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하루는 부모님 사연으로 곳곳이 홍수였다
꽃 한송이 달아 드릴 가슴이 없는 나는, 허해 오는 가슴속 바람이 시리고 쓰렸다
나는 은메달 엄마다 ㅎㅎ
마음 쓴 흔적이 역력한 아들의 편지 한통..
고맙게도 어제 오전에 받았다
아들의 편지는 왠지 눈시울 부터 덥혀져 온다
안방 가장 볕 잘드는곳에 앉아 돋보기도 닦고 또 닦는다
아주 조그마한 것일지라도 아들의 정성 놓쳐선 안될것 같아서...
"엄마~~엄마~~~~~
눈감고 가만히 몇천번을 부르라 해도 싫증 나지 않는 당신 이름...
이 아들 편지 받아 쥐고 허둥 대며 읽을 자리 찾아 종종 걸음 치는 엄마 모습, 목울대가 아프도록 눈앞에 선하게 밟힙니다"
세장에 걸쳐, 사흘 동안 짬짬이 적어 보낸 사연들..
정작 어버이 날은 훈련 땜에 목소릴 서로 들을 수 없을 거라며, 아들 대신 이 편지가 엄마 곁에 가 줬음 하는 조바심도 함께 동봉 하여...
그 조바심, 그대로 전달 되어 오기에 후두둑..기어이 눈물이 아들 편지를 적신다
딸내미가 밤 9시 조금 지나 집에 도착했다
내일이 학교 소풍 이라며...
그런데 오자마자 내손을 움켜 쥐고 잠깐만 밖에 함께 나가줘야 할 일 있다며 정신을 쏙 빼놨다
엉겁결에 끌려 간곳이 동네 노래방
엄마 앉혀 놓고 이노래 꼭 불러 주고 싶어 종일 공부가 안되더라며 엄살을 떤다
왁스의 엄마의 일기..
끝부분에 가선 목이 메어 노래가 되어지질 않았다
"종일 뭐했어? 어른들 생각 하며 혼자 앙앙 울었어?"
살가운 딸내미의 정!
자식 둘의 넘치는 사랑에 '어버이 날' 이라는 봄밤, 깊은 잠 들지 못했다
김밥을 말았다
몇줄 친구랑 사가기로 했다며 방방 뛰던 딸아이...
도마 곁에 앉아 앞 뒤 꽁지 김밥, 입에 넣어 오물거리기 바빴다
맛있다. 맛있다. 연발 하더니 좀 넉넉 하게 말아 줄 수 있냐며 내 눈치를 살핀다
친구 몇몇에게 우리 엄마표 김밥 기대 하시라며 문자를 서로 주고 받는 눈치다
찬합에 정갈 하게 가득 싸주고 또 김밥 몇줄을 더 말고 있는데 딸애가 기어이 내 속내를 건드린다
"엄마, 외 할머니 우리 소풍 때 김밥 갖다 드리면 참 맛나게 드셨는데...그지? 살아 계셨음 엄청 좋아라 하셨을텐데..."
말없이 김밥 말며 속으로 대답했다
"그래~~오늘 찬합에 그득 담아 놓고 어른 네 분 초대 해서 함께 먹을거야 종일 혼자 먹다 보면 함께 와 주실테지..."
이번에 대구 내려 갈땐 왠지 마음이 불안하고 조급했다
몸만 쏙 빠져 나간 이부자리, 세탁기 안에 와이셔츠 티셔츠 양말 나부랭이, 찜통 안에 속옷과 타올, 씽크대 속에 아침 먹고 미처 치우지 못한 그릇 몇개 수저 한벌...
내 남자의 살아온 흔적이다
넓은집 넘치도록 베여 있는 홀애비 냄새.
창문 활짝 열어 젖히고 서둘러 청소기 돌려댔다
얼추 물걸레질 마칠 즈음 남편이 전자번호 눌러 대는 소리가 들려온다
"어? 당신 일찍 왔네~~집이 엉망이제? 당신오기 전에 좀 치운다고 서둘러 왔더니..."
입술이 바싹 말라 있으며 비정상적인 선홍빛이다
서로가 거울 처럼 바라 보고 산지가 26년째다
입술의 선홍빛은 열감기를 심하게 앓고 있다는 증거다
조급 하고 불안 했음의 실체가 이것 이었을까?
온몸이 열에 절절 끓고 있다
물걸레 팽게치고 병원으로 한걸음에 달려갔다
열이 39도가 넘었다
병간호 했다
거실에 앉아 책 읽으며 쉴새 없이 뿜어져 나오는 땀닦아 주고 마른 속옷 갈아 입히고 요위 큰 타올도 석장째 갈아댔다
새벽 2시쯤 맹렬하던 열이 숙진다
이젠 남편이 이긴거다
일요일 아침 거짓말 처럼 남편이 정정하다
골골 대는 나와는 달리 격렬히 하루 이틀 정도 앓고 나면 거뜬하다
지리산에 꽃모종 얻으러 가잔다
엥? 했더니 "날 저물기 전에 어서 다녀오자" 채근한다
우리는 지리산엘 잘간다
수려한 경치도 좋거니와 넉넉히 안아 주는 산의 품 맛을 잊을 수 없음도 있고 섬진강의 말없는 반김도 너무 좋아서다
서둘러 마호병에 커피를 뜨겁게 가득 담는다
나는 아날로그 세대여서 인지 '보온병' 이란 말보다 '마호병' 이란 말에 더 정감이 간다
'금낭화' '제비꽃' '싸리나무 꽃' 세종류의 꽃모종도 얻고 금방 지어 주는 20가지 넘는 산나물의 맛이 어우러지는 비빔밥을 입이 원하는대로 무지막지하게 먹고온다
눈에 뜨이면 혼줄을 내기 때문에 볕 잘드는 장독위에 준비해간 작은 성의를 봉투에 담아 작은 돌맹이로 지그시 눌러 두고왔다
사람맛이 물씬 풍기는 그 큰 정을 어찌 몇푼 금전에 비할 수 있을까나.
집으로 돌아 오는 길엔 언제나 섬진강 언저리에 돗자릴 깔고 준비해간 뜨거운 커피 한통을 다 비우고 온다
그냥 함께 있다는것, 수많은 사람중 부부의 인연으로 엮임을 감사하며 넋놓고 강의 긴 흐름을 눈으로 쫓고 마음을 헹구고 어쩔도리 없는 세상살이 복잡한 머리를 털어내고 온다
꾸물 거리던 날씨가 기어이 비님을 내려 보낸다
비 노래 모음이 잔뜩 들어 있는 cd로 재빨리 바꾸어 튼다
비와 어우러진 노래는 어떤것이든 새로운 맛을 선사한다
앞 베란다 화분에 세 종류를 옮겨 심었더니 각각의 향기가 사람의 영혼을 흔들어 놓는다
쌓이고 누적된 피로가 함께 몰려 오는걸까?
어쩐지 이번엔 내가 몸살과의 한판 전쟁을 치를것 같다
은메달의 일기^^
황덕혜
2008.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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