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고마워요. 삼촌'
김경순
2008.02.22
조회 44
십년전 울산에서 상경한 시동생(삼춘)의 가방에선
비릿한 바닷내음이 풍겨졌다.
안봐도 그속에 뭐가 들었는지 훤하게 안다.
아니나 다를까...
선생님앞에서 칭찬받고싶은 착한 학생처럼
의기 양양하게 가방을 여는 시동생이
비닐로 꽁꽁싼 여러개의 내용물을 꺼집어내었다.
물흐를까봐 동서가 세심하게 꽁꽁묶어 보냈으리라.
'이건요 문어고요 이건 조기. 이건....
가만히 시동생 얼굴을 쳐다보았다.
뽀얀 얼굴에 惡氣라곤 찾아볼수도 없는 善한 얼굴
결혼전 나를 만날 때 남편의 손을 잡고 따라나오며
언제나 수줍음 가득찬 웃음을 웃든 어린 소년이
내 인생과 함께 자라오며 인제는 어른이 되어 지금 내 앞에 있으니...
뭐하러 이런 비싼걸 사와요. 형도 없는데...
고향이 마산인 남편은 문어를 무지 좋아했다.
그래선지 울산에 살고있는 시동생 내외는
우리집에 올때마다 싱싱한 문어를 잊지않고 사왔다.
살찐 다리두께를 가늠해보고 비쌀껀데...생각하여
사오지말라고 말렸지만 언제나 가방속에는 문어가
일순위로 꼭꼭 들어있었다.
형님대신 형수가 많이 먹으면 되잖아요?
치칫... 난 잇빨아파 문어 잘 못먹는데...
말은 그렇게 했지만 따뜻한 시동생의 사랑에 시야가 흐려졌다.
삶의 터울을 옮겨서 숨다싶이 낮선고장에 정착했을 때
알게 모르게 얼마나 많은 도움을 준 시동생인가?
중간에 학업을 그만둘 처지의 내 딸들에게 끝까지 격려하면서 그 비싼 학비를 대준 사람도 바로 시동생 내외였다.
보험든 셈 치면되요. 형수가 나 공부시켰듯 내가 또 조카들 공부시키는거 당연하지요.
또 걔들이 나중 제가 어려울 때 우리꼬맹이들 공부시키면 되고요
그 소리를 듣고 얼마나 가슴이 시렸으며 코끝이 찡했든가?
저 갈께요
본사에 교육 받으러 왔다가 잠시 틈을내어 집에 들린 시동생
동서의 따뜻한 손길이 담겨있는 가방속의 보따리를 내려놓고
밥 한끼도 안먹고 그냥 가겠단다.
밥 먹고 가요
내가 시동생에게 해줄수있는게 뭐 있겠는가?
보글 보글 된장 끓여 따뜻한 밥한끼 해주는 것외에는....
그냥 형수얼굴 보면 됐어요 전보다 못해졌네...
힘내세요.형수님
다시금 눈물이 핑~ 돈다.
이런 세월....생각지도 않았는데....
언제나 윗사람 위치에서 다둑거려주고 베풀었는데 인제는 역전되어
내가 다둑거림을 받고 베품을 받는 위치가 되어버렸으니...
힘은 언제나 내는데 뭐.....
씩씩하게 말할려고 하는데 왜 이리 슬픔에 젖은 쨘한 목소리가 나오나?
현관앞에서 신발을 신든 시동생이 형수 손 한번 내밀어 보세요
싱글거리며 악동같은 표정을 짓는다.
그럴땐 꼭 그 옛날 형 손잡고 따라나오든
어린 소년의 그 모습 그대로다.
왜요? 악수할라고?
글쎄 내 밀어보라고요
나이많은 형수한테 초코렛을 줄 일도 없거니와
올때마다 내미는 봉투도 고기 보따리속에
동서가 쓴 깨알같은 편지와 함께 이미 전해 받았는데....
국민이 원하는데 악수쯤이야 뭐...
웃으면서 오른손을 내어밀었드니
내손에 뭔가를 꼭 쥐어준다.
유효기간이 다 되어서 새걸로 바꾸었어요
그리곤 쑥스러운 듯 황망히 문을 열고 나간다
내 손위에 얹혀진 네모난 카드 눈물이 핑그레 돌았다.
비씨카드.
10년전 사업 망하고난후 우리 부부는 카드하나 낼 수 없는
신용불량자로 빨강글씨를 안고산다.
근데 급할 때 사용하라면서 시동생이 자신의
비씨카드를 선뜻 내어줬고 내 조카도 필요없다고
손사례를 치는 내게 못갚으면 자신이 책임진다며
비자 카드를 내어줘서 내겐 두 개의 카드가 있다.
물론 잘 사용 않는다.
혹시 사용하면 정신없는 내가 날짜 어겨서
두사람에게 누가 될까봐 지불 날짜를 확인 또 확인했다.
시동생이 줬든 그 비씨카드 날짜가 다 됐는 모양이다.
난 생각도 못하고 있었는데.....
‘고마워요. 삼촌’
이미 엘리베이트까지 걸어가버린 시동생을 향해
손을 흔들면서 또다른 애틋한 동기간의 정에
내 가슴은 뜨거운 눈물로 적셔다.
살면서 이 고마움 다 갚아야하는데............ㅠㅠㅠㅠ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양현경노래 띄웁니다


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