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향] 철엽국수? 어죽!
박점순
2008.06.04
조회 63
날씨가 더워지니 어린시절 동심의 세계로 떠나볼까 합니다.
따라 오세요~~~ Go! go! go!

학교를 갔다와서 심심하면 의례 저와 친구들은
뒷 개울가에 가서 돌맹이를 모아 동그랗게 쌓으면서
한쪽에는 큰 방, 반대쪽에는 조금 작은 방,
그 옆엔 필수요소 화장실 등을 만들어 놓고
저 건너 귀퉁이에는 미용실을 만들어 놓고 아카시아 줄기로 머리카락을 말아서 구불구불하게 파마를 해보곤 하였답니다.
아카시아 파마 해보신 분이 있으려나?
고거 좀 괜찮아요. 호호호호호^^*

이렇게 소꿉놀이를 하다가 더우면
물 속에 들어가서 물장구를 치며 물싸움도 하고
그렇게 한 참을 놀다보면 배 가죽이 등에 닿을 정도로 배가 고픕니다.

그런데 먹을게 없는 우리들은 먹을거리를 찾아보는데

저쪽에서 동네 어르신들이 물고기를 잡아 고추장을 풀어 놓고
먼저 끓인 다음 물고기를 넣어 한소쿰 끓이고
국수와 야채 등을 넣어 걸쭉하게 끓여
사람마다 한 그릇씩 차지하고 먹고 계시는게 아니겠어요.
주변에서 고추잠자리마냥 뱅뱅 거리며 얼쩡데니까
어른들이 와서 먹으라며 불러주셨답니다.
어찌 우리들 마음을 이리 잘 알고 계신지
부르는 소리가 끝나기가 무섭게 뛰어가서는
한 그릇씩을 받아 들고 뜨거워서 '호호호호호~~~~'
국수를 빨아 올리느라 '후루루룩~~~후루루룩~~~~~'
물고기 가시를 뱉느라 '퇴~~퇴~~~퇴퇴퇴퇴퇴~~~~~'

뜨거워도, 가시가 있어 뱉느라 번거로워도
어찌나 맛있던지 그야말로 꿀맛이었당께요.
다 불어터진 국수지만 그 때 먹었던 그 국수는
지금 아무리 끓여봐도 예전 맛과는 똑같지 않더라구요.

우리 가족은 일요일이나 휴가 때 가평 현리 계곡으로 놀러를 갑니다.
그곳에 가는 가장 큰 이유는!!! 단 한가지!!!

남편의 장기인 투망을 던지면
촤악~~~하면서 동그랗게 펼쳐진 투망이 물속의 보물들을 끌어 당겨
보물이 수면 밖으로 나오는데.
"야호~~~!! 우리 신랑 짱!!"
어찌나 잘 잡던지 여자들의 함성이 하늘을 지릅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지요?
이렇게 소리를 질러주면 우리 신랑 더 신나서
어깨를 들썩들썩, 입가에는 미소를 씨익 머금고서는
더욱더 신이나 연신 투망을 던집니다.

이때 저는 뭐하냐?
전날 밀가루에 기름과 계란을 넣어 반죽을 한 뒤
비닐봉지에 담아 냉장고에서 하루 밤을 숙성시켜 놓습니다.

남편이 잡아 온 물고기는 고추장을 풀어 놓은 물에
내장을 제거하고 집어 넣어
팔팔팔팔 한소쿰 끓여내면
미리 숙성된 밀가루 반죽을 한주먹씩 손에 쥐고
착착착 착착착 수제비를 떼어 넣습니다.

이렇게 만들어 놓으면
함께 놀러간 사람들은 벌떼처럼 모여들어
소주 한 잔, 두 잔 주거니 받거니 하며
맛있다고 게눈 감추듯 먹는데
아무리 긇여도 나는 예전 그 맛이 안나더라구요.
그래서 그때 먹었던 그 맛이 더 떠오르나 봅니다.

딱 레시피를 보아하니 지금의 어죽과 비슷하죠?
그때 당시 저는 친구들과 '철엽국수'라고 불렀답니다.

올해도 울 남편이 투망던져 잡아 준 민물고기로
예전의 '철엽국수' 맛을 되살리기 위한 노력은 계속 될 것입니다.


* 침향은 꼭 남편과 함께 보고 싶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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