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 (봄바람) 봄날, 사진 속 추억^*^
방연숙
2008.02.27
조회 25
덕혜님 글은 넘 맛깔스러워여^.^
읽으면서 글에 흠뻑 빠져 입가에 미소를 띄웠네여
아이들은 역쉬 순수 그 자체인 것 같아여 ㅎㅎㅎ
황덕혜(hdh1956)님께서 작성하신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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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짓기 제목 짓기도 힘들텐데, 끊임없는 이 제목들은 모두 봄내 작가님 머리에서 나오는 것인가요???
>
> ㅎㅎ 참으로 감탄해 마지 않을수 없는게 관심을 갖고 글을 읽어 볼라치면, 그사람의 집안 내력이 낱낱이 공개 되는 글감들만 요구 하십니다 그려....
>
> 얼마전 부터 저도 생각이 달라 지고 있는게 이런 제목들의 글을 엮다보니 개인의 역사의 기록도 될뿐 아니라, 글감을 모아 두면 일정 세월이 흘렀을때, 한권의 자그마한 책자로 엮을수도 있을것 같다는 작은 소망도 품게 되었네요~~
>
> 글을 쓸 수 있는 동기 부여만 해도 감사할 따름이라 열성을 가지고 참여하려 합니다
> 끝까지 애정을 가지고 지켜봐 주세요~~~
>
>
>
> 어쩌다 손길이 앨범에 머물때가 있다
> 무슨 일을 하고 있었던 간에 잠시 봐야지 했던 맘이, 아예 철퍼덕 방바닥에 엉덩이를 붙이고 온 정신을 추억 속에 빼앗기고 만다
>
> 그곳엔 우리 젊은날도 있고, 이미 고인이 되어 버린 '그들'도 생생하게 존재하고 있으며, 무엇보다 내 자식들의 어린시절이 고스란히 살아 숨쉰다
>
> 그 많은 사진들 중 보고 또 봐도 웃음이 슬며시 피어 났다가 끝내는 혼자 소리내어 웃는 사진이 있다
>
> 31세에 얻은 소중한 내아들~~
> 생후 10개월 부터 '엄마 아빠'를 또렷 하게 발음 하면서 일취월장 하며 단어로 문장을 만드는 일 까지 발육이 엄청 빨랐다
>
> 그런데 대소변 가리는게 늦었다
> 그때는 지금 처럼 종이 기저귀가 보편화 되지도 않았으며 집집마다 천기저귀가 대세였다
>
> 아이가 크면서 활동량이 많아지니 당연히 먹성도 늘었고 소변량도 따라 늘게 되니 기저귀 빨래도 장난이 아니었다
>
> 시어른들은 때가 되면 저절로 가리게 되니 너무 서둘것 없다고 내맘을 안심 시켜 주셨다
>
> 몇번을 남편께 시범을 보여 따라 하도록 해보라고 간청 했건만 듣는둥 마는둥 했다
>
> 나만 애간장이 녹았다
> 모든면에 염치가 빤했던 아들은 자기가 싸놓은 기저귀에 죄의식(?)을 느끼는듯 했다
>
> 그러던 어느날, 초봄의 어느 일요일...
> 어른들은 시골 친척댁에 가셨고, 남편은 학교 일직이라 출근 하고 없었다
>
> 이때다 싶어 아이를 안고 화장실에 갔다
> 아이의 바지를 벗겨 쪼그리고 앉게 한 뒤, 좀 민망 스러웠지만 아이 앞에 내가 그자세로 앉아 소변 보는 실습을 보였다...ㅋㅋ
> 따라한 아들도 그 자세로 소변을 보기에 크게 칭찬했다
> 아이도 손뼉을 치며 좋아라 했다
>
> 그렇게 시작한 배변 습관은 단박에 고쳐졌다..
>
> 그리고 시간이 흘러 꽃들이 앞다투어 피는 봄날의 어느 휴일..
