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고마운 숙모님
강세환
2008.02.15
조회 22
저는 1978년도에 공업고등학교에 진학을 했습니다.
지금 현실은 실업계가 죽어간다고 한탄들을 하는데 30년 전만 해도 기술보국이니, 공업입국이니 해가며 기술자 양성에 힘을 돋우고 나아가 동계진학이라는 진학방식까지 있어 한 공부 한다는 친구들과 실력이 낮은 친구들이 입학을 했지만 그렇다고 실력이 낮다고 해서 인문계까지 못 갈 그런 정도의 실력은 아니었습니다. 수재나 영재는 아닐지언정 그래도 공부에 대한 감각이 있어야만 공고를 진학할 수 있었습니다.
제가 진학할 당시만 해도 우리 학교 경쟁률이 6.3:1이었으니 낮은 경쟁률은 아니었지요.
공고를 진학하다 보니 교복이 여러 벌 필요했습니다. 무슨 교복이 여러 벌 필요했냐 하면 영재님도 잘 아실 겁니다.
일본식 순사복 같은 획일화 된 검은 교복에 교련복, 교련복에는 숭공통일이나 멸공방첩 애국애족 등등의 한글 무늬가 디자인 되어 얼룩모양으로 표현한 것 기억 하시죠?
여학생은 삼각건에 보조가방 같이 생긴 약품 가방이 필수였으며 남학생은 머플러에 각반, 버클 등이 있었는데 머플러 색상으로 학년을 구별했지요.
거기에다가 체육복 또한 필수였습니다.
운동하기 편리한 옷이면 될 텐데 규정된 색상에 무늬까지 맞아야만 했으며 더군다나 이 체육복으로도 학년을 구별했으니 별 것 다 갖고 학년을 따졌습니다.
또 필요한 옷은 학년이 올라가면 요령이 생겨 튼튼한 청 커버 재킷을 입으면 되는데 그것도 규정이라고 얇디얇고 흐리멍덩한 작업복을 사 입어야 했습니다.
30년 전의 일이었습니다.
모두에 말씀 드렸듯 저는 공고 입학생이라 많은 종류의 교복과 함께 공구까지 필요했습니다.
교복 및 각종 의류는 노량진에 있는 '스'로 시작하는 메이커의 옷을 장만 했으며, 공구를 사기 위해 이번에는 청계천에 나갔습니다. 청계천에 나가서 공구함과 공구를 사고 10여만 원을 가슴에 잘 챙기고 친구와 같이 버스를 타고 청계천에 갔음에도 돈이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아뿔...싸...
그렇게 신주단지 모시듯 잘 챙긴 돈이 없어진고 만 것이었습니다. 일명 쓰리, 소매치기를 당한 것이었습니다.
가뜩이나 어머니는 포장마차를 해서 생계를 유지하던 차였는데 그나마 중학교 3년간 어머니께서 주신 돈으로 적금까지 들었습니다만, 친구들은 적금을 자기 돈 같이 쓰기에 저도 700원 정도를 탁구비로 써서 부족해 채우면 드리려고 했다가 교복 산다고 적금을 내 놓으라는 어머니를 속이고 있던 중 이었는데 친구가 집에 놀러 왔다가 적금을 진작 탔다고 떠벌리는 바람에 정말이지 비오는 날 먼지 나도록 방 빗자루로 맞은 전력이 있었기에 돈을 소매치기 당했다고 말 할 수도 없었으며 말을 해도 믿어주지 않을 그런 상황이었습니다.
마침 어머니도 적금 보태고 모은 돈 합쳐도 제 교복 및 공구 살 돈이 부족해 앞집에 가 모자라는 것을 이자까지 쳐 줘 가며 빌려오셨습니다. 그런 돈이었습니다. 그 돈은 제가 심부름으로 빌려온 것이기에 잘 알고 있었습니다.
다리에 힘이 빠진다는 것을 그때 이미 저는 알고 있었습니다. 전화도 귀하던 시절이라 신혼이시던 외숙모님 집으로 무턱대고 찾아갔습니다.
재개발되기 전의 상암동 5번 종점 근처였는데 외숙모님 집 푼수도 모르고 나 힘들다고 무턱대고 찾아가 무조건 10만 원이 필요하다고 내 돈 달라는 듯 달라고 부탁을 했습니다. 아직 애도 없던 신혼 시절, 숙모님은 잠시 기다리라 하고 어디선가 빌려 오셨나 봅니다. 하지만 돈이 급하던 저는 상황 파악까지는 못 했습니다.
고맙다는 말도 제대로 못하고 다시 청계천으로 가 공구를 찾아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렇게 해서 어찌되었든 간에 어머니 모르게 해결은 했습니다.
고등학교 3년 동안 저는 마음 한 구석으로는 찝찔했지만 어찌하였든지 어머니 맘 안상하게 했다는 그 맘 하나로 밀어붙였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숙모님께서 의아하셔서 어머니께 말씀하셨고 어머니 역시 제가 삐뚤어질까 봐 아무 말씀을 안 하시고 그저 가난이 죄라 하시며 오늘 날까지 살아오셨습니다.
제가 군대에 가서 면세로 숙모님께 냉장고며 짤순이 등을 사 드렸지만 금액으로는 갚았다 할지언정 마음 한 구석에는 아직까지 그때 그 빚은 다 갚지 못했답니다.
숙모님, 지금도 미안하고 고마운 맘, 잊지 않고 있습니다.

숙모님 성함/신양옥
주소/서울 금천구 독산본동959-5
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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