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 라디오 방송의 위력
윤은영
2008.03.14
조회 34
지난 2월 23일, 여든 아홉이시던 외할머니께서 갑자기 돌아가셨습니다. 임종도 뵙지 못했다는 맘에 참 죄송한 것도 잠시, 장례식장에서 문상객들 시중을 들며 정신 없는 이틀을 보냈습니다.
할머니가 돌아가셔서 많이 울고 충격을 받았지만, 그간 많이 자란 할머니의 손자들이자 제게는 사촌들이 대학생, 회사원이 되어 한자리에 모이고 보니 새삼 즐거운 시간이 되기도 했습니다. 서로 힘든 일을 함께 하면서 잠깐 짬이 나면 서로 살아가는 얘기를 하는 것도 하나의 즐거움이 되면서 "할머니께서 많은 일을 하고 가셨다"는 생각에 감사하기도 했지요.
문상객이 뜸한 틈에 장례식장 한켠 주방에 쭈그리고 앉아서 사촌인 현옥이와 밥을 먹으며 얘기를 하는 도중 뜻밖의 말을 들었습니다. 10년도 전에 신혼에 대한 사연이 라디오 방송을 탔던 사연을 얘기하는데, 전 그 방송을 식구들이 들었으리라고는 생각도 못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그 내용을 까맣게 잊어버리고 있었는데, 사촌동생이 얘기를 하고 보니 신혼때의 일이 생각났던 것입니다.
"언니, 언니가 임신했을 때 형부가 피자도 안사줬다면서? 치킨 안시켜먹겠다고 각서도 썼다면서? 딸기 천원어치도 망설이다가 안사먹었다면서..."
그 얘기를 듣고 보니 깜짝 놀랐습니다. 사촌동생이 라디오를 들었다는 것도 그렇고, 그 일을 여태 기억하고 있었다는 사실 때문이었습니다. 저도 잊어버린 그 때의 일을 말이죠. 새삼 남편과 참 오래 살았다는 생각이 들면서 참 힘들었던 그때의 일이 지금 생각해보니 좋은 추억이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한 라디오가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과 웃음을 오래오래 주고 있다는 사실도 말이죠. 그래도 오늘도 전 라디오를 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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