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수업을 다 끝내고 집으로 오니
엄마께서 기다렸다는 듯이
"점순아~~~심부름 좀 할래?"
제가 원래 좀 착한 딸이었던지라
"왜요?"가 아닌 바로 "뭐하면되요?"라고 대답을 했죠.
엄마는 원삼 양조장가서 막걸리 좀 사오라는 것이었습니다.
노란주전자와 돈을 주시고는......
아마도 아버지 오후 새참으로 들에 가져다 드리려고 하신 것 같았죠.
빈 주전자를 빙빙 돌려가며, 콧노래를 불러가며
한 발짝, 두 발짝 내딪다보니 어느덧 양조장에 다달았습니다.
주전자 하나 가득 술을 받아들고
혹 한 방울이라도 흘릴까봐 조심 또 조심 걸어오는데
딱!!!! 그 때 호기심이 발동한거죠.
냄새야 알겠고, 그 막걸리란 녀석의 맛이 궁금했던거죠.
그래서 대놓고는 못 먹겠고 주전자 입구에다가 입을 대보았습니다.
그리고는 약간 기울여
한입 '꾸우우우우우우울~~~꺽'
그리고 시원함에 '캬~~~~~~~'
갈증도 해소되고 은근한 달짝지근함에 또 '꿀꺼~~~억, 캬~~~~'
신나게 오다가 또 한번, 또 오다가 또또 한번
이렇게 오면서 집에 다다를 무렵 주전자 뚜껑을 열어보았는데
야곰야곰 한 입이 어느새 많이 줄었드라구요.
얼른 부엌으로 뛰어 들어가 엄마몰래 물을 가득 채워놓고
엄마에게 갔다 드렸답니다.
완전 범죄 성공했습죠.
엄마가 수고했다 하시며 칭찬해 주시고는 아버지 새참 내다드리라고 토닥토닥 해주셨거든요.
일하시던 중 목을 축이신다고 드셨던 아버지도
그냥 오늘 막걸리는 좀 싱겁다 시면서 넘어가셨답니다.
이렇게 저는 완전 범죄를 이루었죠.
15일에 시골 마을 동창 모임이 있어 고향에 갔다가
그 양조장에 들려 막걸리 두 통을 사서
한 잔씩 먹어보았습니다.
그 때 그 맛을 남편과 나누고자 지하철에서 막걸리 냄새 폴폴 풍겨가며 힘겹게 들고왔는데......
그 맛이 안나더라구요.
달콤한 요즘 막걸리 맛에 길들여 졌는지 몰라도 저는 옛날 그 맛이 안나더라구요.
그래도 남편은 역시 시골 막걸리라며
가져다 준 부인이 예뻐 한 잔
부인 고향의 맛이라며 한 잔
우리 부부 건강하자며 한 잔
이렇게 막걸리 한 통을 비웠습니다.
막걸리 한 잔에 고향 향수에 젖어
잠시 꼬마 점순이가 되었던 행복한 시간.
다시 태릉댁 점순이로 돌아와 소식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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