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처럼 추웠던 어느 겨울날이었습니다.
어릴적 농부의 딸로 태어난 나는 들녁 10리길을 걸어 초등학교를 다녔지요.
학교공부를 마치고 집에 가려고 나오니 세상은 온통 회색빛으로 어두컴컴...
흰눈이 아닌 온통 휘몰아치는 눈보라에 눈을 뜰 수 조차 없는 지경의 운동장엔...대부분의 친구들은 가고 없었지요.
그날따라 당번이었던 나~
가는 길이 다른 당번 친구들과 헤어지고
오로지 논길 밭둑길을 걸어가야 하는 10리길을 바라보며 당차게 한발 내딛었습니다.
서울서 물려받은 가방을 어께에 메고 그날따라 미술시간에 사용했던 네모진 화판을 옆구리쪽으로 걸고는 포부도 당당하게 걷기 시작하는데...
눈을 뜰 수 없을 지경으로 휘몰아치는 눈보라로 눈을 떴다 감았다 하는데 바람에 덜썩이는 화판이 옆구리를 때리니 그것도 쉬운일이 아니었지요.
바람도 막을겸 앞으로 화판을 놓고 걷는데 바람박자에 맞춰 내 가슴을 들썩이며 때리는 화판과 내 눈속으로 입속으로 사정없이 들어오는 하늘의 눈은 야속하기조차 하고..
얼만큼 갔을까요...
이제 동네를 벗어나 온세상이 온통 회색빛이다 못해 거무스름한 세상속에 한점 나 혼자 서있는데...눈물이 왈칵 나오려는 소녀는 입술을깨뭅니다.
하나....둘...셋...숫자를 아무리 세어도 동네라곤 보이질 않고
오로시 무시무시한 눈보라만이 온세상을 뒤덮어 완전히 눈보라에 갇힌 어린 꼬마인 나 홀로였지요.
그때 저 멀리~ 조그마한 아주아주 조그마한 점이 하나 보였습니다.
나는 속으로 저게 사람일까...아니면 논 가운데 쌓인 짚더미일까...?생각하며 걷는데...자꾸만 조금씩 커지는 그 점...
이제는 움직이는것처럼 보이는 그 점이...사람일것만 같았습니다.
어린 소녀는 생각합니다.
'저 점은 사람일거야, 아마 우리아빠일거야..아니 우리아빠야..맞어 우리 아빠..'
자꾸만 속으로 되뇌이며 아빠이기를 간절히 바라며 걷는데
정말 저 멀리 사람모양을 한 이제는 커다란 물체가 뒤뚱뒤뚱 오고 있습니다.
시커먼 큰 물체...우리아빠였으면 좋겠다..를 수도 없이 뇌되이며 걷는데
드디어 가까이 온 사람은 정말 정말 우리아빠였습니다.
큰 눈사람이 되어버린 아빠와 조그마한 눈사람이 된 나..
"아이구 내새끼 눈사람 되었네~ 어디보자 손은 안얼었냐? 눈썹이 하얗구나...자식..울었어?" 하시더니
아빠는 그 큰 손으로 내 머리의 눈을 털어내고 어깨의 눈을 털어내고...입으셨던 큰 돕바(털코트)를 내 어깨에 씌우고 내 목의 화판을 풀어 아빠 가슴에 매달더니 나를 훌쩍 업으셨습니다.
아빠의 커다란 털오바는 내 머리위에 씌워졌고 나는 어느새 아빠등에 매달렸습니다.
순식간에 일어날 일~~
아빠의 커다란 등에 엎힌채 캄캄한 동굴속에 갇혔습니다.
아빠는 성큼성큼 걸어갑니다.
커다란 로봇트 태권브이를 타면 이럴까..생각합니다.
그런데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아빠가 걸을때마다 '탁탁탁'하는...그것은 내가 메었던 화판이 이제는 아바의 가슴에 메달려 춥다고 소리 지르는 소리입니다.
나는 속으로 말합니다.
'화판아, 우리아빠 때리지 마..'
나는 어느새 아빠의 따뜻하고 포근한 등에서 꿈나라를 여행을 갔습니다.
꿈속에서 저 하늘나라 천사와 춤을추며 '어젯밤 꿈 속에 나는 나는 날개 달고 하늘높이 더 높이 올라올라 갔어요..무지개 꿈 속에서 놀고 있을때 이리 저리 나를 찾는 아빠의 모습..무지개 동산에서 놀고 있을때 이리 저리 나를 찾는 아빠의 얼굴~'노래를 부르며 춤을 추는데...
"미라야~ 이제 밥 먹자..." 하는 부드러운 음성이 들립니다.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요?
어느새 나는 아빠 등에서 우리집 아랫못에 눕혀 한동안 잠을 잤던 것이었습니다.
그새 저녁이 되어 엄마와 아빠가 번갈아 흔들며 깨우는 소리였습니다.
고만고만한 두 동생은 내 얼굴에 바짝 다가와 "언니 언니...밥 먹어"하는데
아빠가 내 이마를 짚어 봅니다.
양 볼이 홍당무가 되었다며...열나면 큰일나니 어서 밥 먹고 아스피린 한알 먹자고....
그렇게 자라나 이제는 어엿한 중년의 아줌마가 되어버린 나..
어릴적 우리아빠는 이제 칠순을 훨씬 넘겨 전화드려도 귀가 어두운 우리 아빠..
추운 겨울이면 어김없이 아빠의 커다란 등에서 가끔 잠이드는 꿈을 꾸는 나는 아직도 전라도 논이 끝도 없이 펼쳐진 그 눈보라속을 가끔 그려본답니다.
이 글을 마치고 아빠 목소리 들으러 전화기 버튼을 누르렵니다.
오랜만에 유가속 덕분에 어릴적 추억을 더듬게 되어 기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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