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 와의 첫 인연은
이동화
2008.03.19
조회 61
이렇게 시작되었습니다.

2000년 4월 15일 우리 막내는
전혀 예기치 않게 갑자기 저와의 만남을 어찌나 팍팍 재촉하던지요?.
아직 보름씩이나 예정일이 남았는데....
무조건 콜택시를 불러서
언제라도 들고갈 아기출산용품 가방을 들고서
부랴부랴 택시 뒷자석 손잡이를 잡고 엉거주춤 선 자세로
"아저씨! 산부인과 빠빨리~~"를 외쳤지요.
모퉁이 하나를 돌려던 찰라!
그렇게도 아이를 안 낳으려고 애쓰며 참았건만,
마구 세상을 향해 밀어내는 힘을 감당할 수가 없었답니다.
"아저씨! 어떡해요? 아가가 나와버렸어요. 죄송해요"
"예? 애 낳어요? 꽉 잡고 있으이소."
토요일 오후라 시내는 제법 교통이 막혔어요.
아저씨가 더 답답하신지
"여여~~산모가 아기를 낳았어요. 좀 갑시다~~"하니
다들 비켜주지 뭡니까?
헐레벌떡 달려오신 의사선생님! 간호사 선생님!
병원도 채 못 들어가고 택시안에서 탯줄끊고요.
아기는 이불에 꼭 싸서 간호사선생님이 미리 데려가고
전 엉거주춤 멜빵옷을 추스린 채 저만치 있는 기사님께
"아저씨 택시비요~~"하고 만원을 건네드리려니
"어여 병원들어가서 몸조리해요. 어데 돈이 중요한교? 어여 들어가요" 등을 떠미시지 뭐에요?
링겔을 꽂고 따듯한 온돌방에 갓난 아이와 누워있는데
어느 결에 나타나셔서는
"애 키운지가 하도 오래되어 뭘 살까하고 기저귀하고 분유샀어요."
"아저씨! 차는 더러운데 어떡해요?"
"걱정말고 몸조리 잘해요"
"아저씨!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아저씨는 금방 자리를 털고 일어나셨어요.
불과 2,3시간만에 참 황당한 경험을 했더군요. 제가.

아이가 백일즈음되었을 때, 제 몸도 좀 추스릴 수 있고해서
낮과 밤을 용케로 알아차리고 어찌나 쑥쑥 잘 자라는지
그 택시기사님이 너무너무 감사하게 느껴졌어요.
어떻게 인사를 해야하나? 돈이 많아 커다란 선물을 안겨줄 수 있음 좋으련만 그도 여의치 않죠. 곰곰히 생각하다가
방송국 한 라디오프로그램에 편지를 보내었었어요.
"기사님! 정말 감사합니다.
안전하게 산모를 잘 태워다주시고 배려해주신 덕분에 우리 아이가 백일을 맞이했답니다~~~"라는 사연으로.
그 때까지 개인택시라는 것만 알지 그 분의 성함까지는 미처 못 알아두었지요.
뒷자석이 피투성이가 되었을 것이며, 그 생사를 오가는 와중에 섬세하게 배려해주신 손길이 고스란히 묻어있다는 제 맘을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보냈었답니다.

그 사연으로 라디오는 마치 스파이같았어요.
기사부부와의 해후가 시작 되었었지요.
"우리집 막내딸~~어쩜 이렇게 달덩이처럼 예쁘게 자라냐? 응?"
가슴팍에 꼭 껴안아주셨던 두 분!!
제 삶에 은인이세요.
라디오가 두 가정의 만남을 엮어주었답니다.
돌때, 학교에 입학할 때 또 다시 그 택시기사님 사연을 라디오에 보내 서로서로 기분좋은 추억을 두고두고 얘기할 수 있도록한 매개체가 라디오였어요.
그 덕분에 지금도 앞으로도 라디오는 제친구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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