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바람~]미스 유! 냉이 캐러 가자~~~
유연희
2008.03.04
조회 229
"미스 유~~~ 냉이 캐러 가자"

점심식사 후 어김없이 들려오는 부장님의 목소리가
철계단을 올라오며 사무실이 떠날갈 듯 내게 외치는 소리다.
결혼 후 잠깐 회사생활을 했었다.
2002년 월드컵이 열리던 해..
우연히 들어가게 된 회사.부장님댁이 내가 살고 있는 집과 가까운 거리이고 고향도 같은 여주였기에 익숙치 못한 회사생활에 적잖이 도움을 받으며 지냈었다.사장님도 부장님의 고향 선배여서 부장님은 내일처럼 회사일을 열정적으로 도맡아 하셨다.

한 집안의 외아들..고지식하고 철두철미한 한치의 빈틈도 보이지 않는 성격의 소유자이셨다.
그 부장님에겐 참으로 별난 취미가 있었다.
언덕에 아지랭이가 스멀스멀 피어 오르는 바로 이맘 때...
점심을 먹고 자칫 춘곤증에 빠져들 무렵이면 남자 직원들 몇명과 날 이끌고 사무실 옆 밭둑으로 끌고 가신다.
손에는 저마다 호미와 비닐 봉지를 들고서....
마침 회사가 시골동네 외진곳에 있어서 지천에 깔린게 냉이였다.
처음엔 모두 모아놓고 냉이 구별법을 상세히 알려 주신다.
그리곤 뿔뿔이 흩어져 저마다 냉이 캐느라 점심 시간 한시간이 훌쩍 가버린다.가끔 사무실에 중요한 전화가 걸려올까 내심 걱정스런 마음에 고개라도 돌릴라 치면 괜찮다면 손사레를 치신다.

점심시간이 끝나고 모두 캐온 냉이를 책상에 올려 놓고,마주 앉아 다듬으며 냉이는 어떻게 무쳐야 맛이 있다는 등등..신이나서 열변을 토하신다.
그러다가 현장에 바쁜일이 있음 슬며시?!가버리신다.
그러면 냉이 다듬는 일은 자연적으로 내 몫이다.

사무실에서 특별하게 할 일도 없고 쉬엄쉬엄 냉이를 다듬어 보지만 대여섯명이 한시간 가량 캔 냉이의 양은 그야말로 산더미이다.
하나하나 들고 일일이 다듬다 보면 서너시간이 훌쩍 가버린다.
이쯤되면 좀이 쑤시고 이걸 언제 다듬나..하는 막막한 마음에 슬슬 꾀가 나며 손길이 거칠어지고 만다.

다듬은 냉이를 캔 사람 수대로 똑같이 분배를 해주신다.집에 가서 끓여먹든 무쳐 먹든 노동의 댓가는 얻어가야 한다며...
어떤날은 삶아서 각자에게 나눠준적도 있었고,
어떤날은 다듬기만 하고 나눠주실때도 있었다.
덕분에 난 향긋한 냉이 된장국과 된장에 조물조물 무쳐낸 냉이무침 덕에 한동안 저녁 찬거리를 사지 않아도 되었다.

앞집과 아파트 상가에 있는 문방구 아저씨에게도 냉이를 나눠 드릴 수 있는 온정을 베풀기도 하였다.
부장님과 함께 차를 타고 퇴근을 하였는데 퇴근길에도 평소 냉이밭을 잘 알고 계셔서 집으로 가다 말고 차를 세워 냉이를 캐 간적도 있었다.부장님 차에는 항상 냉이를 캘 수 있는 도구가 갖춰져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그 부장님은 자연을 엄청 사랑하셨던 분 같다.
그래서 그럴까?
지금도 자연과 벗삼는 일을 하며 아주 행복하게 살고 계신다.
봄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오는 이 맘때가 되면 냉이 캐는것을 무척 좋아하셨던 그 부장님을 따라 다니며 온 밭고랑을 헤집어 놓았던 기억이 솔솔~난다.
부장님께 배운 냉이 상식 한가지...냉이는 오래된 밭...그 중에서도 고추밭에 많이 난다는 사실을 알았다.
작년에도 그랬듯이 올해도 부장님은 내게 봄바람보다 더 살가운 봄인사를 건네올 것이다.


"미스 유~~~냉이 캐러 가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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