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 추억... 그리고 당황!
강세환
2008.03.14
조회 37
1980초반, 아마도 82년도에서 3,4년쯤?
저는 하사관으로 경기도에서 근무를 했습니다.
주특기가 방공이라서 주로 산꼭대기에서 근무를 서는데
선임이 알려 주더군요. P-77무전기 주파수만 잘 맞추면 라디오가 나온다고요.
임무상 24시간 내내 무전기를 틀어놔야 하는데 산꼭대기이고, 비 마져 내리니 길도 미끄러워 순찰 오는 사람도 없고 해서 심심풀이로 무전기 두 대 중 한 대를 선택해 라디오를 듣고 있었습니다.
번쩍!
잠시 후.............
우르릉...쾅!
오 마이 갓!
산꼭대기 피뢰침에 벼락이 내리꽂은 것입니다.
방공포가 두 문이나 있고, 포 두 문 사이에 관측소가 있는데 방공포 두 문에 하나씩 피뢰침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피뢰침에 벼락이 내리꽂히다니... 나 원 참...
난 죄도 안 지었는데 이게 무슨 변고람?
벼락이 내리치니 순간적으로 유선전화{군 전용/ 사제전화 아님. 일명 TA-312딸딸이} 두 대가 두절되었습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마침 듣고 있던 무전기는 노래가 계속 나오는데 대기 중이던 무전기 하나가 먹통이 되는 줄 몰랐습니다. 전화 역시 되는지 안 되는지 몰랐지요, 전화가 안 오니까 말입니다.
그런데 세상에나...
산 아래 본부포대에서 산꼭대기에 벼락이 치는 것을 봤나 봅니다. 유선 전화 불통이라 무전기를 그렇게 날렸음에도 우린 무전기를 통해 라디오를 들었는데 사고가 났다고 싶은 선임하사가 그 빗속을 뚫고 꼭대기 가지 올라왔는데 가관이었나 봅니다. 막사 안에서는 식사 때도 아닌데 비상라면을 끓여먹고 있었고, 근무자라는 사람들은 선임하사가 올라오는지도 모르고 라디오만 듣고 있었으니 얼마나 한심한 노릇이었겠습니까?
열은 받았지만 별 다른 사고 없이 유선 전화는 어디서 끊겼는지 모르니 통신병이 수리를 하기로 했고, 무전기 중 한 대는 배터리를 바꾸고 살려 놓고 무전으로 본부와 교신을 했답니다. 당연히 무전기로 라디오를 듣지 않았습니다.
월급을 타서 의정부에 나가 작은 미니카세트를 샀습니다. 너는 크고 나는 자코...라는 선전을 하던 쟈코 카세트.
근무가 아니라 막사 안에서 느긋하게 라디오를 듣고 있는데 갑자기 밖에서 짚차가 문을 열라고 클랙숀을 울리는 게 아닙니까?
근무자, 근무자!!
허겁지겁 나가니 문엔 아무도 없고요, 막사에 들어오니 다시 빵! 빵! 거리는 짚차 소리. 파견지 생활을 한다고 군기가 빠져 라디오를 듣다가 두 번 걸렸으니 이젠 용서는 끝이구나...하면서 풀이 죽어 나갔습니다. 작전에 실패한 군인은 용서가 되도 경계에 실패한 군인은 용서 받지 못한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나갔는데 또 안 보이는 짚차...
그랬습니다.
그것은 창밖에 잠수교가 보인다에서 나오는 효과음이었던 것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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