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란 말이 지천으로 널린 이 시대에 사랑이란 말 한마디만 듣고 죽어도 여한이 없겠다는 연세 드신 어머니가 계십니다.
간혹 어머니는 지나가는 투로 던지는 말씀 하나하나가 제게는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산 역사라 듣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전 M본부와 동갑내기입니다. 아마도 제가 M본부보다는 몇 개월 앞서겠지요? 7월생이니까요.
어머니, 말씀하십니다.
‘넌 왜 라디오를 듣니?’
하고요.
그럼 전 이렇게 대답을 합니다.
‘일하면서 눈으로 볼 수는 없고, 조용함을 깨기 위해 라디오를 듣는다.’
라고요.
제가 1962년 7월생인데, 제가 태어나기 전에도 라디오 방송은 있었답니다. 지금의 케이블 라디오로 생각하면 이해가 빠르겠지요. 집집마다 스피커를 연결해 돈을 내고 라디오를 들었는데 주파수 선택의 여지는 없었답니다. 일방적으로 들려주니 들어야 했다니까요.
그러던 중 제가 태어나던 해인 1962년에 M본부가 생겼는데, 시험방송 중이라 ‘여기는 M본부, 시험방송 중입니다’라는 멘트와 함께 계속해서 노래가 흘러나왔답니다. 1988년도인가? S본부라디오 생길 때 저도 들었습니다마는 M본부도 개국 전에 음악이 계속 흘러나왔다고 합니다. 그때 어머니 연세는 제 나이 보다 훨씬 젊을 때셨죠. 그런데 라디오에서 M본부라는 말을 얼마나 많이 했던지 오죽하면 두어 살 된 누님이
‘라디오 가져오라.’
하면 못 알아듣고,
‘M본부 가져와라.’
하면 얼른 라디오를 가져왔다고 할 정도였다니까요.
전 ‘아차부인 재치부인’이나 ‘전설 따라 삼천리’, ‘가로수를 누비며’, ‘푸른 신호등’, ‘사랑의 계절’ 등 방송국과 상관없이 기억이 나는데, 어머니는 ‘장마루촌의 이발사’나 ‘장희빈’ 등이 제일 많이 기억난다고 하십니다.
집에서는 아내나 애들에게 텔레비전 리모컨을 빼앗기는 슬픈 가장이지만, 일터에서는 제가 주인이기에 제 맘대로 라디오를 듣지요.
사실 요즘 저를 비롯한 우리는 방송 매체의 홍수 속에서 산다고 해도 과언은 아닙니다. MBC, KBS, SBS, CBS, TBS, EBS 등등 지상파도 많고 더군다나 DMB도 생겼으며, 하다못해 MP3나 라디오 휴대폰은 이미 오래고, MP7등등 전자사전으로도 라디오를 듣고 노래를 들으니 정말이지 우리는 라디오와 떨어져 살 수 없나봅니다.
또한 컴퓨터에도 레인보우라는 것이 있어 라디오를 생방송으로 들을 수 있는데 거기다가 보이는 라디오까지 있어 라디오가 듣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텔레비전처럼 보기까지 한다니 정말 세상 많이 발전하고 좋아졌습니다.
그것도 모자라한 방송사에서도 두세 개 이상의 주파수로 방송을 송출하니 선택의 여지는 많아 좋은데 막상 그 좋은 것을 전부 선택할 수 없어 아쉬움이 있습니다. 하다못해 자면서까지 라디오를 켜 놓고 자다보니 뭐가 나오면 몇 시구나. 뭐가 나오면 몇 시구나. 하는 식으로 살아갑니다.
사실 어렸을 적 동생과 한 방을 써서 라디오 때문에 많이 싸웠죠.
전 AM을 듣는데, 동생은 끝까지 FM을 들어야 한다고 싸우고 울고불고 난리도 났었습니다. 물론 형인 제가 주도권 싸움에서 이겼지만, 제가 동생에게 이제는 안 나오는 마이마이 카세트를 사 주고 나서야 제 승리로 끝났지만요. 그때 그 카세트로 첨 스테레오를 들었는데 그 감흥......아직까지 잊히지 않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저도 AM에서 FM마니아가 되었는데 시간이 흐르고 나이를 먹다보니 다시 통기타나 7080. 아니면 성인가요로 돌아오게 되었습니다.
공기가 중요하지만 너무 많고 곁에 늘 있어서 못 느끼듯, 방송도 우리에게 편리함을 주지만 막상 워낙 많으니 저 역시 중요성을 인식하고는 못 삽니다.
하지만 우리에게 즐거움과 정보를 주기 위해 음으로 양으로 고생하는 많은 방송 관련자들에게 2008년이 가기 전에 고마움을 전하기 위해 글 올립니다.
라디오 전설
강세환
2008.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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