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 꽃 그늘 아래서
한완숙
2008.04.23
조회 44

꽃 그늘아래서 ..

사람정이 철~철 넘치는 글

잠잠히 읽고 갈까하다 흔적 남깁니다^^*

아름다운 추억 담뿍 담으시길 ..


황덕혜(hdh1956)님께서 작성하신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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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판의 글을 꼼꼼히 읽어 볼라치면 세상살이 그곳에 함축되어 녹아 있는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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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광' 님의 별세 소식, 저 역시 가슴 졸이며 소식 기다렸던 '푸른바다'님의 반가운 글, (이젠 떠나지 말아요~~ 아프잖아요) 언젠가 꼭 한번 만나고픈 분 중 한분인 '이명숙'님의 봉사 소식, 사업처를 화성으로 이전 하신다는 글을 남겨 주신 '백중섭'님( 정말 잘 되시길 마음 모아 기원 합니다) 생음악 전성시대 후기담을 조곤 조곤 속삭여 주신 '유연희님, 살아가는 자세가 넘 이쁜 이뿐님의 옆지기 생신 축하글, 세상 살이 그러기 쉽지 않은데 넓은 맘 소유자 '박점순'님의 생활 글 등등....
>
> 어느 하루라도 의미 없는 날은 없는듯 하다
> 누구의 생일, 누구네의 결혼 기념일, 그리움 절절히 묻어 나는 누구의 기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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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중한 시간들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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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뜨뜻 미지근 하게 어제 글을 끝맺은 관계로 "뭐야~~~밑 안닦고 나온것 처럼..." 소중한 분께 한소리 들었다
> 얼른 개운한 뒷처리 해드리고자 다시 글을 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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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간이 흐를수록 분위기가 고조되고 음악과 술과 보고픈 사람들과의 해후가 무르 익을대로 익을 즈음 난 슬며시 잠자리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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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배는 식당 방에 다 자면 된다고 큰소릴 쳤지만 내가 생각 하는 차원은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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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영 언니를 그렇게 재울순 없는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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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효신. 안동서 유치원 원장을 하고 있는 여고 시절 단짝이다
> 고맙게도 효신이에겐 '촌집' 한채가 별장 처럼 있다
> 선영 언니가 오기 전 정말 혹시나 해서 한통의 전화를 넣었다
>
> "효신아~~~나, 그 별장 혹시나 해서 그러는데 며칠만 쓰면 안될까? 지금 비어있니?"
> "가시나야~~별장은 무슨... 똥집 하나 가지고... 그래, 언제라도 써라. 근데 조건이 있는데 가시나들 끼리 올것 같으면 안되고 좋은 남자랑 오면 언제든 환영이다 ㅎㅎ "
>
> 미국 교환교수로 떠난 남편이 한번 들어 오라고 숨넘어 가는 소리 해대서 지금 미국에 체류중 인데 바로 옆집에 집관리 해 주는 노부부가 계시니 도착 하기전 전화 한통만 넣어 달라고 했다
>
> 궁하면 통한다 했던가?
> 효신이께 연락 했더니 "알았다~~~가시나, 즐거운 자리에 있는갑네~~ 아이구, 나도 한자리 껴야 하는데...자리 파하고 집에 가면 불편한것 없이 해 놨을끼다 맘 놓고 재밌게 놀아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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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살이, 혼자선 절대로 되는일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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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밀고 당기는 실랑이 끝에 언니와 함께 '촌집'으로 빠져 나왔다
> 죽어도 함께 갈거라는 남정네 다섯 끼워 일곱명이 새벽 두시경 도착한 집은 환하게 불 밝힌채 우릴 맞아줬다
>
> 평상위 메모지엔 '불편하마 깨우시오" 라는 투박한 글씨체 곁에 그역시 투박한 아라비아 숫자들이 나열되어 있었다
>
> 세번 정도 놀러와본 경험이 있는터라 집 구조는 눈에 익숙했다
>
> 방 4칸, 전기 보일러 깔아 소리 없이 따끈따끈 했고 그것조차 못미더워 방 두칸 페치카엔 잔나무가지들이 탁탁 소리내며 타오르고 있었다
>
> 따뜻한 물에 샤워 하고 푹신한 요위에 길게 몸을 뉘여봤다
> 몸은 천근만근 인데 정신은 새록새록 맑아옴은 무슨 조화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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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뜨거운 방에 몸을 지지고 창호지 문이 아직 진청록색에 물들어 있을 즈음 조심하며 방을 빠져 나왔다
>
> 기다리고 있었다는듯, 아직은 차갑고 그러나 부드럽고 달작지근한 새벽 공기가, 어우러진 꽃향기 담아 온몸을 쓰다듬어 준다
>
> "차실"에 들어서니 온갖 차 들이 자신을 선택해 달라는듯 정갈한 자태로 고요히 반긴다
>
> 아침엔 누가 뭐래도 커피다
> 갈아 놓은지 얼마 안되는듯 원두 커피의 향이 갈증난 내목을 아우른다
> 찻물 끓여 커피 내리고 있을때 선영 언니가 그림자 처럼 내뒤에 서성이고 있다
>
> 제일 큰 머그잔에 욕심껏 커피향 가득 담아 들고 둘은 평상위에 앉았다
>
> 뒤뜰에 심어둔 탓일까?
> 목련과 라일락이 아직 제대로다
> 언젠가 효신인 그렇게 말했다
> "온세상 꽃들이 다 시들즈음 혼자 오래도록 즐기고 싶어 뒤뜰에 심었다 날아 다니는 향기야 어쩔 도리 없지만 꽃봉오리는 나 혼자 갖고 싶어서..."
> 그 덕을 언니와 내가 톡톡히 누리고 있음이다
>
> 평상 앞에 튼실한 그네 하나가 심심한듯 바람과 희롱하며 일렁이고 있다
> 그네 위는 비가 와도 비 맞지 않겠금 등나무 꽃이 보라색 자태를 뽐내며 어우러져 있다
