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사람) 정선교선생님! 뵙고 싶어요.
김해경
2008.04.10
조회 37
내가 다녔던 초등학교는 규모가 그리 크진 않았다.
한 학년이 두개반 정도였었으니까.
그 중 우리 학년은 한개반 32명정도 밖에는 없었으니까
더욱 작았었다.

정선교 선생님은 내가 4학년이던 때에
부임해 오셔서 담임을 맡으셨었고
6학년 때 다시 한번 담임을 하셨다.

지금 돌이켜보니 선생님 모습은
적당한 키에 몸이 호리호리하니
살집이 없이 마르셨었다.

시골학교에서 그 시절의 우리들은
시험을 앞두고도 공부를 많이 하지 않았었는데,
선생님께선 평소에 공부를 저녁마다 하라고
우리에게 숙제를 내주셨다.
딱히 숙제를 정해주신게 아니라
알아서 자율로 공부를 하라는 게 숙제니
그게 잘 될리가 없었다.
그래도 숙제검사를 꼭 하셨다.
그 방법은
"선생님은 너희들의 눈을 보면 안다.
공부를 많이 한 사람은 눈이 다르다.
숙제 잘 해와라"
하셨는데
정말 아침마다 선생님 앞에서
받는 숙제검사는 나를 포함한 우리반 친구들을
공포에 떨게하기에 충분했다.
숙제를 제대로 해올리 없는 남자아이들은
선생님께 매를 많이 맞았었다.

그래서 난 저녁 열시쯤에 공부를 했던 것 같다.
눈이 피곤해서 빨갛게 충혈이 되라고 말이다.

"공부를 하려면 낮에 해야지 밤에 불켜놓고
이게 뭐하는 짓이냐? 어여 자."

"엄마는 몰라. 지금해야지 선생님이
내가 공부를 했는지 않했는지 아신단 말야.
저번에 낮에 했다가 선생님이 네 눈을 보니
공부를 안했구나 하셔서 나 엄청 혼났어."

엄마의 성화를 뒤로 하고 나는
깊은 밤에 불을 밝히며 눈이 빨개지기 위해
숙제를 했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해 보면 참 어이없고
선생님께서 좀 이상한 방법을 쓰신것도
같은데 추억으로 남는다.
정몽주의 선죽교를 설명하실 때
선생님의 이름으로 열심히 설명해 주신 것도
기억에 남는다.
정선교의 '정'
선교 사이에 '죽'자를 넣어서
선죽교라고 절때 잊지 말라고
말씀하셨었는데...

선생님께선 학교근처에서 사모님이랑 아들(5살정도,이름생각 안남),딸(현경,3살쯤)이랑 사셨다.
공부에 관해선 엄하셨지만
우리를 집으로도 초대해주셔서
선생님 아들,딸 현경이랑 놀았던 기억도 난다.
남자아이들 중 정일이란 친구는 현경이를 엄청
이뻐해서 오해를 받은 일도 있었다.

우리들이랑 도시락 드시는 걸 엄청 좋하하셨던
선생님께선 네모난 스덴 반찬통에 맛있는 반찬을
많이 싸오셔선 사모님 반찬솜씨 자랑도 하시고
우리들이 평소에 먹기 쉽지 않은
소세지부침도 나눠 주셨었다.
감자전을 좋아하셨던 선생님께선
누가 그걸 싸가지고 오면
갖은 칭찬을 늘어놓으시며
하나 달라고 하셨다.

선생님의 관심을 많이 받았던 나는
그게 싫어서 반찬 뚜껑을 덮어놓고
밥을 먹다가 오히려
선생님의 관심을 더 끌게 된 일도 있었다.
"해경이가 선생님 맛있는 감자전 주기 싫어서
혼자 숨겨놓고 먹는구나!그래도 하나 먹어야겠다.
맛이 좋은데 그래서 몰래 먹으려 했나보네"
아이구 창피해라 난 그게 아닌데.


6학년 졸업식에
섭섭하고 아쉽운 마음에 눈물을 흘리는
우리 여학생들을
교문 밖까지 배웅해주시곤
크게 웃으시며
"우리 나중에 크게 되어서 다시만나자"
하셨었다.

나를 많이 예뻐해 주셨었는데
그게 그땐 그리 좋지만은 않았었다.

재작년에 친정근처에 있는
점동초등학교 교감선생님으로 계시다는
말을 듣고 찾아뵈어야지 했었는데
차일피일 미루다 보니
다른 학교로 전근을 가셨다는 소식을
또 듣게 되었다.
아이고 좋은 기회를 놓쳤구나 싶었다.
선생님께 죄송한 생각이 많이 들었다.
수소문해서 꼭 인사를 드려야겠다.
"정선교 선생님! 꼭 찾아 뵐께요."

신청곡 마야 - 진달래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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