> 맞벌이 하는 죄로 평소엔 같이 놀아 주지 못한 미안함에 우리 부부는 아이를 안고 공원에 봄나들이 길에 나섰다
>
> 사진도 찍고 꽃도 보고 준비해간 김밥도 나눠 먹고 펄쩍펄쩍 뛰어 다니는 아이의 재롱도 만끽했다
>
> 잠시후 남편이 "화장실 다녀올게" 하자 아들이 "아빠~~환이도 같이 같이.."했다
> 남편이 아이를 번쩍 들어 안고 공중 화장실로 성큼성큼 걸어 가는 뒷모습에 잠시 눈길을 주다가 나는 봄향기에 온맘을 빼앗기며 즐기고 있을 즈음...
>
> 사단은 화장실 에서 벌어졌다...
>
> 조금 후 아들의 자지러지는 울음 소리가 들리는가 싶더니 남편이 시뻘개진 얼굴로 씩씩 거리며 나왔고, 뒤이어 고추 껍질 처럼 새빨간 얼굴로 울면서 뛰어 나오는 아이 뒤로, 다른 아저씨들이 웃음을 깨물며 나오는게 아닌가?
>
> 우선 아이 부터 품에 안고 등 다독이며 안정 시켰다
> 시원한 물 한잔 먹이는 동안에도 아이의 눈길은 아빠에게 원망의 그늘을 감추지 않았다
>
> "절마 땜에 창피해 죽는줄 알았다 에이~~"
> 사건의 전말은 이랬다
>
> 아빠를 따라 들어간 아이는 배운대로 아랫도리 훌러덩 벗고 쪼그리고 앉아 '쉬'를 했겠다~~
> 그런데 아빠의 자세를 보더니 "아빠~~그렇게 말고, 이렇게, 이렇게 앉아서 쉬해라 엉? 아빠~~아니, 그렇게 말고, 이렇게, 이렇게 말이야~~"
> 아예 아빠의 바짓가랭이를 부여 잡고 앉기를 강요 했단다
>
> 자신의 의견이 관철 되지 않자 아이는 발을 동동 구르며 울기 시작 했고, 내성적인 남편...부끄러워 일도 보는둥 마는둥 하고 쫓아 나오기 바빴고, 함께 볼일 보던 아저씨들.."와하하, 고놈 참~~"
>
> 인상 구기고 있는 남편께 조용히 한마디 했다
> "내가 다른건 다~~가르칠 수 있었는데 배변 습관만은 내방식 대로 할 수 밖에 없습디다~~그러니 당신이 진작 좀 가르치라 했잖수?"
>
> 그사건 이후 찍은 사진 한장~~
> 나는 활짝 웃고 있고, 아이는 엉거주춤 웃고 있는 옆에 남편은 그때 까지도 얼굴에 구름이 꽉 끼여 있는 채로 찰~~칵!
> 개나리와 벚꽃이 흐드러지게 핀 꽃밭을 배경으로...
>
>
> 4년 뒤 태어난 딸에게 난 복수를 당했다...
> 자고 일어 나거나 놀다가도 바지 내리고 서서, 아랫배를 내밀수 있는 만큼 쑤욱 내밀고는 소변을 철철 흘리며 싸제꼈다
>
> 아무리 달래고 꾸짖어도 완강했다
> "아니~~아빠가 이렇게, 이렇게 하라 했쪄요~~ 오빠도 일케 누는데...엄마 미워, 시러..."
>
> 이번엔 남편이 약 올리며 한마디 한다
> "아이 배변 습관 가르치라메~~ 나도 내 방식대로 가르친 자~~알 따라 하네"
>
> 아이고~~머리야~~
>
> 세월이 흐른 지금도 두장의 사진을 나란히 꽂아 두고 혼자 웃는다...
>
> 사진속의 젊은 부부와 통통하게 귀여운 남매는 어디로 가버렸을까?
>
> 20 여년 전과 마찬가지로 봄바람 흐드러 지는 그 계절은 설레임을 안고 조금씩 샤방샤방 다가 오고 있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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