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과 바람과 햇살과 모든 것들이 고맙습니다.
임종희
2008.05.29
조회 43
산책로에 밭이 생겼습니다.
한 오십평 남짓 되는 밭인데, 매년 아주머니 한 분이 풀을 뽑고 거름을 주셨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그 아주머니이 "애기엄마, 이 밭에 채소를 한 번 심어 볼라우? 난 너무 멀어서 이제 못 오겠어"라고 말했습니다.
애들 두명을 다 대학 보내 혼자 지내는 시간이 많아서인지
그 말을 듣고 얼마나 기뻤는지 모릅니다.
하지만 막상 농사를 지을려고 하니 한편으로는 걱정이 되기도 했습니다.
무엇보다 밭 일구는 게 보통 일이 아니었습니다.
저는 요령도 없고 힘에도 겨웠습니다.
고민을 하다가 어느날 타지에서 대학을 다니는 아들을 불렀습니다.
그리고 밭을 갈아주면 아들이 제일 좋아하는 요리를 해 준다고 했습니다.
아들은 곡갱이를 들고 땀을 뻘뻘 흘려가며 밭을 일궜습니다.
그리고는 상추, 강낭콩, 옥수수, 고추, 가지를 정성스럽게 골고루 심었습니다.
이 중에 제일 먼저 자란 것은 강낭콩이었습니다.
깡 말랐던 강낭콩 씨앗이 파랗게 움트자, 저는 너무나 신기해 그만 아들이 학교에서 수업을 받는지도 모르고 다짜고자 전화를 할 정도였습니다.
그 뒤로 저는 매일 새 밭을 산책합니다.
잡초도 뽑고, '오늘은 어떤 채소가 얼만큼 자랐나'하며 소중히 들여다 봅니다.
그런데 요즘은 비가 안와서 새싹이 조금은 시들합니다.
그래서 전같이 않게 일기예보를 꼭 챙겨보고 있는데,
직접 농사를 지어보니 밭일을 주업으로 하시는 농부들의 마음이 얼마나 고생스러운지 조금은 헤아릴 것 같더라구요.
내일은 청량음료같은 비가 왔으면 좋겠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아들이 "우리 채소 잘 자라고 있어요?"라고 전화가 왔는데
채소 때문에 아들 목소리도 한 번 더 듣고 마음이 훈훈해집니다.
25년을 시골에서 살면서 처음 하는 농사입니다.
흙과 바람과 햇살과 모든것들이 고마운 요즘,
가요속으로 식구들에게도 식물 키우는 것을 권해봅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신청곡 : 리사 오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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