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방 에서 즐겨 부르는 노래를 가만히 듣고 있노라면 그 사람의 내면과 어느 정도 조우 하게 된다
노래 몇곡에 그의 영혼을 미루어 짐작 한다는건 위험한 일이나 그냥 취향을 파악 하는 정도는 흥미로울 수 있다
어제, 선영 언니께 한박스의 내정성(?)을 부쳤다
하마트면 이번 기회에 빠뜨릴뻔한 건강상식 책 한권과 cd 한장을 더 채워 넣으니 빈공간 하나 생길 틈 없이 상자속이 가득찼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큰 비닐을 밑에 깔고 책과 cd들을 넣고 비닐 메듭을 지었더니 마침 우체부 아저씨가 왔을 즈음 비가 후두둑 내리기 시작했다
비에 젖고 눈물에 절었을 언니 인생, 어떤 명분의 습기 한조각도 스며 들게 하고 싶지 않아 비닐로 꽁꽁 여미고 또 여몄다
"이선영씨 한테 보내는 거네요~~ 오~~터키 계세요? 성씨가 다른걸 보니 친자매는 아닐성 싶고... 오늘 날씨, 미리 예견 하셨나요?
이렇게 보내면 받는 분이 보송보송 하게 받으시죠 ㅎㅎ
이만한 물량 채우시려면 시간 투자 꽤 하셨을것 같네요"
물건 부칠 일이 잦다 보니 이젠 얼굴이 익은 서글한 인상의 아저씨가 열심히 손놀림 하면서 물었다
그렇게 내 마음을 떠나 보낸 허전함 때문이었을까?
비오는 밤, 나는 굳이 오고 싶어 하지 않는 잠을 내쳤다
눈감고 누워 양들을 수천만 마리는 불렀을거다
그러다 책 들고 건너방으로 넘어와 책속 글자들과 밤을 밝혔다
꼭 그런건 아니겠지만 노래 가사가 그 사람 인생을 좌우 한다는 얘기가 어느정도 신빙성이 있는듯도 하다
선영 언니와 그의 남편...
엄청 즐기던 노래가 박인희의 '장미꽃 필 때면' 과 '세월아' 였다
그 가사를 대충 읊어보면
'장미꽃 필때면
나를 두고 멀리 떠난/ 너는 돌아 오려나 /그리운 내 품으로...
돌아보고 또 보고/ 말없이 떠날 때/ 바람에 흩날리던 너의 뒷모습...
너 떠나던 그 길목에서/ 오늘도 너를 위해 노래 부른다...
언제 오려나/ 언제 만나려나/ 언제 만나려나....'
선영 언니의 지금 처지를 미리 예견한것 같아서 이 순간도 코허리가 시큰 거린다
'세월아' 도 못지 않다
'가는줄 모르게 가버린 시절/ 그 날의 고운꿈 어디로 갔나/
내손을 잡으며 이야기 하던/ 그 사람 지금은 어디로 갔나/
세월아 너만 가지/ 사람은 왜 데려가니/ 세월아 너만가지/
사람은 왜 데려가니...'
너무 다정했던 두사람, 너무 아름다워 신의 노여움을 산것일까?
평생 글 만지며 살 줄 알았다던 언니...
그래서 인생 앞엔 겸허해져야 하나보다
대학 1학년 견습 기자 시절, 4학년 편집장은 너무 무서워 눈도 못 맞추고 벌벌 길 무렵...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 안에서 신문사 내 책상위에 얹어 놓고 깜빡 잊고 가져 오지 못한 책 한권이 생각났다
원고만 써 가면 대~~~충 읽곤 휙 던지며 "이걸 기사라고 써왔어? 참신함이 없잖아 공부 좀해 공부..."
하도 면박을 당해 오던 터라 기사 한번 멋들어지게 써 보겠다는 야심찬 생각으로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 이었다
날씨는 곧 비를 뿌릴것 처럼 꾸물 거렸고 심상찮은 기운을 몰고 다니며 스산하게 불어 제치는 가을 바람에 사람들은 모두 집으로 발길을 재촉 하던 그런 늦가을 밤.
발길을 돌려 신문사 앞에 섰는데, 기어이 가을비가 소리없이 참하게 내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신문사 안에서 노래소리가 들려왔다
이미 주위는 칠흑같은 어둠이 가을비와 함께 점령해 있었다
저승사자 보다 더 무섭다는 편집장이 키타를 치면서 부르던 '쥴리아~~~'
그의 얼굴은 이미 눈물로 점철되어 있었다
놀라운 광경을 목격 하게 된 나는 내리는 비 홈빡 다 맞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처하게 되었고...
손톱에서 핏물이 뚝뚝 흐르도록 키타줄 뜯으며 옆에 까 놓은 깡소주 나발 불며 처절 하게 부르던 '쥴리아~~'
30여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도 장소를 불문코 이용복님의 쥴리아~~만 흐르면 가을비 오던 밤, 짝사랑 하던 여인의 결혼식 전날 피울음 토해내며 사랑했던 여인의 이름을 부르던 아름다운 한청년의 얼굴이 떠오른다
신청곡// (박인희) 세월아/ 장미꽃 필 때면
(이용복) 쥴리아


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