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ㅎㅎ 해경님~~
황덕혜
2008.02.29
조회 25
어릴적 한두번 떼쓰다 혼줄난 기억들이 있기 마련이죠~~ㅋㅋ

눈으로 보듯 진솔하고 담백 하게 써 내려간 님의글~~
입가에 웃음 머금고 읽었네요~~

모처럼, 아스라한 내 어린날의 추억으로 데려다 주는 기차를 타고 온 느낌입니다..
잘 읽고 갑니다 ^*^



김해경(lsu1216)님께서 작성하신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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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바람 하니 그날이 생각난다.
>
> 초등학교를 입학하고 나서였을것이다.
> 지금도 고집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 이때의 나는 약간 고집불통이었다.
>
> 계절은 바로 봄,
>
> 못자리를 하려고 마을 앞뒤에 있는 논에는
> 물을 가득 대어 놓은 때였었다.
> 그치만 아직 날씨는 좀 추웠다.
> 지금의 황사바람처럼 바람도 겨울바람 못지 않게 불었다
> 입을 옷이 많지는 않았지만
> 큰 고모께서 학교에 가면 입으라고
> 그 무렵 시골엔 흔치 않았던 주름치마에 하얀브라우스, 모자까지
> 사주셨다.그러니 난,
> 아침마다 엄마에게 치마를 입겠다고 고집을 부렸었다.
> 그날도 며칠을 빨지도 못하게 매일 신었던
> 흰색 스타킹을 신고 검정 주름치마를 입고
> 이에 어울리는 챙이 둥글게 쳐있는
> 베이지색모자를 쓰고 학교에 갈 준비를 했다.
> 이 모습을 보신 엄마는
> "오늘 바람 많이 불고 추워,그러니까 이 털모자(털실로 모자를 짜고 모자 양쪽엔 길게 목도리 같은 것이 달려 목에 감는다) 쓰고 가.응."
> "싫어, 이 옷에 어떻게 그 모자를 써.
> 나 안추워.이 모자 쓰고 갈꺼야."
> 엄마가 다시
> "너 춥다고 말만 해봐라.가만두나.니 맘대로 해."
> 이렇게 내 고집대로
> 학교가는 길에 나섰다.
> 날씨는 역시 엄마 말씀대로 춥기도 했지만
> 바람이 많이 불었다.
> 6학년인 친척 정애언니,친구 정미랑 함께 갔다.
> 큰길로 가면 좀 머니까 논길을 따라 지름길로
> 가야겠다고 이야기하는 정애언니를 따라 논둑길로 갔다.
> 논둑길을 반쯤 같을까,
> 불던 바람이 좀 세게 불더니
> 나의 챙모자를 물을 가득 대어 놓은 논바닥 한가운데쯤으로
> 날려 떨어뜨려 놓아버린 것이다.
> 어쩌나 어쩌나 하다 난 엉엉 울며
> 신발만 벗어 놓구 스타킹바람으로 논바닥으로
> 저벅저벅 들어가 모자를 집어 들고는 다시 집으로 갔다.
> 엄마에게 혼날생각,학교에 늦어서 선생님께 혼날 생각...
> 이런저런 생각으로 난
> 겁을 잔뜩 집어먹었었다.
> 학교에 간 줄 알았던 애가
> 잔뜩 기가 죽어 흰색 스타킹은 진흙물이 다 들고, 젖은 모자와 신발을 들고
> 징징 짜며 들어오니 엄마가 얼마나 기가 막혔을까.
>
> 엄마는 침착하게 스타킹을 벗게 하시더니
> 가마솥에 조금 남아있는 더운물로 나를 씻기시더니
> 옷을 갈아입히시고
> "그러게 왜 엄마 말을 안들어.어련히 알아서 털모자 쓰고 가라고 했을까.얼른 일어나 학교에 가자.늦었다."
> "지금 늦었는데 어떻게 가.선생님한테 혼난단 말야."
> "엄마랑 가면 괜찮아"
>
> 쫄래쫄래 엄마 뒤를 따라 학교에 가니
> 선생님이 입가엔 미소를 눈엔 힘을 주시며
> "왜 늦었어"하셨다.
> 엄마 뒤로 숨으니 엄마는
> "논길로 오다가 논에 빠졌대요" 하신다.
> 그러더니 선생님과 엄마는 뭐라고 조용조용 말씀을 하셨다.
>
> 지금도 생생하게 떠오르는 기억이다.
> 내가 그리 멋을 냈었나 싶은데
> 난 그리 멋장이는 아니였던것 같은데...
>
> 봄바람이 아직도 난 무섭다.
>
> 엄정행 - 목련화 -듣고 싶네요.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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