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 올해 설은
이영식
2008.02.04
조회 42


어머님, 간밤에

조병화


어머님, 간밤에
살며시 제방 문을 열어보시곤
돌아가셨지요
잠결에도 그걸 제가 왜, 모르겠습니까

돌아가시다가 다시 돌아오셔서
선잠결에 하얀 꿈으로 나타나셔서
자는 제 눈을 살며시 내려보시다간
살며시 돌아가셨지요
잠결에도 어찌, 제가 그걸 모르겠습니까

잠이 사라지면서
눈은 캄캄한 밤중

어디선지 들려오는 생시의 어머님 말씀
“어, 너, 언제 철이 나니”

어머님, 저는 언제나 언제나
어머님의 철없는 막내 아들이옵니다.


시를 읽다가 울컥 눈물을 쏟고 말았습니다.
몇 년 전 돌아가신 어머님 생각이
간절해졌기 때문입니다.
살아생전 잘 해드리는 것이 효도라고,
자주 뵙고, 자주 안부 드리고,
걱정 끼쳐드리지 않는 게 진짜 효도인데
그걸 잘 알면서도 먹기 살기 바쁘단 이유로
자주 찾아뵙지 못했습니다.
생신 아니면 명절 때가 돼서야 겨우 찾아뵙던 어머님.
못난 자식들 오면 주려고 해놓은 갖가지 음식들..
용돈 몇 푼 드리면 한사코 마다하시며
“너희들 먹고 살기 힘든데 넣어둬라!” 하시고
겨우 이삼일 자고 떠나는 자식들 양손에
바리바리 넘치게 싸주신 쌀, 콩, 고추장, 양념이며 만두
갖가지 음식들...
집에 와 보따리를 풀어보면 당신 힘들게 번 모은
쌈짓돈이 당신 주름살처럼 자글자글한 지폐가
콧등을 시큰하게 만들곤 했습니다.
무엇보다도 그리웠던 것은 어머니의 만두솜씨였습니다.
아이 손만한 왕만두에서부터 아이들 먹기 좋은 물만두까지
일품이었습니다.
자식들 두고두고 먹으라고 꽁꽁 얼려준
만두를 냉동고에 넣어두고 사는 게 힘들고 눈물겨울 때마다
어머니의 만두를 먹으며 힘을 얻곤 했습니다.
지금 어머니는 먼 곳에 계시지만 언제나
제 마음속에 머물며 당부하십니다.
힘내라, 잘 살아야한다, 건강해라~
살아서도, 돌아가셔서도 끝없이 자식 걱정뿐이십니다.
이번 설은 어머니를 생각하며
아내와 아이들과 함께 둘러앉아 만두를 빚어볼 생각입니다.
저희 집은 떡국으로 차례를 지내지 않고
추석 때와 마찬가지로 밥으로 차례를 지내고
점심 때 가족끼리 떡만두국을 먹거든요.
잘 되면 영재님께도 꽁꽁 얼려서 보내드릴게요.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무자년 한 해 늘 행복하시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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