>
> 뜬금 없이 언니가 속내를 연다
> "견딜 수 있을거라 생각 했었어. 근데 막상 서울 도착 하니 이젠 다 묵혔다 생각 했던 갖가지 아픔들이 쓰나미 처럼 나를 덮쳐 와서 겉잡을 수 없는 현기증에 정신을 차릴수가 없더라구... 너만 공항에 안 나왔음 그냥 미련 없이 뒤 돌아서서 왔던길로 다시 가고 싶더라...아직 내맘이 수용 하기엔 역부족 인가봐... 학교...그래 교정도 너랑 웃으며 거닐 수 있으리라 생각 했었는데 생각은 생각에 머물뿐 인가봐...덕혜야, 지겹겠지만 좀 더 기다려줄래? 20년 동안 쓰지 않던 근육, 재활 치료 기간이 필요 할것 같구 그 재활 과정, 니가 쭈욱 지켜 본다고 약속 해주면 나, 용기 낼것 같은데....어쩌냐? 너 성가셔서...그래도 이번에 스스로도 놀라울 정도로 희.망.을. 갖고 싶어. 니가 그랬지? 어떤분이 딸그릇, 사위 그릇, 손주들 그릇도 사길 바란다고 써 있었다고...어미 팔자 닮을까봐 그게 몹시 두렵거든? 나도 그런 복 누리며 살수 있을까? 사위와 손주들께 둘러 싸여 노년을 즐기며 살 수 있기나 한걸까? 덕혜야~~~~도대체 내가 뭘 얼마나 잘못 하고 산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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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간 얼굴, 손끝이라도 갖다 대면 곧 바스러 질것 같은 건조함이 느껴지는 ...
> 하릴 없이 나는 머그잔 속 커피만 물끄러미 내려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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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슴으로 하는 얘기는 가슴으로 받아 주면 될터이다
> 때로는 '말'이 조악 스러울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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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참을 꽃그늘 아래 있던 우리는 언니가 꼭 가고프다는 화순 '운주사' 와불 부처님 친견 하러 여장을 여미고 길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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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d곡을 두루 섭렵 하고 특히 라이어 밴드 '사랑한다 더 사랑한다' 노래는 처음엔 발장단으로 시작 하여 나중엔 손뼉 까지 쳐대며 신나게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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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운주사'를 거쳐 전북 고창 춘백이 어여쁜 '선운사' 까지.
> 우리의 질주는 거침없이 행해졌다
>
> 종교관을 떠나 개인적으로 나는 사찰을 많이 찾는다
> 어서 오라고 왜 이제야 왔냐고 호들갑 스럽지 않고 떠나올때도 빈소매 붙잡지 않는 무심한 냉정함이 좋아서다
>
> 나는 언니께 왜 그곳을 지목해서 가는지 묻지 않았고 먼길 달려 온 만큼의 기대치도 갖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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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냥 둘은 경내를 둘러보고 차 한잔 뽑아 들고 고목 나무 사이로 거닐며 새소리 바람소리 풍경소리 깔깔 대며 흐르는 물소리 귀 기울이면 된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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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맘이 참 편안해" "이제 갈래?"
> 언니가 나에게 뱉은 딱 두마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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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제 언니는 선후배들과 남편 산소에 갔을것이다
> "넌 하루 빠져봐~~~나도 아직은 힘겹지만 너 없이 어울리는 법도 익혀야 하잖아~~~정 못 견딜것 같으면 너 다시 콜할게. 어서 가~~너네 딸께 이모가 꼭 은혜 갚을거라 전해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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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리에서 잠시만 내 모습이 안보이면 당황한 눈길로 나를 쫒던 언니...
> '나, 바깥에 금방 다녀 올게~~~화장실 다녀올게~~~'
> 일일이 속삭여 주고 나서야 활짝 웃으며 고스톱 판에 끼여 자지러지는 웃음 뿌리던 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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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제 종일 폰 켜 놓고 기다렸는데 아무 연락이 없었다
> 하기야 식당 하시는 선배가 큰오빠 처럼 얼마나 살뜰하게 챙겼을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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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니가 내일 자신의 일상으로 돌아가는 비행기에 오른다
> 내곁에서의 남은 하룻밤....
> 언니 뜻대로 소중하게 맺어주려한다
>
> 다쓰고 나면 읽을거리 없이 군더더기만 잔뜩 나열 한것 같아 늘 부끄러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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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많은 분들이 보내 주신 감사의 성원, 그 끈끈한 정이 그리워서라도 선영 언니가 자주 서울에 오게 됐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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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토박이 선영언니...
> 도래질 치며 부정 해도 언니의 뿌리는 역시 이곳, 서울이 아니던가...
> 사람은 세월이 흐를수록 뿌리가 그리워 지는 법이니까....
> 따뜻하게 데워진 가슴, 활짝 열어 두고 맞이할 준비만 하고 있음 될일 아닐까?
>
> 어차피 언니께 줄것 이라곤 이 빈 가슴 뿐 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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