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내동생 연선이
곽연경
2008.02.14
조회 26
나랑 연선이는 두 살 차이다. 그래서 내가 가지고 놀던 장난감도, 내가 입던 옷가지들도 모두 연선이가 물려받았다. 다른 것에는 그렇게 순하고 무던한 아이지만, 먹는 것에는 무척 욕심이 많아서 내가 먹는 것을 뺏어먹다가 혼나곤 했었다. 그것도 다 어릴 때 이야기지만...

엄마가 없는 우리 집에서 연선이는 줄곧 엄마노릇을 해왔다. 학창시절부터 내 도시락 두 개, 막내꺼 두 개, 그리고 자기꺼 까지 새벽부터 일어나 6개의 도시락을 준비하고 집안 청소며 빨래며 가계부 정리까지 도맡아 해야했다. 내가 고3 일때 연선이도 막 고등학교에 입학해서 적응하느라 힘들었을텐데도 군소리없이 내 뒷바라지를 해 주었다. 그러나 정작 연선이가 고3 일때 나는 집을 떠나 대학을 다니게 되어 고작 편지나 몇 통 써 보내주었다. 그래도 기특하게도 동생은 지방 출장 다니시는 아버지를 모시고 저 혼자 막내동생 돌보고 공부하고 밥 해먹으며 대학에 진학을 했다.

얼마전 연선이에게 전화가 왔다. 형부 직장문제가 잘 되었으면 좋겠다는 말과 함께 뜬금없이 나더러 아프지 말라고 했다. 직장 동료의 언니가 젊은 나이에 뇌졸중으로 쓰러졌는데 의식 불명이라고.... 동료에게서 그 이야기를 들은 연선이는 불현듯 내 생각이 나더란다. 아직 내게 아무것도 해준 것이 없는데 내가 이 세상에서 갑자기 사라져버리면 어쩌나 가슴이 콩닥거려서 견딜 수가 없었단다. 물기가 묻어나는 동생의 말에 곰곰히 생각해보니 나야말로 동생에게 해 준 것이 없었다. 그 아이의 고민을 진지하게 들어준 적도 없었고, 서른이 넘었고 아직 결혼을 안했는데도 남자하나 소개시켜준 적도 없었다. 정말이지 동생에게 늘 받기만 하며 살아왔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한 부모에게 나서 함께 유년을 보내고 동생이자 평생 친구가 된 연선이. 지금도 많은 부분을 연선이에게 의지하고 맏이로써의 내 몫을 다 하지 못하고 있지만 연선이는 오히려 나를 염려해주고 챙겨주니 동기간의 사랑이 이런거구나 싶은 생각에 마음이 따뜻해진다.

'내 동생 연선아! 눈치없고 무뚝뚝한 언니지만 내가 너를 아주 많이 아끼고 사랑하는거 알지? 너도 항상 건강하고 행복하길 바란단다. 그리고 늘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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