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사람] 무, 콩나물 밥과 마음처럼 진했던 간장
박점순
2008.03.28
조회 49
벌써 결혼한지 30년이나 되었는데 아직도 생각만하면 가슴이 뭉클한 그런 분이 있습니다.
남편을 만나기 전까지 외롭게 혼자 생활했던 저에게 따뜻함을 전해주신 분이기에 유가속 가족들에게 저의 따뜻한 사연을 소개해 드리고 싶습니다.

결혼 전의 일입니다.
직장생활을 하던 시절 저는 회사의 기숙사에 살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시골에서 할머니 두 분이 올라오셨습니다.
으례 기숙사에는 식당이 있기 마련이기에 회사 식구들에게
밥을 해주시려고 했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시골에서만 생활하시다가 서울에 올라오셨으니
얼마나 낯설으셨을까요?
당연히 모든 일들이 어설프셨습니다.
그런 모습이 안쓰러워 할머님들이 적응을 하실 때까지
시간날 때마다 두 분을 도와드렸습니다.

그렇게 몇 달이 흘렀고 그냥 밥을 해주시는 분이라기보다는
돌아가신 엄마같은 느낌이 많이 들었습니다.
생신이시면 딸처럼 함께 축하해 드리고, 혹여나 아프시면 약을 사들고 한걸음에 달려가기도 하였습니다.

하루는 너무 아파 기숙사에 누워있는데 어떻게 알고 오셨는지
아프다는 소식을 들으시고 할머니께서 오셨습니다.

그 때 할머님의 손 위에는 무와 콩나물을 넣어 지은 따뜻한 밥과 그런 할머님들의 마음처럼 진했던 간장이 있었습니다.

입맛이 없는 저에게 간장을 넣어 슥슥 비벼주시며,
혹시나 혼자 먹으면 먹지 않을까봐 넉넉하게 양을 가져 오셔서는
함께 먹자고 숟가락을 손에 쥐어 주시는데
그만 왈칵 눈물을 흘렸습니다.
왜 울었는지는 지금은 잘 모르겠지만,
원래 자취할 때 가족없이 아픈게 제일 서럽잖아요?
그저 할머님들께 너무 감사했던 마음을 표현한 한 방법이었을 것 같습니다.

몇 년이 지나 할머님들께서도 고향이 그리우셨는지
시골로 내려가셨습니다.
아마 그 때 눈물로 할머님들을 배웅할 때가
뵐 수 있었던 마지막이었습니다.

그 때 먹었던 무, 콩나물 밥 때문이었을까요?
아님 할머님의 마음 때문이었을까요?
전 금방 자리를 털고 일어났습니다.

그로부터 30년이 족히 지난 지금의 저는
아직도 컨디션이 좋지 않아 왠지 아플것 같으면
죽보다는 무와 콩나물을 넣고 지은 밥에 간장을 넣고 비벼먹습니다.
마치 어머니들이 배 아픈 자식들의 배를 문질러주며 '엄마 손은 약손'을 외치시면 아팠던 배도 사르르 평안해 지는 것 처럼 말입니다.
한마디로 엄마 같으셨던 할머님의 사랑이라는 묘약의 처방전을 받는 것이지요.

유가속 가족 여러분들도 입맛이 없으시거나, 몸이 으슬으슬할 때
따끈하게 막 지은 무, 콩나물 밥에 파송송 썰어넣은 간장을 넣고
슥슥 비벼보세요.
아마 한 그릇을 싹 비우는 그 짧은 순간에
이미 가족들 가까이 스물스물 몰려왔던 모든 나쁜 기운들이
확 물러날꺼에요.
우리 할머님들의 사랑의 파워 때문에요.

* 신청곡
김연숙 - 그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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