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때 그 사람
김순자
2008.04.04
조회 28
초등학교때 짝쿵이었던 남자애. 항상, 깔끔한 모습으로 다녔던 새하얀 피부의 남자. 꼭 여자애같이 수줍음이 많고 말수가 적었던 내짝쿵. 지금 생각해 보면 내가 괴롭혔던 것 같다. 괜히, 귀여워서.
내 친구들은 이런 내짝쿵을 부러워했다. 그러던 어느날 그 애가 자기집 강아지가 새끼를 낳으면 한 마리 준다고 했다. 난 개를 좋아하지도 않으면서도 좋아.꼭 줘야 해. 난 친구들한테 자랑을 했고 내 친구들은 내 짝쿵에게 와서 자기들도 한마리씩 주라며 괴롭혔다. 정말 밉게. 짧은 만남과 동시에 이별. 새로 자리배치를 했고 그 애는 앞자리에 난 뒷자리에 .말썽장이 남자애3명과 한 조가 됐다. 거의 날마다 울며 지냈던 그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간다. 그렇게 그 애는 내 기억속에서 사라졌고 우연히 중학교 등교 길에 신호등에서 봤다. 설마....하며 그런데 같은 학교에 다녔던 것이다. 남자중학교는 교문에서 가까웠고 여중은 속으로 쭉 들어가야 했다. 우리는 그렇게 등교길에 많이 마주쳤다. 서로 숙기가 없어서 말 한마디 건네지 못하고 눈도 안 마주치려고 신호등에서 서로 멀리 떨어져 있었다. 그렇게 가슴앓이를 하며 시간이 흘러갔고.....
고등학교에 진학. 스쿨버스가 없어져서 버스를 타고 등교를 하려고 정류장으로 갔는데 길 건너 골목에서 그 애가 나오는 것이다. 정말 키가 커지고 어릴 때 그 앳된 모습은 보이지 않았지만 여전히 얌전한 모습이었다. 그애도 날 알아봤을까.정말 신의 장난일까.
어디서 타나 보자 하고 몰래 계속 쳐다보고 있었는데 이 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아니. 이게 왠일....
몇 번을 타나 하고 조심스럽게 쳐다보고 있는데 30번이 왔다. 내 번스. 그 애가 먼저 타고 가야 학교라도 대충 찍을텐데 다음을 기약하고....아니 뭐야. 이 쪽으로 오잖아. 아니. 그럼, 내 버스를 . 맞다. 나랑 똑같은 버스다. 학교가 두개. 대충 답이 나온다. 나보다 먼저 내리면 A학교다. 아니. 우리는 그렇게 같은 버스를 타고 등교를 했다. 난 초등학교 친구한테 수다 수다를 떨며 이런 인연이 있을까 정말. 그 애를 일부러 앨범에서 보여주며" 참 잘 생겼지. 성격도 좋아. 그런데 이 애랑 나랑은 전생에 인연이었나봐. 그런데, 그 멍청한 애가 말을 안 건단 말이야. 여전히 숙기가 없어. 그런다고 내가 먼저 하기는 자존심 상하고." 그렇게 고등학교도 자주 마수치며 등교를 했다. 어느날 우연히 주말에 고모랑 동네를 걸어가고 있었는데 그애가 친구랑 앞에서 걸어오고 있었다. 정말 가슴이 쿵닥쿵닥. 그렇게 가깝게 정면으로 마주치기는 처음이었다. 항상, 얼굴 한 번도 제대로 쳐다보지를 못했는데. 앞에서 정면으로 걸어오고 있다니
난 딴 곳을 쳐다보며 그 애랑 스쳐지나갔다. 손에 어찌나 땀이 나던지.꼭 도둑놈 같았다.
난 스치기가 바쁘게 "고모, 방금 지나간 남자애 생각 나. 어때. 잘 생겼지." 고모는 "별로. 누구." 뭐야, 저 얼굴이 잘 생긴 얼굴이지. 얼굴 볼 줄 모른다니까 정말" 난 계속 그 애 생각만 하고 걸었다. 정말 어쩜 말 한 마디 서로 안 하냐. 속상하게. 그 애도 날 알아볼까. 나만 이렇게 맘 조이며 가슴앓이 하겠지. 정말 무심하다. 남자애니까 먼저 한마디 걸 때도 됐는데....
그렇게 가슴앓이만 하고 우리는 헤어졌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 문득 생각나는 그 애는 내 가슴속에서 잊혀지지 않는다. 결혼 해서 살고 있을 그 모습. 이제는 영원히 볼 수 없겠지만 내 가슴 한 구석에서 자리 잡고 있는 내 짝쿵. 한 번씩 꺼내서 입가에 웃음을 짓게 하는 그 소중한 추억. 짝사랑이었지만 참 보고 싶다. 그 애는 날 어떻게 생각했을까. 그래도 한 번쯤은 생각해줄까. 비가 오면 생각나는 그 사람. 눈이 오면 생각나는 그 사람. 너가 내 가슴속에서 이렇게 소중하게 기억 된다는 걸 넌 모르지. 이렇게 생각만 해도 가슴 한 구석이 따뜻해지고 행복해지는데 참 고마워. 소중한 추억을 만들어줘서 친구야.
심수봉의 그 때 그 사람이 생각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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