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바람 하니 그날이 생각난다.
초등학교를 입학하고 나서였을것이다.
지금도 고집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이때의 나는 약간 고집불통이었다.
계절은 바로 봄,
못자리를 하려고 마을 앞뒤에 있는 논에는
물을 가득 대어 놓은 때였었다.
그치만 아직 날씨는 좀 추웠다.
지금의 황사바람처럼 바람도 겨울바람 못지 않게 불었다
입을 옷이 많지는 않았지만
큰 고모께서 학교에 가면 입으라고
그 무렵 시골엔 흔치 않았던 주름치마에 하얀브라우스, 모자까지
사주셨다.그러니 난,
아침마다 엄마에게 치마를 입겠다고 고집을 부렸었다.
그날도 며칠을 빨지도 못하게 매일 신었던
흰색 스타킹을 신고 검정 주름치마를 입고
이에 어울리는 챙이 둥글게 쳐있는
베이지색모자를 쓰고 학교에 갈 준비를 했다.
이 모습을 보신 엄마는
"오늘 바람 많이 불고 추워,그러니까 이 털모자(털실로 모자를 짜고 모자 양쪽엔 길게 목도리 같은 것이 달려 목에 감는다) 쓰고 가.응."
"싫어, 이 옷에 어떻게 그 모자를 써.
나 안추워.이 모자 쓰고 갈꺼야."
엄마가 다시
"너 춥다고 말만 해봐라.가만두나.니 맘대로 해."
이렇게 내 고집대로
학교가는 길에 나섰다.
날씨는 역시 엄마 말씀대로 춥기도 했지만
바람이 많이 불었다.
6학년인 친척 정애언니,친구 정미랑 함께 갔다.
큰길로 가면 좀 머니까 논길을 따라 지름길로
가야겠다고 이야기하는 정애언니를 따라 논둑길로 갔다.
논둑길을 반쯤 같을까,
불던 바람이 좀 세게 불더니
나의 챙모자를 물을 가득 대어 놓은 논바닥 한가운데쯤으로
날려 떨어뜨려 놓아버린 것이다.
어쩌나 어쩌나 하다 난 엉엉 울며
신발만 벗어 놓구 스타킹바람으로 논바닥으로
저벅저벅 들어가 모자를 집어 들고는 다시 집으로 갔다.
엄마에게 혼날생각,학교에 늦어서 선생님께 혼날 생각...
이런저런 생각으로 난
겁을 잔뜩 집어먹었었다.
학교에 간 줄 알았던 애가
잔뜩 기가 죽어 흰색 스타킹은 진흙물이 다 들고, 젖은 모자와 신발을 들고
징징 짜며 들어오니 엄마가 얼마나 기가 막혔을까.
엄마는 침착하게 스타킹을 벗게 하시더니
가마솥에 조금 남아있는 더운물로 나를 씻기시더니
옷을 갈아입히시고
"그러게 왜 엄마 말을 안들어.어련히 알아서 털모자 쓰고 가라고 했을까.얼른 일어나 학교에 가자.늦었다."
"지금 늦었는데 어떻게 가.선생님한테 혼난단 말야."
"엄마랑 가면 괜찮아"
쫄래쫄래 엄마 뒤를 따라 학교에 가니
선생님이 입가엔 미소를 눈엔 힘을 주시며
"왜 늦었어"하셨다.
엄마 뒤로 숨으니 엄마는
"논길로 오다가 논에 빠졌대요" 하신다.
그러더니 선생님과 엄마는 뭐라고 조용조용 말씀을 하셨다.
지금도 생생하게 떠오르는 기억이다.
내가 그리 멋을 냈었나 싶은데
난 그리 멋장이는 아니였던것 같은데...
봄바람이 아직도 난 무섭다.
엄정행 - 목련화 -듣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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