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오후였다.
함께 일 하시는 분이 볼일이 있으시다면서 안나오시고
남편과 둘이서 일을하고 있었다.
이 날은 동생이 연극을 보러 가자고 한 날이었다.
연속 3주 째 남편만 두고 외출을 했었기 때문에
오늘 연극을 보러 가겠다는 말은 차마 하지 못했다.
하고 싶은 말을 하려고 벼루고, 벼루고, 벼루다가
4시가 되어서야 이야기를 꺼냈다.
"여봉~~~(미안한지라 살짝 애교를 섞어가며),
오늘 이쁜이랑 연극 볼라 했었는데, 시간이 지나버렸다."
"일찍 말하고 갔다 오지, 왜 말 안했어?"
"미안~~해서 그랬지..."
"대신 오늘 열심히 일했으니까 다음번에는 꼭 갈꺼야. 알았지?"
한참을 고개를 숙이고 일을 하고 있는데
어디선가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렸다.
"점~~~순~~~~~~~~~~~씨~~~~~~~~~~"
"(눈을 똥그랗게 뜨며) 왜~~~~~~~~~~~~~~~~~~?"
"오늘 퇴근하고 삽겹살에 소주한잔 어떠신가?"
"좋지요."
일을 끝내놓고 집에와서 상추와 쑥갓, 돈나물을 바구니에
하나 가득 뜯어놓고,
마당에다가는 남동생이 소화기로 특수 제작해준 삼발이 화로에다가
탁탁탁탁 소리를 내며 타는 번개탄을 피워놓고,
남편이 사온 고기를 굽는 동안,
나는 주방에서 오이와 양파를 썰어 살짝 버무려 그릇에 살짝 올려
마당 한가운데 평상에다가 한상 차려 놓고
남편과 소주 잔을 주거니 받거니 하며 맛있게 먹고 있었다.
한상이라고 해봤자
평상의 한 쪽 귀퉁이만 차는 야채들과 오이 무침, 밥과 김치 뿐이었지만
한정식 집이 부럽지 않은 거한 한상으로 다가왔다.
번개탄이 한창 열을 내며 고기를 지글지글 맛있게 굽고 있을 즘
마침 딸아이가 배가 고프다면서
불이나케 뛰어 들어가 옷을 갈아입고 나와서는
어찌나 맛있게 먹던지
우리 부부는 한참을 바라보았다.
바라만봐도 행복했다.
목련나무 아래서 우리 가족의 삼겹살 파티는 이렇게 무르익었다.
아마 이런 시간들 때문에 우리 가족은 아파트를 싫어하나보다.
조촐한 파티를 끝내고
해가 뉘엇 뉘엇 넘어갈 쯤
남편과 나는 평상에 앉아 이런말, 저런말을 나누며
오랜만에 꿀맛같은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얘기를 나누던 중 남편이 내 손을 꼭 잡더니
"OO 엄마~~~~~ 고마워!!! (눈에는 ♥가 가득차서는)"
하는 것이었다.
자주 듣는 말이지만 그 어느 때 보다도 그 마음이 가슴속까지 전달 되어
나도 뒤질세라 남편 손을 꼭 잡으며
"영배씨~~~~~~ 나도 고마워!!!!!"
하며 눈에다가는 ♥를 100개는 담아 강렬하게 쏘아주었다.
토요일 오후
목련이 마련해 준 시원한 그늘 아래서
이렇게 따뜻한 시간을 보낸
태릉에 사는 순이가 사연 올립니다.
신청곡 : 부부듀엣의 부부
5월 21일은 부부의 날이라고 합니다.
일하면서 남편과 함께 듣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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