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1978년도에 공업고등학교에 진학을 했습니다.
지금 현실은 실업계가 죽어간다고 한탄들을 하는데 30년 전만 해도 기술보국이니, 공업입국이니 해가며 기술자 양성에 힘을 돋우고 나아가 동계진학이라는 진학방식까지 있어 한 공부 한다는 친구들과 실력이 낮은 친구들이 입학을 했지만 그렇다고 실력이 낮다고 해서 인문계까지 못 갈 그런 정도의 실력은 아니었습니다. 수재나 영재는 아닐지언정 그래도 공부에 대한 감각이 있어야만 공고를 진학할 수 있었습니다.
제가 진학할 당시만 해도 우리 학교 경쟁률이 6.3:1이었으니 낮은 경쟁률은 아니었지요.
공고를 진학하다 보니 교복이 여러 벌 필요했습니다. 무슨 교복이 여러 벌 필요했냐 하면 영재님도 잘 아실 겁니다.
일본식 순사복 같은 획일화 된 검은 교복에 교련복, 교련복에는 숭공통일이나 멸공방첩 애국애족 등등의 한글 무늬가 디자인 되어 얼룩모양으로 표현한 것 기억 하시죠?
여학생은 삼각건에 보조가방 같이 생긴 약품 가방이 필수였으며 남학생은 머플러에 각반, 버클 등이 있었는데 머플러 색상으로 학년을 구별했지요.
거기에다가 체육복 또한 필수였습니다.
운동하기 편리한 옷이면 될 텐데 규정된 색상에 무늬까지 맞아야만 했으며 더군다나 이 체육복으로도 학년을 구별했으니 별 것 다 갖고 학년을 따졌습니다.
또 필요한 옷은 학년이 올라가면 요령이 생겨 튼튼한 청 커버 재킷을 입으면 되는데 그것도 규정이라고 얇디얇고 흐리멍덩한 작업복을 사 입어야 했습니다.
30년 전의 일이었습니다.
모두에 말씀 드렸듯 저는 공고 입학생이라 많은 종류의 교복과 함께 공구까지 필요했습니다.
교복 및 각종 의류는 노량진에 있는 '스'로 시작하는 메이커의 옷을 장만 했으며, 공구를 사기 위해 이번에는 청계천에 나갔습니다. 청계천에 나가서 공구함과 공구를 사고 10여만 원을 가슴에 잘 챙기고 친구와 같이 버스를 타고 청계천에 갔음에도 돈이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아뿔...싸...
그렇게 신주단지 모시듯 잘 챙긴 돈이 없어진고 만 것이었습니다. 일명 쓰리, 소매치기를 당한 것이었습니다.
가뜩이나 어머니는 포장마차를 해서 생계를 유지하던 차였는데 그나마 중학교 3년간 어머니께서 주신 돈으로 적금까지 들었습니다만, 친구들은 적금을 자기 돈 같이 쓰기에 저도 700원 정도를 탁구비로 써서 부족해 채우면 드리려고 했다가 교복 산다고 적금을 내 놓으라는 어머니를 속이고 있던 중 이었는데 친구가 집에 놀러 왔다가 적금을 진작 탔다고 떠벌리는 바람에 정말이지 비오는 날 먼지 나도록 방 빗자루로 맞은 전력이 있었기에 돈을 소매치기 당했다고 말 할 수도 없었으며 말을 해도 믿어주지 않을 그런 상황이었습니다.
마침 어머니도 적금 보태고 모은 돈 합쳐도 제 교복 및 공구 살 돈이 부족해 앞집에 가 모자라는 것을 이자까지 쳐 줘 가며 빌려오셨습니다. 그런 돈이었습니다. 그 돈은 제가 심부름으로 빌려온 것이기에 잘 알고 있었습니다.
다리에 힘이 빠진다는 것을 그때 이미 저는 알고 있었습니다. 전화도 귀하던 시절이라 신혼이시던 외숙모님 집으로 무턱대고 찾아갔습니다.
재개발되기 전의 상암동 5번 종점 근처였는데 외숙모님 집 푼수도 모르고 나 힘들다고 무턱대고 찾아가 무조건 10만 원이 필요하다고 내 돈 달라는 듯 달라고 부탁을 했습니다. 아직 애도 없던 신혼 시절, 숙모님은 잠시 기다리라 하고 어디선가 빌려 오셨나 봅니다. 하지만 돈이 급하던 저는 상황 파악까지는 못 했습니다.
고맙다는 말도 제대로 못하고 다시 청계천으로 가 공구를 찾아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렇게 해서 어찌되었든 간에 어머니 모르게 해결은 했습니다.
고등학교 3년 동안 저는 마음 한 구석으로는 찝찔했지만 어찌하였든지 어머니 맘 안상하게 했다는 그 맘 하나로 밀어붙였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숙모님께서 의아하셔서 어머니께 말씀하셨고 어머니 역시 제가 삐뚤어질까 봐 아무 말씀을 안 하시고 그저 가난이 죄라 하시며 오늘 날까지 살아오셨습니다.
제가 군대에 가서 면세로 숙모님께 냉장고며 짤순이 등을 사 드렸지만 금액으로는 갚았다 할지언정 마음 한 구석에는 아직까지 그때 그 빚은 다 갚지 못했답니다.
숙모님, 지금도 미안하고 고마운 맘, 잊지 않고 있습니다.
숙모님 성함/신양옥
주소/서울 금천구 독산본동959-5
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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