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남편은 유난히 생선을 좋아합니다.
그게 어느 정도인가 하면요..
다른 반찬은 없어도 생선만 있으면 밥 한 그릇 뚝딱 비울 정도예요..
그래서 우리 집 밥상에는 다른 반찬은 없어도 생선은 거의 매일 올라 옵니다.
그러다 어제는 시장에 가서 물 좋은 고등어 한 손을 사와서 노릇노릇하게 구워서 밥상에 올렸더니 글쎄 우리 남편 밥 한 그릇이 마파람에 게 눈 감추듯 순식간에 없어졌습니다.
남편이 생선을 좋아하듯이 어릴 적 저희 아버지께서도 생선을 참 좋아하셨어요.
지금은 생선이 먹고 싶으면 언제든지 쉽게 구할 수 있지만
제가 어릴 때만 해도 5일 장에나 가야 생선 구경을 할 수가 있었구요..그렇지 않은 날은 생선 장수 아저씨가 널찍한 짐 자전거에 생선 상자를 여러 개 포개 싣고 이 마을 저 마을 끌고 다니시며 동네가 쩌렁쩌렁 울릴 정도로
"갈치 사려"
"고등어 사려"를 외치곤 하셨어요..
그럴 때면 엄마께서는 밥을 짓다 말고 나가셔서
"아저씨..이거 쪼금 더 깎아 줘유"하며 생선 장수 아저씨와 한동안 실랑이를 벌인 끝에 고등어를 한 손을 사오시면 여름철에는 기름에 노릇노릇하게 구워 주셨고,
겨울철에는 넓적하게 썬 무와 김장김치 한 포기를 반으로 잘라 냄비 밑에 깔고
고추장을 풀어 얼큰하게 조린 고등어를 상에 올리셨어요.
하지만 밥상 위에 생선이 올려진 날은 남자와 여자의 밥상이 언제나 따로 차려졌습니다. 맛깔스런 고등어가 올려진 상에는 아버지와 남동생이 마주 앉았고, 무와 김치 잎사귀가 놓여있는 상머리에선 딸들이 숟가락만 든 채 아버지 밥상을 흘낏 흘낏 쳐다보곤 했습니다..
그럴 때면 아버지께서는 딸들의 옆구리를 쿡쿡 찌르며 고등어 살 한 점을 엄마 몰래 밥그릇에 슬쩍 얹어 주시곤 하셨어요..
그래서인지 지금도 저는 고등어... 하면 아버지라는 단어가 가장 먼저 생각이 나요..
그것은 아마도 아버지께서 이 딸 저 딸에게 맛이나 보라며 어머니 몰래 한 점씩 떼어
수저 위에 얹어 주셨던 아버지의 깊은 사랑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그러고 보니 우리 아이들은 유난히 고등어를 좋아하고 만드는 조리법도 예전의 어머니의 손맛을 많이 닮아 있는 것 같습니다. 지금도 다른 요리는 몰라도 생선 요리 그 중에서도 고등어 조림이나 구이 하나만
잘해 줘도 남편한테 후한 점수를 받으니까요..
노릇노릇한 고등어 구이를 앞에 놓고 맛있게 밥을 먹는 남편 모습에서
내 어린 시절 아버지의 모습이 생각나 괜히 코끝이 찡해져 옵니다.
신청곡은 김창완이 부르던 냉장고에 고등어가~~~~이런가사의 노래 있잖ㅇ아요. 듣고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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