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11월 6일 대구 매일 신문에 조그맣게 기사가 떴다
'아동 문학가 권기환씨 별세'
기사를 본 순간, 심장이 벌렁 거리고, 손이 떨려 그 부분을 발췌 하여 오리던 가위질이 자꾸 비뚤게 나갔다
문학 소녀를 꿈꾸던 내게 꿈을 현실로 자리매김 해 주셨던 국민학교 문예 담당 선생님...
거슬러 올라 가면 국민 학교 2학년때, 제일 꼬맹이로 문예반에 발탁 되어졌다
지금도 잊혀 지지 않는 문예반 첫 수업시간
"글이란, 생각과 느낌을 아름답게 표현해 내는것"
문예반 선생님의 말씀이 뇌리 속에 또렷하게 아로 새겨졌다
국민학교 2 학년때 인연 지어진 선생님은 6학년때 '청년 회의소 주체'글짓기 대회에서 동시부 최우수상을 받는것을 계기로 5년여의 지도에 활짝 꽃을 피웠다
창 문
"와~~~~~아!"
하고 가버린 아이들 소리만
맴도는 창문가에
어디선가 날아든
빠알간 꽃잎 하나
말똥 말똥
순희를 찾는데
"아이참, 남이 녀석 산수 문제 잘 풀더라"
"그래, 그래"
비뚜르 앉은 책상과
창문과의 얘기가 익어갈 무렵 이면
으슥한 밤님이
똑
똑
똑
창문을 두드린다
지금 읽어 볼라치면 얼굴이 화끈거릴 정도의 졸작 이지만 그해 운이 좋았던지 이 상으로 '서울 까지 비행기 타기 여행'의 상품이 기다리고 있었다
1968년 여름 즈음 이었으니 학교는 물론이고 우리 가정에도 큰 경사가 아닐 수 없었다
난생 처음 타보는 비행기...
3박 4일의 서울 여행
남산으로, 워커힐로, 서울 시장님이 '삼오정' 이란 한식집서 사주던 처음 먹어 본 불고기 정식...
'청와대 방문' 하여 박대통령 내외와 악수와 기념 촬영, 가짓수를 헤아릴 수 없던 청와대 오찬의 반찬들...
3박 4일은 그렇게 꿈결 처럼 흘러갔다
대구로 돌아와 다시 일상으로, 그리고 또다시 각종 글짓기 대회 출전, 문예반 에선 혹독한 혹평을 서슴치 않으셨지만 정작 대회 당일날은 "덕혜 니가 상 못타면 탈 사람 없을것" 이라며 용기를 주시던 선생님.
중학교 입학시험.
원하던 학교 입학, 그리고 졸업식..
졸업생 대표로 답사를 읽으러 단상에 서서 내가 너무 울어버려 온 강당이 울음 바다로 변했을 때, 조용히 부드럽게 내 어깨 감싸며 토닥여 주던 선생님, 당신도 그땐 울고 계셨었죠
"너와 이렇게 정이 들었을지 몰랐구나~~ 상급 학교 가도 너는 국어 선생님들 사랑 많이 받을거다. 잊지마라 덕혜야~~절대로, 어떤 상황이 되었던 붓대는 꺽지마라 알았제?"
무릎 굽혀 나와 눈을 맞춰 간절히 얘기 하셨고 철없던 나는 고개 주억 거리며 그리 하겠노라 약속을 해버렸다
지금까지 가슴 아리게 새겨진 마지막 선생님 말씀.
"그래~~넌 약속을 잘 지키는 아이니까 10년 못다가서 니 작품집 몇권 선물로 받겠구나~~ 그날, 손꼽아 기다리마~~꼭 기다린다~~"
지키지 못한 약속.
아무리 철없을때 주억 거린 고개짓 이지만 이렇게 회한으로 남겨질 줄이야....
간간이 함께 글짓기 했던 친구들께 내소식 제일 궁금 하다며 어떤 상황에 있을지라도 꼭 한번 찾아 오라고 건네 받았던 명함만도 십여장....
끝내 선생님 앞에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경북대 병원 영안실 앞까지 찾아 갔다가 내모습이 너무 가소로와 그냥 눈물 흩뿌리며 돌아서 오고 말았다...
한달여를 죄지은 사람 처럼 전전긍긍 하며 보냈다
그러던 어느날, 퇴근 하여 집에오니 책 몇권이 소포로 부쳐져 배달 되어져 있었다
서둘러 뜯어보니 선생님의 동화책 몇권과 친필 편지 한통이 동봉 되어져 있었다
덕혜야,
니 소식 친구들 통해서 늘 듣고 있었다
자식~~시어른 대소변 수발 들고 직장 생활도 함께 병행 하느라 날 보러 올 맘의 짬이 없나 보구나...
제발 니 얼굴 보고 이런저런 세상살이 얘기 나눌수 있었음 하지만...
안돼도 하는 수 없는 일 이고...
글쓰기는 나이 제한이 없다
니 맘이 좀 고요해 지면 꼭 니 색깔 잃지 않는 글을 써주기 바란다
니는 어릴때 부터 맘결이 고왔니라
그 고운 마음결, 꼭 글로 표현해 주기 바란다
혹, 내가 세상에 없을때면 날위해 니 책 한권 소각해 하늘로 부쳐다오
기다린다~~꼭~~
어릴때 너의 모습, 하나도 남김 없이 기억 하고 있다
하하 나는 어릴때 니 모습만 아로 새겨져 있어서 길에서 혹시 스쳐 지나가도 못 알아 볼테지...
나도 할아버지가 다 됐거든...
내 젊은날의 모습만 니가 기억해 다오
오래도록 못 만나니 이런 좋은점도 있구나 그쟈?
유언으로 남겨 아마 가족이 내 주소 수소문 해서 부쳐 주신 것이리라...
선생님
선생님
권 기 환 선생님....
못난 제가 지금에사 선생님을 위해 무엇을 해드릴 수 있겠습니까?
이 한줄 글로 선생님 영전에 엎드려 죄송한 마음, 긴 울음 토해 봅니다
부디 영면 하옵소서
(그사람)지금껏 못지킨 그날의 약속....
황덕혜
2008.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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