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아버지, 지금 그 곳도 봄이 오고 있나요?
김용희
2008.02.24
조회 71
아버지!
어제 시장에 갔는데, 어물전에 간고등어가 너무도 먹음직하길래
큰 놈으로 한손 사서 후라이팬에 식용유 두르고 노릇하게 구워
냈더니, 아버지 사위, 외손주 녀석들, 다들 맛있다고 그것만
먹더군요.
간고등어를 이렇게 맛있게 먹을 적마다 아버지 생각 많이 나요.
왠지 아세요?
25년전인 1983년.
저 그때 중학교 갓 입학하고 얼마 안 지나 홍역을 지독하게
앓았잖아요. 초등학교 다니던 용선이가 맨 처음 홍역을 앓더니
차례로 용필이 그리고 저한테까지 전염이 됐었죠.
일주일 넘게 심한 고열로 끙끙 앓으며 입맛 잃어 밥을 제대로
못 먹자 아버지께서 간고등어를 사다 구워 주셨어요.
당시 엄마가 안 계셔서 아버지 혼자 농사일에 집안 살림에 또
저희들 병수발까지 하시느라 아버지 참 많이 힘드셨을텐데도
그때 아버지는 힘든 내색 한번 안 하시며 밥 한술이라도 더 먹이려
고 온갖 정성을 다 하셨지요.
아궁이 장작불에 석쇠를 올린 다음 고등어를 얹어 놓으면 지글지글
맛있는 냄새가 창호지 틈새로 솔솔 들어왔었죠.
홍역으로 사경을 헤매면서도 아버지표 고등어 구이를 먹을 때면
잠깐 동안 입맛이 살아나곤 했어요.

굴뚝이 막혔서 연기가 잘 빠지지 않던 아궁이 앞에서 열심히
잔솔가지에 부채질을 하시던 아버지의 깡 마른 등짝을 부엌문
틈새로 볼 때마다 아버지가 불쌍하고, 먼저 떠나 엄마가 또 얼마나
밉던지요.

아버지의 사랑으로 열흘만에 홍역 훌훌 털고 일어날 수 있었는데,
얼마 안 지나 이번엔 아버지가 혈압으로 쓰러지셨죠. 그리고,
한쪽 마비에 저 학교 휴학하고...
그리고, 한참 후
아버지는 저의 힘든 짐을 덜어 주고자 스스로 먼 길을 가셨지요.

아버지!
홍역 앓던 중학교 1학년인 제가, 며칠 후면 중학교 1학년을 둔
학부형이 되네요.
아직 어리게만 보이는 철부지 녀석에게 교복이 어울리기나 할까
키가 작아 중학교에서 왕따나 당하지 않을까 걱정뿐이예요.
아버지도 그러셨나요? 제 마음이 이런 걸 보면 아버지는 아마
더 하셨을 테죠.

아버지!
제가 구워 준 고등어를 맛있게 먹고 있는 외손주들, 아버지도 흐믓하신가요? 석쇠불에 구워 낸 아버지 표 고등어에 비하면 어디
가당키나 한 맛이겠어요.
세상에서 제일 맛잇던 아버지의 고등어 구이가 먹고 싶어
입덧 하는 새색시처럼 저 지금 어쩔 줄을 모르겠네요.
아버지가 보고 싶고 그리워 어쩔 줄을 모르겠어요.
아버지한테 한번도 못했던 말, 사랑한다는 말 해야겠는데
어디에다 해야할지 몰라 어찌해야 할까요.
자꾸만 눈물이 나서 또한 어쩔 줄을 모르겠어요.

아버지 생각만 하면 제 마음은 한 겨울 황량한 들판에 외로이 선
허수아비가 돼요.
봄은 벌써 저만치 베란다 창가에 와 앉았는데 말예요.
아버지, 지금 그 곳도 봄이 오고 있나요?


신청곡: 아버지의 의자(정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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