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초등학생 때 저희 동네엔 작은 문구점이 있었어요.
필기류도 팔고, 미술용품도 팔고, 리코오더도 팔고 연도 팔고,
정말 안 파는 게 없을 만큼 모든 걸 다 갖추고 있는 보물창고나 다름 없었지요.
심지어는 쥐포나 솜사탕 같은 것도 팔았으니까요.
근데, 그 문구점 쥔장 아줌마가 있었는데요.
결혼을 하지 않으신 30대 후반의 처녀 아줌마였어요
우리는 그 아줌마를 <구렛아줌마>라고 불렀어요.
아줌마는 여성인데도 불구하고 오른쪽 볼 옆으로,
구렛나루가 자라고 있었거든요. ㅋ
어렸을 땐, 구렛나루가 어려운 단어라서 저는 그 아줌마를 왜 구렛아줌마라고 부르는지도 몰랐어요. ㅋ
지금이야 이해가 가지만..
그 아줌마는 저와 제 친구가 그 문구점 앞을 지날라치면,
"얘야 이리 온."이라 부르면서 불량과자를 한 움큼 쥐어서 제게 주시는 거에요.
저는 불량과자를 아주 좋아했던 터라 얼른 달려가 "고맙습니다"하고 넙쭉 받았죠.
가족도 없고 홀로 외로이 사시는 구렛아줌마였지만,
우리 초등생들에겐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던 아줌마였답니다.
그런 아줌마가 언제인지도 모르게 소리 소문 없이 이사를 가셨어요.
그 문구점은 다른 분께 팔고 말이죠.
지금 문구점 주인은 20대의 아저씨인데,
영 이상하게 생기고 험악하게 생기고, 그래서 그 문구점엔 잘 가지 않게 돼요.
물론 저도 나이가 들어 더 이상 문구점에서 살 게 없지만 말이죠.
그때 그 아줌마가 갑자기 아주 그리워지네요.
아줌마, 불량과자 먹고 싶어요.
[번개 2] 우리동네 문구점 구렛나루 아줌마.
전혜영
2008.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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