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막내 미경이.
나랑은 열한살 차이다.
딸 셋에 아들 하나.
맏이인 내가 5학년,남동생 기철이가 4학년,그 아래 선경이가 1학년 막내인줄 알았던 옥경이가 네살.
적지 않은 아이들이 있었지만
우리집엔 다섯째가 태어나게 되었다.
아침에 일어나 보니 엄마는
산통이 오는지 좀 괴로워 보였다.
아버지는 다른 집에 품앗이를 가시고
나와 동생들은 학교에 가려고 나서는데
"용희네 가서 아줌마좀 오시라고 해라.
엄마 애기 낳을 것 같다고..." 하시며 엄마가 힘들게 말씀하셨다.
아줌마를 모셔오기는 했는데 넷째 동생 옥경이가 문제였다.
용희네 아줌마는 엄마 시중을 들어야 되니 옥경이를 볼 수가 없었다.
그래서 내가 학교에 데리고 가기로 했다.
어디에서 그 용기가 생겼는지 모르겠지만
아마 별생각 없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선생님께 엄마가 동생을 낳으셔서 데리고 왔다고 말씀드리고
공부를 했다.
공부시간에 동생이 자꾸 물어보고 말도 걸었다.
내가 대답도 해주고 말을 하니 수업에 좀 방해가 되었는지
선생님께서 쳐다 보셨다.
그러더니 옥경이가 일어나서 교실을 여기저기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얼른 데려다 자리에 앉혔다.
3교시 수업을 하다 말고 선생님께서
"해경아! 이리 잠깐 와 봐라." 하신다.
선생님께서는 돈 150원을 주시더니
동생 과자 사주고 오늘은 공부 그만하고 집으로 가라고 하셨다.
나는 아이구 잘 됐다 하며 얼른 동생을 데리고 집으로 왔다.
지금 생각해보니 수업에 굉장히 방해가 되었었지 싶다.
그러니 선생님께서 돈까지 주시며 집으로 보내셨겠지.
집에 돌아오니
엄마는 누런 얼굴로 누워 우리가 오는 걸 맞이 하셨다.
그 옆에는 아주 조그마한, 아직은 불긋한 얼굴의 아기도 함께 누워 있었다.이 애기가 바로 막내 미경이였다.
아버지는 애기 낳았다는 소식에 잠깐 보고 다시 일하러 가셨다고 하신다.아마 딸이라서 조금 실망을 하셨었나 싶었다.
힘들게 일어나 미역국을 드시는 엄마의 모습을 보니
어린나이였지만 왠지 엄마가 처량해 보였다.
남편도 없고,또 딸이고...
꼭 아들을 바란건 아니었겠지만.
나, 5학년 봄에 태어난 막내동생 우리 미경이.
막내이지만 많은 사랑을 못 받은 것 같다.
엄마가 미경이 다섯살 무렵부터 일을 다니셨다.
아버지는 집에 있으라 하시는데,엄마는 품앗이 일을 다니셨다.
혼자 일어나 차려논 밥 챙겨먹고 이웃집 할머니가 간간히
돌봐주시긴 했지만 혼자 놀다 지쳐 잠들면 누가 이불 덮어주는 사람도 없고 그렇게 자랐다.
그러다 아버지가 중학교 2학년 때 돌아가셨다.
우리 미경이 생각하면 목이 메이고 눈이 시리고 아프다.
얼마 전 동생들이랑 모여 만두를 만들다
이런 이야기를 나누다가,나랑 셋째 선경이랑 목이 메어 울었다.
지금은 11개월짜리 아들의 엄마이다.
아기 이유식도 신경쓰고 남편 간식거리도 살뜰하게 챙기는
3년차 주부다.
봄이 깊어가면 미경이의 생일이 다가온다.
올해 봄바람은
우리 미경이에게 살랑살랑 좋은 일들만 가져다 주었으면 좋겠다.
김미경 행복해라.
(봄바람2) 막내 동생이 태어나던 날.
김해경
2008.0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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