데 그렇게 맛있게 드셨다고 하신다.
하지만 그게 체하셨는지..
한동안 머리도 아프고 몸살 기운이 떠나질 않아 생신 저녁상에도 뜨는 둥 마는 둥~~~늙으니까 소화력도 떨어진다며 안색이 영 좋지 않으셨다.그런 창백한 어머님을 두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도 편칠 않았다.
월요일에 병원에 다녀오셨냐고 전화를 드리니 갔다 왔는데 약먹고 좀 나은것 같으니 걱정하지 말라며 또
"막내야!전화 해줘서 고맙다"란 말씀을 잊지 않으시는 우리 어머님.
일년에 딱 일주일 다녀 가시지만 우리 집에 오면 막내며느리 아주 잠깐 외출한 사이에 냉장고 청소를 말끔히 해 놓으시며 하시는 말씀
"얘..얘..냉장고가 그게 뭐니?"
"뭐가요~어머님.."막내 며느린 헤헤거리며 한술 더 뜬다.(우리 어머님과 큰형님은 깔끔이대회 나가면 일등감..정말...정말..)
일주일 머물고 남편출근길에 형님댁으로 가시는 어머님 배웅길에 한마디 더 한다.
"어머님~형님한테 저 흉 보시면 안돼요...!!"
영재님...봄내작가님!
저...냉장고 청소 안해 혼나도 좋으니 우리 어머님 잔소리 오래오래 들으며 살았으면 좋겠어요.
휴~~~~~~~~~~~~~~~~~~~~~~~~~~~~~~~~~~숙제 끝~~~~~~~~~~~~~~~
[설]예비며느리에게 건넨 어머님 마음
유연희
2008.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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