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적 설날 하면 떠오른 추억 하나가 있습니다.
설날 아침이면 새벽 같이 일어나 설 차례를 지내고 나면 평소엔 타지도 못하던 택시를 그날은 타고 그 많은 식구가 그 좁은 택시속으로 겹쳐 겹쳐 타며 큰집으로 가곤 했지요.ㅎㅎ
큰집에 도착하면 솜씨 좋으신 큰어머니의 음식을 맛 보느라 정신이 없었지요.
그리고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세배.......
언니, 오빠들을 따라 어슬픈 세배이지만 하고 나면 어른들의 주머니 춤에서 용돈을 주시니, 평소 용돈이라고 받아볼 기회가 없던 우리에겐 설날은 그야 말로 한 몫 두둑히 챙기는 날이기도 했지요.
그러나 정작 우리들의 눈길을 잡은 것은 따로 있었답니다.
시내에 사시는 작은 아버지 께서 사오신 "종합 선물 세트:....
작은 아버지께서 세배돈 대신 내 미신 그 과자 종합 선물 세트는 단연 우리들 사이에서 인기가 최고 였고 우리중 누구라고 할것 없이 힐끔 힐끔 쳐다보며 군침을 흘렸던 기억이 나네요.
알록 달록 예쁜 그림으로 포장 되어 있는 과자 종합 선물 세트에 담긴 갖가지 과자에 모두 탄성을 지르며 서로 맛있는 과자를 고르기 위해 티격 태격 했지만, 맏 손자를 애지중지 하시는 할머니께서 오시면 내것 같이 느껴지던 종합선물 세트 속의 맛있는 과자들은 모두 큰오빠 차지가 되었고 그 다음엔 언니들이 고르고 제일 끝이였던 막내였던 나는 늘 마지막에 징징대며 남은것들중에 혹시나 더 맛있는게 있나 싶어 눈을 크게 뜨고 찾아내곤 했지요.
큰 손주를 최고로 여기시던 할머니 앞에서의 과자 분배가 끝나고 나면 늘 오빠의 얼굴엔 희색이 돌고...막내인 내 눈엔 언제나 눈물이 그렁 그렁 맺히곤 했지요.
샘통이 나서 과자를 안 먹겠다며 한바탕 울고불고 나서도 오빠, 언니들에게 양보해야 했던 그 맛난 과자들에 대한 아쉬움으로 가득했던 설날을 보낸 기억이 나네요. ^^
지금은 설날 선물이라면 비싸고 좋은 선물들만 생각하는데, 그땐 소박했지만 아이들의 마음 한켠을 따뜻하게 했고 행복하게 했던 종합 선물세트 였지만, 그 별것 아니 과자상자 하나에 세상을 다가진듯 행복했던것 같습니다.
모든것이 너무나 빠르게 변하고 풍족해진 요즘이지만 가끔은 그 소박했고 가난했던 그 시절이 문득 문들 그리워 지는건 왜 일까요?
이번 설날엔 우리중에서 제일 맛난 과자만 먹은 큰오빠에게 그때 왜그리 야박했냐고 투정을 한번 부려 보며 옛 추억에 젖어봐야 겠습니다. ㅎㅎ
영재님도 설날 잘 보내시구요, 무자년 더 없이 행복하시고 건강하세요.
노영심- 그리움만 쌓이네
(설날) 나를 설레게 했던 과자종합선물세트의 행복
김미경
2008.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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