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걸리 한잔에 느낀 남편의 사랑
박점순
2008.04.20
조회 49
오늘은 아침부터 유난히 분주한 날이었답니다.
나의 1년 농사를 마무리 짓는 날이었기 때문이죠.

밭에 씨를 뿌리는 봄에 농사를 마무리 하다니 의아해 하셨죠?

매년 이맘때면 큰 항아리 속에 담가두었던 메주를 꺼내 된장을 담그는데, 간장을 다리고 된장을 만드는 일이 저의 1년 중 가장 큰 행사거든요.

팔이 아픈 저를 위해 매년 메주를 치데는건 남편의 몫이었는데
일이 바쁜 남편이 올해는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회사로 가버렸답니다. 그래서 오늘 하루가 더 분주했던 것 같아요.

이렇게 하루종일을 걸려 만든 된장을 동생네 줄 항아리 속에 하나가득 담고, 30년만에 만난 초등학교 친구를 줄 항아리 속에도 또 하나 가득 담고, 도와 주신 언니같은 이층 아주머니댁 항아리에도 하나가득 담고.
그리고 제일 큰 우리집 항아리에 더더더더더 하나가득 담고......
이제는 볼록한 항아리만 쳐다봐도 제 배가 다 부를 정도랍니다.^^

힘은 좀 들지만,
아침, 저녁으로 가족을 위해 뚝배기에 맛나게 담근 된장을
사리살짝 풀어주고 호박과 고추, 두부를 넣어
보글보글 맛나게 끓여 상위에 올려 놓으면
"호~~~호~~~"하면서 맛있게 먹을 모습을 생각하니 흐믓흐믓.
뭐 이런게 행복 아니겠어요?

일을 마치고 들어오는 남편은 그냥 오기 미안했는지
부침개에 시원한 막걸리 한통을 사들고 들어왔어요.
큰 사발에 걸쭉한 막걸리를 쭈욱 따라주는데
갈증이 나던 참에 시원하게 한잔 벌컥벌컥 들이켰죠.
이게 얼마나 꿀맛이던지......

이 막걸리 한 잔에 우리 남편이 더할나위없이 세상에서 젤로 멋져보이지 않았겠어요? 크크크크크크.
거기에다가 보태기 한판!!!!!!!!
힘들다고 어깨도 주물러주고 다리도 주물러 주는데,
순간 뭉클~~~가슴이 찡했답니다.
자기도 하루종일 힘들었을텐데 내색도 하지않고 나를 위해.

오늘 저녁에는 부끄럽지만 남편한테 사랑한다고 잠자기 전에
살짝 속삭여 주려구요.
이렇게 사연을 쓰고 있는 저를 보면서
'박작가' 이러다 아주 등단하겠어~~이러면서 놀리곤 방으로 들어가네요.

방송에서 자기 이야기 나오면 소리없이 살며시 웃는 우리 남편.
경상도 사나이라 감정 표현을 잘못해서 좋다는 표현이 고작 미소 띠는 정도지만, 사연이 나온 날이면 저보다 더 신나서 딸아이에게 자랑을 하곤 합니다.

말걸리로 전해 준, 제가 느낀 이 사랑이 얼마나 따뜻하고
갈증까지 덜어줄 정도로 얼마나 시원했었는지.
그리고 이말도 함께 전해주면서 저 또한 사랑을 전달하기 위해
사연을 적어봅니다.

귀여운 우리 남편 사랑하고, 항상 힘내세요!!!
핸드폰 바탕화면의 글처럼, 당신 곁에는 늘 저와 우리 아들 딸이 있으니까요!!!!

* 신청곡 : 노사연의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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